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스피릿은 11월 한달 동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신채은 학생의 미얀마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 편집자 주

 

2편  [만남] 미얀마 사람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다

사실 여행을 가기 전 나는 미얀마라고 하면 코끼리나 외국인 노동자, 까무잡잡한 피부, 동남아 사람이라는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미얀마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여행의 타이틀이 '문화교류' 인 만큼 현지인들과 여러 주제로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그저 단순히 즐기고 구경하는 관광이 아닌 미얀마 사람들의 문화와 상황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소통'하는 여행이었다.

미얀마 사회는 풀리지 않은 다양한 문제들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는 미얀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현지인과의 만남을 자주 가졌다. 그들과의 소통에서 나는 정말 큰 선물을 받고 왔다.

▲ 미얀마에 도착해 처음으로 만난 미얀마 사람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들과의 만남으로 이렇게나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올지 몰랐다. [사진제공=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만남 하나.
낯선 나라의 상황과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다

‘따비에'는 미얀마 학교의 재정을 지원하고 군부독재에 반대하며 미얀마의 교육과 정치의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국제 NGO단체이다. 우리는 따비에를 방문하여 이 단체의 대표인 마웅저 선생님에게 미얀마의 상황과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미얀마는 지금 군부독재와 심각한 물가상승,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 등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마웅저 선생님은 현재 미얀마의 상황이 1960년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처럼 미얀마도 식민지 시절을 겪었고 군부의 독재정치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 사람들은 특히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얀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겪었던 아픔을 똑같이 겪고 있다니, 뉴스에서만 보았던 다른 상황에 놓인 그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얼마나 민주주의와 자유가 간절할까. 따비에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나라의 평화와 자유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졌다. 사회에 큰 관심도 없었고, 사회적인 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미얀마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 '따비에' 마웅저 선생님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이와 함께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내가 당연시하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소중한 무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내가 처한 상황에 불평과 불만이 많았고 무엇이든 만족하지 못했던 나에게 이런 마음은 처음이었다.

 

만남 둘. 낯선 나라의 아픔을 공감하며 나를 돌아보다

우리는 FPPS라는 단체의 사람들도 만났다. FPPS(Former Political Prisoners Society)는 미얀마의 ‘8888 민주화 운동’에서 투쟁을 하다 투옥된 적 있는 이들의 모임이다. 이 단체는 미얀마 사회와 평화를 위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한다. 언뜻 들으면 ‘범죄자’ 같이 들리지만, 우리나라 상황을 들어 설명하자면 민주화 운동가, 독립운동가를 칭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체 사람들은 자유, 평화를 위해 청춘을 감옥에서 보냈다. 감옥에서는 그 어떤 범죄자들보다 참혹한 고문을 많이 받았던 이들이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았지만 다시 사회로 나와 그들은 미얀마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

▲ FPPS를 방문하여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나는 나라를 위해 나의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 끔찍한 고통을 겪고도 또다시 평화를 위해 활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그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고문을 당하면서 마음은 더 강해졌고 몸은 고통이었지만 마음과 정신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라고 했다. 미얀마 사람들이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는지 다시 느끼게 되었다.

‘만약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할 용기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다시 나라를 위해 활동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용기를 낼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미얀마 사람들의 눈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알 수 있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몸부림과 투쟁 그리고 그들이 보낸 청춘과 시간, 어떠한 것 하나 쉽지 않다는 것을. 지금 내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결코 쉽고 당연하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나에게 역사란 지겨운 수업시간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나에게 역사책 한 페이지 또는 그저 점수를 따야 할 시험문제였다. 그런데 책으로 아는 것과 직접 보고 듣는 것은 달랐다. 미얀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내가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역사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소설처럼 멀고도 먼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에 살아 숨쉬는 현실임을 알게 되었다.

▲ FPPS 사람들과 함께 [사진제공=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미얀마의 오기 전, 낯선 나라의 정치와 역사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나에게 역사시간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처럼 어려운 숙제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미얀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록 나의 배움과 깨달음은 커졌다. 미얀마에 가지 않았다면 평생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나에게 많은 것은 선물해준 미얀마가 무척 고마웠다.

[신채은 학생기자의 특별한 미얀마 여행기] 클릭클릭! 

[1] 시작 ... 세상으로의 첫걸음을 내딛다 

[2] 만남 ... 미얀마 사람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다 

[3] 문화 ... 사람들의 정성이 모여 문화는 전통이 된다

[4] 사람 ...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과 하나되기

[마지막] 변화 ... 따따(안녕) 미얀마! 그리고 새로운 시작

 

 

글/사진. 신채은 희망기자 codms0622@naver.com
사진제공.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