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학술원은 17일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한민국학술원(이하 학술원)은 지난 17일 학술원(서울 반포구) 대회의실에서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Convergence of Science and Technology with Humanities)’이라는 주제로 제41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1961년부터 시작된 학술원이 주관하는 국제학술대회는 최근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및 창의적 인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진행됐다.

권숙일 학술원 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몇년 전부터 학문간의 ‘통섭’ 또는 ‘융합’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지도자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지닌 인재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학술대회가 학문적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학문간 융합을 위한 실천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덕용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장(포항공과대학교 부이사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시도한 국내ㆍ외의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서로의 결과와 주장에 대해 배우고 한편으로는 끝없는 반론을 제기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학술대회의 첫 번째 세션은 신경과학과 인간행동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호주 멜버른 대학의 닐 레비(Neil Levy) 교수는 ‘신경과학이 철학문제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레비 교수는 인지과학, 철학, 사회심리학, 정신과학에 관한 실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경과학을 이용해 인간행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의 한계를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신경경제학: 경제학과 신경과학으로부터 의사결정에 대해 통찰을 얻다’는 주제로 발표했다. 다양한 환경에서 네 가지 사료(飼料)를 선택하도록 한 동물 실험에서 각 동물들이 습관과 개별 선호도에 따라 사료를 선택했다는 결과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중독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최근 물리학의 중요한 주제인 복잡계(complex system)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김승환 포항공과대학 교수는 ‘복잡계과학과 의식’이라는 주제로 뇌와 의식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했으며, 특히 마취와 의식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최무영 서울대학교 교수는 ‘사회현상의 복잡계 관점:교통 그물얼개와 트위터 동역학’이라는 주제로, 수도권 전철 및 버스 등 교통 그물 얼개에서 승객의 흐름, 트위터의 정보공유 자료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현대 사회에서 다양하고 근원적인 자연과 사회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복잡계 관점과 정보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세 번째 세션은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 필요한 이유와 그 위험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송준화 KAIST 교수는 ‘생활밀착형 모바일 컴퓨팅을 위한 연구’라는 주제로, 언어 지체 아동의 치료를 위해 부모에게 토크베러(TalkBetter)라는 모바일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한 사례를 발표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컴퓨터가 우리 일상 안에서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데보라 피츠제럴드(Deborah Fiyzgerald) M.I.T. 학장은 ‘과학과 인문의 만남:그 전망과 위험’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편안한 학문 추구를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과학과 인문학 간의 실질적인 융합에 대해 가르쳐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어떻게 자연계의 지식을 인간계의 지식과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와 어떻게 우리 젊은이들이 이와 같은 융합의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심할 때”라고 발표했다.

학술원 관계자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철학, 물리학, 인지과학, 전산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ㆍ외 전공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한 내용들이 학문간 융합과 통섭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사회에 좋은 시사점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학술원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국내ㆍ외 석학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