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바로잡는 데 1년이 걸렸다. 지난 10월 31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 오류를 공식 인정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6일 평가원이 패소한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제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 학생을 구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수능에서 세계지리를 선택한 수험생은 3만 7,684명으로 이 중 8번 문항 오답자는 1만 8,884명, 50%에 가까운 학생이 해당한다. 이들을 모두 정답 처리해 성적을 재산출하면 4,800여 명의 학생이 등급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불합격한 수험생 중 재산출한 점수로 합격기준을 충족하면 추가 합격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하향 지원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든다 해도 문제 오류로 재수를 하거나, 학교를 하향 지원해야 했던 학생들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겠는가. 또 수능시험을 불과 2주를 앞둔 상황에서 각 대학은 2015년도 입학전형과 함께 전년도 입학전형도 다시 진행해야 한다.

수능문제 출제는 교수·교사로 구성된 출제위원이 하고, 현직 교사들이 검토위원으로 출제문제를 검토한다. 출제위원이 문제를 만들면 이를 검토위원들이 오류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지난해 출제과정에서 이미 8번 문항은 검토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에서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으로 오류가 없다고 넘겼다. 문제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상당수가 특정 대학의 사범대 출신들로 구성되어 선후배끼리 문항 오류를 지적하거나 반대의견을 내기 힘든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검토위원들 역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주장하지 못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학연·지연의 줄세우기 풍조, 원칙이 사라진 사회 분위기에 피해를 본 건 12년을 공부하며 준비한 1만 8,000여 명의 학생들이다. 이번 사태는 학계와 평가원의 견고한 ‘교피아(교육관료+마피아)’가 수능문제 오류를 낳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피아가 존재하는 한 이런 문제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사회구조 속에 양심을 가진 어른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우리 청소년들이 앞으로 마주칠 사회의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수능시험 나아가 입시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실행능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