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학원장 대행으로 쉼 없이 달려온 원암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67)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가장 힘주어 꺼낸 말은 바로 '장생(長生)'이었다. 정신없이 나이 들어 '늙은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철학을 갖고 얼이 큰 어른, 나아가 얼이 '신(神)'과 같이 되는 '어르신'이 되는 노년기의 삶 말이다.

국학원장 대행이라는 자리의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장 고문을 지난 12월 중순 국학원 본원(충남 천안)에서 만났다. 서유석 씨의 노래 '너 늙어봤냐? 난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이 가사에 걸맞게 그는 스스로 '영원한 현장맨'이라 부르며 자신의 삶 자체에서의 완성을 추구하고자 쉼 없이 움직이고 또 비전을 그리고 있었다.

▲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을 위하여" 국학원의 설립이념 앞에 선 원암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

- 국학원 교육원장으로 시작해 국학원장 대행까지 오랜 세월 활동해왔다. 마무리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 늘 각오하고 있었다.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바삐 오다 보니 어느새 해가 서쪽이다. 일출만큼이나, 아니 일출보다 일몰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이 되고자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넓게 보아 우리의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국학(國學)을 대중화할 수 있는 강사들을 좀 더 많이 양성하지 못한 부분이다. 국학의 대중화를 위해 종횡무진 달려왔는데 좀 더 하지 못했던 점은 지금도 아쉽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 국학 대중화에 집중했던 만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지역 국학원을 설립했다. 지역마다 국학 유산을 발굴하고 지역 언론에 국학칼럼을 게재해왔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지역 현장에서 국학을 알리고 또 뿌리 내릴 국학활동가를 양산해왔던 일이다.

경남 거제, 통영, 진해 등지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진주에서는 김시민 장군을 국학으로 풀어 시청과 연계해 다양한 일을 했다. 경북 의성군은 고운사가 있어서 부산의 해운대구, 경남의 함안군과 함께 최치원 선생을 중심에 세우고 한민족의 경전 ‘천부경(天符經)’을 알렸다. 울산은 철기문화로, 포항은 천손문화의 일본 수출로 국학과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전남 순천, 장흥, 경남 남해로 이어지는 이순신 장군 전적지를 2005년부터 시작된 ‘효충도 투어프로그램’을 가동하여 10년 동안 국민들과 함께 현장 민족혼을 체험해왔다.

특히 경북 안동에는 국학과 인연을 맺은 뒤 20년 동안 150번 넘게 다녀왔다. 흔히 안동을 '유교의 도시'라고 생각하는데, 지난 안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교만이 아니라 불교와 기독교도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안동고등학교에서 국조(國祖) 단군상 철거를 하려고 해서 안동국학원에서 이를 잘 대응하여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충북 충주에서는 지역 언론에 실은 칼럼에서 언급한 '삼등산'의 참뜻을 천(天)-지(地)-인(人)으로 풀어내어 올 초에 이곳에 천제단이 조성되기도 했다.

▲ 천지인성단추진위원회가 지난 2013년 12월 26일 충주시 산척면사무소에서 국학원장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유교를 가장 먼저 수입해 하버드대학보다 98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의 대학 '소수서원'을 세웠음을 알려준 영주시, 충무공의 충심(忠心)으로 지역 철학 세우기를 제안한 아산시, 국학원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명량대첩제를 시작한 해남 등 지난 세월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국학의 불씨를 키워낸 에피소드는 수도 없이 많다.
 

- 지역국학원, 지역 국학활동가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래를 파면 석유가 나온다면, 우리 산천(山川)은 어디를 파든 모두 국학이 있다. 내 신념이다. 효자 없는 곳이 없고, 충신 없는 곳이 없다. 국학은 석유와 달리 고갈될 염려도 없다. 정신만 살아있으면 된다. 전 국토에서 국학을 일으킬 수 있고 또 일으켜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쓰는 말이나 행동방식, 마을 지명, 유적지 등등 전 국토에서 국학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찾고 또 의미를 밝혀낼 활동가들이 그래서 중요하다. 국학활동가는 살아 숨 쉬는 국학 현장 그 자체다. 스스로 내 별명을 '영원한 현장맨'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만큼 우리 국토 곳곳에 자리한 국학을 살려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 국학이라 하면 역사, 전통 등 '과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국학의 미래는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 지난 2002년 국학원을 설립한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께서 국학원의 설립이념을 이렇게 정리하셨다.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을 위하여'. 이것이 곧 국학의 미래다.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철학을 되살려서 한민족이 새롭게 태어나고, 국학의 세계화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뇌교육으로 모든 인류가 자신의 참가치를 알고 살아가는 지구경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날 중 하나로 2014년 11월을 꼽는다. 그 달에 중국이 뇌교육을 100억 원에 수입해갔기 때문이다. 외래 종교와 철학, 학문을 수입하기만 했던 우리가 처음으로 우리의 철학(교육법)을 수출한 달이다.

중국은 뇌교육을 100억 원에 수입했고, 미국은 무너진 공교육의 희망으로 '뇌교육'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 구한말과 같이 G2(미국, 중국) 사이에 선 대한민국이 양쪽으로 찢어질지도 모른다며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G2가 뇌교육의 가치를 알아봤다. 이는 대한민국에 거대한 양 날개가 돋아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살길, 국학의 미래다.
 

▲ 원암 장영주 국학원 상임고문이 한민족역사문화공원 입구에 자리한 광개토대왕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 과거 '세계 100대 화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학원장 대행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 <참전계경(參佺戒經)>을 보면 삶의 시기별로 깨우쳐야 하는 삶의 철학과 이치가 있다. 60대에는 '보(報)'라 하여 지난 시간을 돌이켜 남은 시간을 준비하는 시기로 노력한 바에 대한 하늘의 보답을 받는다. 70대 이후로는 '응(應)'이라 한다. 하늘의 응답을 받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창조하는 시기다.

내 나이쯤 되면 '성공'이라는 것은 삶의 중요한 개념에서 멀어진다. '성공'이 사라지니까 많은 노인이 산이나 경로당에 가고 동창회에 모이면 고스톱 치고 소싯적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성공에서 완성으로 삶의 단계를 넘어가야 하는데 그걸 모르는 거다.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난다. 고령화 사회라던 것이 엊그제인데 조만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어떻게 하늘로부터 보답을 받고 응답을 받을 것인가.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장생 트레이너가 할 일이다. 나이 든 사람이 나이 든 사람을 연구하고, 내 몸과 마음을 통해서 실천해보고 이야기할 때, 대한민국이 정말 건강한 나라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 '영원한 현장맨'으로서 의지가 느껴진다.

▲ 언제나 불새처럼 활활 타올라 비전을 향하고자 한다. 불에 무슨 늙은 불이 있고 젊은 불이 있겠나. 그리고 우리의 '뇌'는 늙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늙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늙은이 문화'가 아니라 '어르신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영원한 현장맨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는 국학원장 대행에서 국학원 상임고문으로 활동의 자리를 옮겼다. 한민족역사문화공원장 역할은 계속 그의 몫이다. 국학의 최일선에서 언제나 칼럼으로 강연으로 현장을 누볐던 현장맨 그의 행보는 앞으로도 현재 진행형이다.
 

글/사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