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법은 '남들 하는 대로 하기'였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도 다른 엄마들이 보내니까, 보윤이 친구들이 가니까 보냈다. 부모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수월하던 아들에 대한 나의 교육법은 보윤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학교에 다녀온 뒤로는 늘 방에서 잠만 자는 무기력한 아이를 보면서 답답함이 날로 커졌다.

대화를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윤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해서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조금만 건드려도 터져버리는 아이를 보면서 가족 모두 참 많이 힘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통할 수 있을지를 몰라 아이와 나의 관계는 늘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보윤이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텐데,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김현정 씨(좌)와 아들 유보윤 군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던 보윤이와의 평행선에 접점을 만들어준 것은 보윤이의 할아버지였다. ‘인성영재’ 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가 보윤이에게 먼저 학교 입학을 제안하셨다. 할아버지에게 보윤이는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얼굴 보기도 힘들게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로 파고들던 손자였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꿈이 없다며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있는 손자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이었다.

'학생 스스로 선택하고 또 책임지는 학교’라는 말에 보윤이도 의지를 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친구들이 가니까 가는 학교가 아니었다. 부모가 가라고 해서 가는 학교도 아니다. 할아버지가 소개해주셨지만 보윤이가 고민하고 스스로 선택한 학교다. 다니고 있던 학교를 1년간 쉬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와 남편은 아들이 의지를 내는 모습에 믿고 입학할 수 있도록 응원했다.

인성영재를 기르는 학교에 입학한 뒤 보윤이를 보면서 이미 모든 답을 보윤이가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매사에 의지나 의욕이 없고 꿈이 없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인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학교에 다니면서 활기차게 해나가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껏 나의 불안감 때문에 이것저것 못 하게만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보윤이가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엄마인 내가 지레 겁먹고 아무것도 못 하게 했다는 생각에 무척 미안하기도 했다.

▲ 2014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발표하는 유보윤 군 [사진=강만금 기자]

수학영재도, 과학영재도 아닌 인성영재를 키우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1기생인 보윤이는 이제 자기 방문을 열고 세상으로 큰 걸음을 뗐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 의지를 내고 선택하고 있다. 나아가 스스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아들이 특별한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온 가족이 학교를 주제로 참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보윤이 역시 1년 전만 해도 제 방에서 꼼짝 않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먼저 나와 남편을 찾고 또 적극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는 행복이고 기쁨이다.

예전처럼 남들 하는 대로, 옆집 엄마가 시키는 대로, 보윤이 친구들이 하는 대로 따라갔다면 지금의 이 행복은 없으리라. 인성교육을 통해 나는 아이 안에 모든 답이 있고, 아이 스스로 그 답을 찾고 이뤄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믿고 선택했기에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