‘고개 숙인 가족’이란 말이 있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밥상머리에서조차 서로 말을 안 하고 스마트폰을 보는 현재의 가정을 일컫는 말이다. 날이 갈수록 가족 간의 불화, 소통 단절 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에 가정의 중심을 잡아줄 가르침이 필요하다. 

‘2015년 인성코리아’ 캠페인을 전개하는 국학신문사는 인성의 뿌리인 가정의 의미를 돌아보고 가족 공동체의 중심 가치를 찾기 위해 ‘1가정 1가훈 운동’을 펼치고 있다. 가족이 지켜야 할 핵심적인 덕목이 담긴 가훈(家訓), 오늘은 가훈에 담긴 소중한 의미를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권범석, 이지영 씨 가족을 만나보았다.  
 
40대 가장인 권범석 씨는 미국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부인 이지영 씨는 피아니스트이자, YTN 사이언스 뮤직톡톡 MC로 활동하는 방송인이다. 결혼한 지 17년째를 맞고 있는 부부는 두 아들 민근(12살)과 형우(9살), 그리고 어머니(장모님) 권영남 씨와 함께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 가훈 앞에 서있는 권범석 씨 가족(왼쪽부터 어머니(장모) 권영남 씨, 부인 이지영 씨, 둘째 형우, 첫째 민근, 권범석 씨)
‘아버지’ 하면 대부분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무뚝뚝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권범석 씨는 자녀 교육에 나름의 열정을 갖고 있는 보기 드문 아버지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녀 교육을 아내한테만 맡기지 말고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단둘이서만 얘기하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그러면서 첫째 아이와 소통하기 시작했다.아이한테는 많은 것을 요구하기보다 딱 두 가지를 말한다. 예의범절을 지켜라. 친구들한테 자기주장만 하지 말고 친구의 말도 들어주면서 소통을 해라.”
 
웃어른에게 예의 없이 막말을 할 때, 나중에 알아서 고치겠거니 하면 습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권범석 씨와 이지영 씨는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잘못된 점을 가르쳐준다. 
 
아빠가 아이들의 교육을 챙기면서 이지영 씨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지영 씨의 어머니 권영남 씨는 가족의 중심 기운을 잡아주시는 어르신이다. 부부간에 다툼이 있을 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할머니의 따끔한 한 말씀이 가정의 질서를 잡아준다. 권영남 씨는 아이들에게 “첫째로 부모에게 효도할 것, 그리고 형제간에 우애있고 나라에 충성할 것”을 항상 강조한다. 
 
이 가족의 중심 철학인 가훈은 “범민석근(凡民碩根) 홍형이우(弘炯理宇)” 8글자다. 풀어 보면, “무릇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민족과 인류를 살릴 큰 뿌리가 되고. 홍익인간의 밝고 큰 정신으로 진리의 우주를 복원할 홍익가정이다” 란 뜻. 원암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이 권범석 씨 가족을 위해 2013년 10월 3일 개천절에 써주었다. 공교롭게도 이 8자 안에 권범석 씨와 두 아들 민근, 형우의 이름이 다 들어있다. 가훈을 받고 나서 권 씨는 아이들에게 가훈의 의미를 전해주었다. 가훈처럼 홍익인간 정신으로 홍익가정을 이루는 것이 부부의 소망이기도 하다. 

▲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 권영남 씨
 
최근에는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 시험을 보았다. 민근은 유난히 시험 결과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래서 부부는 그걸 고쳐주기 위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해주었다. 
 
“영재학급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과정에 집중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작은 성취도 계속 칭찬해주었다. 아직은 어리지만 작은 목표를 주면 실패하고 좌절하다가 그걸 또 이겨내는 방법도 찾는다.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런 아이가 자라서 인성영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가훈처럼 밝고 큰 정신으로 민족과 인류를 살릴 권범석 이지영 씨 가족. 가족 간에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가훈의 큰 뜻을 실현하는 시작이었다. 
 
글,사진.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