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의 역사적 실재성을 입증하는 유적지가 외국 기업의 자본으로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국학원, 한민족사연구회를 비롯한 150여 시민단체가 규탄 행사를 연다.

춘천 중도(中島)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공동대표 장영주, 민족단체협의회 상임공동회장 등)는  오는 23일 오후 2시 30분에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개발저지 범국민운동 발대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강원도 춘천시는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멀린 그룹이 운영하는 레고랜드는 중도에 어린이 장난감 레고 블록을 주제로 한 놀이공원에 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으로 부동산 개발 업체 엔티피아를 중심으로 LL개발(특수목적 법인)이 레고호텔, 워터파크, 스파시설, 대형아울렛, 푸드코트 등 관광, 문화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춘천 중도에서 고조선 유적과 유물이 대규모로 발굴됐다. 10월부터 발굴조사한 중도유적에는 고조선시대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취락, 묘역, 공방지, 밭유구 뿐만 아니라 집단 내 수장의 존재를 알려주는 청동기와 일반주민의 생활을 보여주는 토기와 석기 등도 함께 출토됐다. 
 
이렇게 취락, 묘역, 밭 등이 종합적으로 갖추어진 복합 생활 유적이 발견된 예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어 그 보존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유적은 대형 환호취락과 고도로 밀집된 주거지, 고인돌 등을 비롯하여 당시 생업활동을 엿볼 수 있는 공방지와 밭유적, 토갱 등 총 1천 400여 기의 고조선시대 유구 등 각종 청동기, 토기, 석기 등이다.
 
고인돌은 한반도 중남부에서 자주 보이는 개석식뿐만 아니라 최근 진주 등 영남지역에서 나오는 묘역식이 함께 나타나고 있어서 남만주와 한반도에서 발전한 고인돌 연구에도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유물은 비파형동검과 선형동부라고 하는 부채모양의 청동도끼이다. 이것은 수장급의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당시 이 지역에 고도로 발전된 정치체가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학계는 이 정치체가 고조선시대 예맥(穢貊)에 속한 소국인 '맥국(貊國)'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문화재청은 공청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고 역사학계나 시민들에게 비공개로 레고랜드 개발을 신속히 허가했다”라며 “최대의 고조선 유적지가 수익성을 앞세운 외국 투자자본에 무참히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