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중도 고조선 학술회의가 열리고 있다. 2층까지 청중이 가득찼다.(사진=윤한주 기자)

“춘천 중도의 대규모 고대 유적군은 그 자체로 좋은 역사교육의 장이다. 앞으로 다시 발견되기 어려운 대규모 유적이다. 춘천 중도는 단순한 놀이공원을 위한 ‘레고랜드’ 건설이 아니라 ‘고조선랜드’ 혹은 ‘역사문화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사무총장 김창환 법무법인 창 대표변호사)는 7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레고랜드 개발이냐, 고조선유적지 보존이냐”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350여명이 넘는 청중이 참석했다. 
 
특히 우실하 항공대학교 교수의 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우 교수는 중국의 고대 유적지 보존사례를 통해 레고랜드가 아니라 고조선랜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요하 문명 발견 이후 각 지역에서 발굴되는 새로운 유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각 지역의 상징물로 삼기도 하고 도시의 미관을 위한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 교수는 “이렇게 각 지역의 유적지들을 적극적으로 원형 그대로 보호하면서 발굴된 유물들을 현재적으로 활용하여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역사의식을 자연스럽게 고취해 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는 ‘춘천 중도 유적의 고고학 성과와 역사적 의의’를 주제로 "중도 유적은 고조선시대의 정치 중심지로 추정되며 군장사회를 넘어 국가 단계의 정치 중심체가 존재했을 것"이라며 "특히 지석묘 축조를 위한 노동력의 동원은 전제적인 권력이 아니면 어려울 만큼 상당한 수준의 위계질서가 확립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경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전문위원은 "중도는 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로 진입까지 아우르는 분포를 지닌 전국 유일의 유적지”라며 “춘천 지역만이 아니라 한국사에서  고조선과 맥국이라는 상고사의 오랜 미제를 풀어나갈 단서"라고 유적의 의미를 전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동철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중도유적은 폼페이 이전 시대를 대표할만한 도시유적의 하나”라며 “춘천시는 오늘의 시점이 아닌 200년, 300년 뒤 훗날 춘천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도는 춘천 시민들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우리 국민 전체의 문화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동철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은 문화재청 김계식 과장에게 "지난 2003년 화천 체육공원 부지에서 청동기 유적 발견 당시 문화재청의 조치는 전면보존이었다"며 "화천 보존 지역은 중도에 비해 10분의1 수준인데 개발과 보존 결정에 형평성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중의 질의도 뜨거웠다. 심정보 한밭대 교수(매장문화재위원장)가 “어떤 실체로 춘천 중도 유적을 고조선 유적으로 볼 수 있느냐”라는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원성을 샀다. 한 청중은 “고조선이든 청동기이든 고대 유적은 보존하자는 것이냐 말자는 것이냐”로 되물으며 공방이 벌어졌다.
 
한편 김계식 과장은 “중도의 발굴유적은 레고랜드 사업으로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복토보존하여 유지된다”라며 “고인돌▪환호▪집터 등 대표적인 유구와 유물은 국민이 체험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