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중금속 납이 신장에 손상을 끼치는 기전을 밝혀냈다. 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만성신장질환을 향후 제어할 수 있는 예방ㆍ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약대 정진호 교수 연구팀은 혈액 내의 납은 99% 이상이 적혈구에 축적되는 것에 착안하여 연구한 결과, 납이 적혈구와 신장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쳐 신장독성을 유발함을 규명하였다.
혈중 납 농도가 높아지면 적혈구 세포막 표면에 포스파티딜세린이 노출되고, 신장에 있는 신세뇨관세포는 이러한 적혈구를 제거하는 식세포 작용을 하게 되며, 신장 안으로 들어온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적혈구 헤모글로빈 내의 철(Fe)이 신장에 축적됨을 밝혀냈다.
철이 신장에 축적되면, 신장세포에 산화적 스트레스를 일으키며, 그 결과 신장에 손상이 생기고, 만성신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포스파티딜세린(Phosphatidylserine, PS, 인지질)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로서 정상 시에는 주로 세포내막에 존재하지만 활성화되면 세포외막(표면)으로 노출된다. 신세뇨관세포(Renal tubular cells)는 신장 세뇨관을 구성하는 세포로서 주로 재흡수와 배설 두 가지 기능이 알려져 있으나, 이번 연구에서 식세포활동에도 관여함을 밝혀냈다.
이 연구성과는 증가하는 만성신장질환과 혈중 납 농도 간의 관계 규명, 적혈구와 신장 간의 상호작용 조절 등으로 만성신장질환을 제어하는 예방ㆍ치료법 연구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해 중금속인 납(Pb)은 인체에 축적되면 신경계, 순환계 이상과 성장 지연 등 많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 로마제국 멸망의 원인으로 주장되기도 한다.
인체의 주요 위험물질 2위로 꼽히는 납은 대기, 토양, 생활환경 등 다양한 경로로 인체에 노출되며, 페인트, 안료ㆍ염료 등의 주원료로 장난감, 학용품, 화장품 등을 통해 어린이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국제적 가이드라인은 정상성인 기준 ‘혈액 내의 납 농도 10μg/dL 이하’이다.
하지만, 역학조사를 통해 5μg/dL 이하 농도에서도 납이 만성신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지만, 신장독성을 유발하는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서울대 약대 정진호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고 연구결과는 환경분야 국제 학술지 엔바이런멘털 헬스 퍼스펙티브*(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온라인판 10월 10일자에 게재되었다.
(논문명 : Erythrophagocytosis of Lead-Exposed Erythrocytes by Renal Tubular Cells: Possible Role in Lead-Induced Nephrotoxicity)
연구책임자인 정 교수는 "국내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15%이며,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납 노출과 신장질환의 상관성 검토와 납의 관리방안 제시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