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환관인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고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권세를 함부로 휘두르며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였다는 의미이다. 응답한 724명의 교수 중 27.8%의 선택을 받았다. 조고는 기세가 오죽 등등했기에 진실을 가리고도 그렇게 당당했던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는 현 정국의 모양새와 다르지 않다. 상반기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해피아(해양수산부 + 마피아)를 비롯한 관료들의 부패가 불거졌다. 군 폭력 문제를 덮으려던 상부의 움직임이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으로 나라가 들썩였다.

각종 사건사고가 터졌던 2014년도 저물고 곧 새해가 다가온다. 2015년에는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 비전으로, '신뢰받는 정부'를 추진 기반으로 명시했던 박근혜 정부도 3년차에 들어선다. 중반에 들어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어떠한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천6명을 대상으로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처음으로 40% 이하를 기록했다. 최근 다섯 정권에서 16대 노무현, 14대 김영삼의 뒤를 이어 낮은 수준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60%가 긍정평가를 했지만, ‘공직자 인사’에는 가장 낮은 14%만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비선라인 인사개입 논란을 비롯해 집권 초기부터 야기된 인사문제가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준 탓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다소 상승했으나 아직 지지율 회복에는 갈 길이 멀다.

‘지록위마’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정부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의 목표인 ‘국민 행복’을 달성하려면, 3년차를 앞둔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공감을 사는 인사와 정책을 실행하여야 한다. 루돌프가 눈에 띄는 계절, 정부는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하는, 진짜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