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스피릿은 11월 한달 동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신채은 학생의 미얀마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3편 [문화] 사람들의 정성이 모여 문화는 전통이 된다

미얀마에 오기 전, 우리와 다른 미얀마만의 문화, 생활방식 등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무엇보다 내게는 첫 해외여행이다 보니, 다른 문화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다.

‘문화교류’를 위한 여행이었지만 미얀마의 모든 문화를 체험하고 교류할 수는 없었다. 4박 5일이란 짧은 기간 동안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기간도 짧고 둘러본 곳도 많지는 않았지만, 처음 접해보는 다른 나라의 문화가 미얀마여서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미얀마의 문화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미얀마의 거리, 사진 속 스님이 보이지 않지만 미얀마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다양한 스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행 중 가장 먼저 보았고 또 많이 접한 미얀마의 문화는 종교였다. 길거리에서도 흔히 미얀마의 종교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 중에서도 특히 불교 문화가 많았다. 미얀마가 불교국가는 아니지만, 전체 인구의 89.4%가 불교도일만큼 그들의 불교문화는 강력하다.

길거리에는 맨발로 다니는 승려들이 일반인들 속에 섞여 생활하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스님, 공양하러 다니는 스님 등 미얀마에서 불교는 일상생활의 일부였다. 내가 평생 살면서 볼 스님들을 양곤 길거리에서 다 본 것 같다. (^^) 내가 체험한 미얀마의 불교문화 중 가장 의미 있고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 쉐다곤 파고다 입구 모습, 양쪽에 있는 사자상(싱아상)이 파고다를 수호하고 있다. 규모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키가 작은 나 대신 키가 큰 친구가 사진을 대신 찍어주었다.

우리는 종교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쉐다곤 파고다(불교사원)에 다녀왔다. 사원 입구는 인간이라는 존재인 내가 위축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으리으리했다. 입구에서부터 미얀마 불교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쉐다곤 파고다에 들어가려면 신발과 양말은 벗어야 하고 하의는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긴 옷을 입어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그들만의 규칙으로 문화에 대해 예의를 차리는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미얀마 불교사원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요일에 해당하는 신(神)이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요일의 신에게 기도를 하고 요일에 따라 이름을 짓는다고 한다. 나는 내가 태어난 요일도 모르고 있었는데 미얀마에선 요일의 신까지 모시고 있다니. 그들과 내가 중요시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에서 미얀마와 나의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미얀마 말로 ‘쉐’는 황금을, ‘다곤’은 언덕을 뜻한다. 즉, 쉐다곤은 ‘황금의 언덕’이라는 의미이다. 이름에 걸맞게 황금빛으로 가득한 그곳은 거대하고 웅장했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실제 같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이 떡! 하고 벌어지는 규모였다. 그곳에 가기 전, 까불거리던 나의 행동도 움츠러들고 조심스러워질 정도였다.

▲ (왼쪽 사진) 쉐다곤 파고다, 양곤 모든 시내에서 보일 정도로 크다고 한다. 내가 묵었던 호텔 식당 창문에서도 쉐다곤 파고다가 보였다. (오른쪽 사진) 쉐다곤 파고다 안, 미얀마 사람들의 모습. 경건한 분위기 속 조용한 미소와 웃음이 가득하다.

그런 나와 달리 미얀마 사람들에게 거대한 쉐다곤 파고다는 아주 친숙해 보였다. 사원 속 데이트를 하는 청춘 남녀, 소풍 하러 온 가족 등으로 사원은 북적였다. 마치 우리나라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미얀마 사람들에게 쉐다곤 파고다는 친근하고 익숙한 곳처럼 보였다. 그들에게는 종교가 일상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쉐다곤 파고다를 구경하던 중, 어떤 한 광경을 보고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것은 미얀마 여자들이 줄을 맞춰 빗자루로 사원 바닥을 쓰는 장면이었다. 사원 바닥을 쓰는 사람들은 내 또래로 보이는 학생들부터 할머니까지 연령이 다양했다. 바닥을 쓰는 것을 보고 왜 멈췄는지 의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광경 속에서 자신의 문화를 존중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화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나이에 상관없이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어마어마한 밥통, 목에다 맨 스카프는 공양할 때 스님에게 불교의 예를 갖추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 왼쪽이 나. [사진제공=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또 있었다. 우리는 색다른 체험을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스님들이 공양하는 장소로 갔다. 공양하는 곳에는 굉장히 큰 밥통과 밥통 가득 담긴 밥, 그리고 스님들에게 공양하기 위해 새벽까지 밥을 준비한 미얀마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스님들이 경건한 분위기로 공양을 받으러 왔다. 미얀마 사람들은 정성스럽게 지은 밥을 스님들의 탁발 하나하나에 담아주었다. 매일 하루에 600명의 스님이 공양을 받으러 온다고 한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600인분을 준비하고 스님들에게 정성스럽게 공양하는 미얀마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탄했다. 그 마음을 느껴보고자 우리도 스님에게 공양하는 것을 체험해 보았다. 밥을 담아주는 그릇이 너무 뜨거웠지만, 마음을 모아 담아드렸다. 그들의 문화를 나도 함께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 (위 사진) 탁발공양을 받으러 온 동자승들, 공양을 받기 위해 키 순서대로 줄을 서는데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아래 사진) 스님들에게 공양해주는 장면, 밥풀을 실수로 흘릴 때 마다 밥풀을 다시 줍고 싶을 정도로 정말 아까웠다. [사진제공=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얀마를 다녀오기 전에 나는 우리의 문화의 자부심을 느끼며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나는 자부심만을 가졌을 뿐 우리 문화를 위해 실천하고 행동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그 실천을 미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얀마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떤 종교를 갖고 있든, 미얀마 사람들의 그 따뜻한 마음씨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얀마 사람들을 보며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미얀마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존중하는 것 또한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계기로 한국의 문화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었다. 내가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신채은 학생기자의 특별한 미얀마 여행기] 클릭클릭! 

[1] 시작 ... 세상으로의 첫걸음을 내딛다 

[2] 만남 ... 미얀마 사람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다 

[3] 문화 ... 사람들의 정성이 모여 문화는 전통이 된다

[4] 사람 ...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과 하나되기

[마지막] 변화 ... 따따(안녕) 미얀마! 그리고 새로운 시작

 

 

글/사진. 신채은 희망기자 codms0622@naver.com
사진제공.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