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10시 5분. TV를 보던 김미선 씨(가명, 32세)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눈은 TV를 보지만 마음은 내일 아침 주간회의 테이블을 서성인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진다. 개그콘서트가 끝나자 김 씨는 우울함과 좌절감에 휩싸인 채 무거운 발걸음을 방으로 옮긴다.

불안, 걱정, 욕심, 짜증, 질투, 허세,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품고 사는 못난 마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선승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스노 순묘는 신간<9할, 걱정하는 일의 90%는 일어나지 않는다>에서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못난 마음 리셋법'을 전하고 있다.

 

저자는 불안해하는 마음, 걱정하는 습관, 욕심내는 습관, 질투하는 습관, 짜증 내는 습관, 허세를 부리는 습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습관 등의 일곱 가지 마음을 번뇌라고 명명했다. 이 마음 습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또 중요한 일을 망치고, 소중한 인간관계를 잃게 한다.

마스노 순묘는 이 못난 마음 습관들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번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생활 자세를 소개한다. 자신의 물건 중 딱 하나만 포기해 보기, 나만의 생활 규칙 정하기, 혼자 지키기 어렵다면 함께할 친구 구하기,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반드시 현금으로 사기, 출퇴근길에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보기가 그것이다.

1장과 2장은 각각 불안과 걱정을 줄이는 방법을 다룬다.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둘 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으로 실체가 없다는 점은 같다. 불안이 현재나 먼 미래에 대한 것이라면, 걱정은 아주 가까운 곳 혹은 가까운 미래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저자는 불안과 걱정을 줄이는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3장은 욕심내는 습관, 4장은 질투를 줄이는 법, 5장은 짜증 내는 습관, 6장과 7장은 허세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다룬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실용적이라는 점이다. 못난 마음의 문제, 즉 번뇌의 원인이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보다는 번뇌를 줄이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야 할 일은 매일 생깁니다. 이 일도 해야 하고, 저 일은 오늘 안에 끝내야 합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먼저 골치 아픈 일부터 끝마치십시오. '어떻게 할까? 하기 귀찮은데….' 라고 생각할 여유가 있으면 당장 행동하십시오. 뒤로 미루지 말고 제일 먼저 처리하십시오. 시간을 이렇게 활용하면 스트레스가 놀랄 만큼 줄어듭니다." _ 5장 「짜증 내는 습관」 본문 중에서

게다가 저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불안이나 걱정 등 부정적 감정을 다른 심리학이나 신경과학 서적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제안들 중 단 하나라도 진심으로 실천해보면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스노 순묘 지음, 김정환 옮김 ㅣ 담앤북스 ㅣ 208쪽 ㅣ 13,000원


글.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