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곳곳에서 예의범절이 무너졌다는 말이 들린다. 부모와 자녀 간에, 학생과 교사 간에 가장 기본적인 예절이 무너지고 있다. 자녀는 부모를, 학생은 교사를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야단을 치거나 체벌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과거 우리 선조들은 자녀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훈육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예절 교육은 인간됨됨이를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과정이었다. 과연 선조들은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쳐 바르고 참된 인성을 심어주었을까. 
 
‘세 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어렸을 때 가르침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우리 조상들은 세 살이 되면 말귀를 알아들으므로 버릇들이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때 기본 생활습관 훈련으로는 수저 사용법, 어른에게 대답하는 법, 혼자서 옷 입는 법들을 가르쳤다. 
 
예절을 중시하는 가정에서는 먼저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법을 가르쳤다. 특히 대여섯 살 정도가 되면 아침, 저녁에 집안의 어른들께 문안인사를 드렸다. 인사법을 따로 가르치기도 하지만, 부모나 형, 누나가 하는 행동을 보고서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나 조부모님이 먼 여행을 떠나실 때, 친척 어른을 오랜만에 뵙게 될 때도 인사를 드렸다. 설이나 한가위 등 명절 때는 가족 친지는 물론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큰 절을 올렸다. 제례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상을 향해 어른들이 고개 숙여 큰절을 하고 잔을 올리는 모습은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었다. 
 
▲ 전통사회 아동의 예절교육은 집안의 어른뿐 아니라 마을의 주민이 함께 했다
전통 사회의 유아교육에서 사용된 주된 방법은 본보기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그들의 역할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졌다. 유아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든 발달과 형성의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모방성이 강하다. 따라서 부모의 말과 행동이 어떤 가르침보다 중요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모전여전(父傳子傳)이라는 표현은 이를 잘 말해준다.  
 
아동 훈육의 일차적 책임자는 부모였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원칙적으로 가르쳤고, 어머니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았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 엄부자모(嚴父慈母)이다. 형제들끼리 싸울 땐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께 고할 테다”라고 하면서 아버지의 권위를 인식시켰다. 이는 자연스레 부모를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말을 안 듣거나 버릇없는 자녀에게는 매질로 가르쳤다. 잘못해서 매를 맞는 경우에도 아이가 손수 회초리를 준비해 오게 했다. 부친이 아이에게 아비를 때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상의 묘소에 엎드려 “아버님, 불효 소생이 자식을 잘못 가르쳤으니 어찌하오리까?” 라면서 통곡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하여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곤 했다. 이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부모는 물론 조상님들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었다. 
 
또한, 어른들은 아이에게 부모에서 조상으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가르쳤다. 벼슬의 높고 낮음보다는 덕행을 중심으로 한 가족사였다. 주로 선대조상의 효행, 충성, 우애와 관련된 덕행을 자손에게 알려 주었다. 누가 자신에 대해서 정보를 물으면 선대 조상의 이름자와 덕행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을 소개하였다. 이러한 육아방식은 조상에 대한 의무요, 존경의 태도를 키우는 효(孝) 교육이었다. 
 
전통 가정에서는 경어(敬語)의 사용도 대단히 강조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존댓말이 익숙해지도록 지도했다. 아이가 일곱 살 경에 이르면 “진지 잡수세요” “편안히 주무셨사옵니까?” 등 경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아이가 욕을 하면 ‘그런 나쁜 말을 하면 상놈 된다’고 꾸지람했다. 부모는 아이에게 고운 말을 쓰도록 하여 예의와 인품을 가르쳤다.  
 
가족의 단위가 점차 핵가족화 되고 있다. 집에서는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고 부모가 아이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맬 때가 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야단을 안치고 무조건 감쌀 때가 많다. 심지어는 돈을 줘서 해결하려는 부모도 있다. 이러한 부모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예절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 나는 누구이고, 조상님은 누구이며, 부모님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에게 인성을 심어주려면 어른부터 인성을 실천해야 한다. 
 
[인성기획] 다음에는 우리 선조들의 '밥상머리 교육과 인성'이 이어진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 | 참고. <한국의 전통육아(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