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경화는 중국의 부상과 한일역학관계의 변화에 있다. 이어 중산층의 몰락과 노령화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회적 불안이 있다. 이를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표현한다."

국학원(장영주 원장대행)은 14일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서울 종로구 사간동)에서 제135회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이성환 계명대 일본학과 교수는 ‘전쟁국가 일본’을 주제로 발표했다.

▲ 이성환 계명대 교수가 국학원 135회 국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강자에 편승하는 나라

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부터 1945년까지 전쟁의 시대였다. 77년간이다. 이후 현재까지 평화의 시대다. 일본은 근대부터 지금까지 절반 이상을 전쟁 속에서 살았다. 이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벌인 나라가 일본이다. 왜 이렇게 전쟁을 했는가? 한 두 번의 전쟁은 권력자의 의지나 시대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연속적으로 전쟁한 원인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일본의 국가적 특질에서 그 배경이 있지 않을까? 일본 문화 속에 그런 요소가 있지 않을까? ‘강자에게는 따르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힘 센 사람에게 덤비지 말라는 뜻이다. 반대도 성립된다. 따라서 일본은 철저히 힘의 논리가 움직이는 사회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혁명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쿠데타가 없었다. 왜 그럴까?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싸움에서 지면 어떻게 하는가? 도망가면서 두고 보자고 한다. 굴복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은 지면 끓어 앉아버린다. 두고 보자는 말이 없다. 우리나라는 혁명도 쿠데타도 많았다. 역동적이다. 반면 일본은 그런 것이 없어서 정적이다.

왜 그러냐? 일본의 무사(武士)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되어왔기 때문이다. 또 섬이기 때문에 도망갈 곳이 없다. 우리는 중국으로 도망가면 된다. 지형적인 차이와 문화적인 차이가 있지 않은가? 힘이 센자가 최고다. 일본문화의 정수다.

새뮤얼 헌팅턴은 ‘일본은 강자에 편승하는 나라’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영일동맹, 일독동맹, 미일동맹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영국이 강한 시기, 독일이 강한 시기, 미국이 강한 시기에 동맹했다.

전쟁으로 돈을 벌다!

일본은 전쟁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 1차 세계대전 이전은 10년 주기설로 설명한다.

시모노세키 전쟁(1864)-대만정벌(1874)-한국의 갑신정변(1884)-청일전쟁(1994)-러일전쟁(1904)-1차 세계대전(1914)

1차 세계대전 이후는 거의 5년마다 전쟁을 치렀다.

시베리아 출병(1918)-산둥반도 출병(1927)-만주사변(1931) 중일전쟁(1937)-태평양전쟁(1941)

그런데 만주사변은 5개월 만에 끝난다. 청일전쟁은 8개월이다. 러일전쟁은 15개월이다. 1차 대전은 4개월밖에 안 된다. 일본은 1년 이상 전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단기전이다. 길게 가면 지는 것이다. 인구도 적고 자원도 부족하고 세계를 상대로 전쟁할 수 없는 나라다.

일본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5대 강국으로 부상한다. 전쟁을 통해서 성장한 나라다. 군사력 발전주의라고 한다. 

개인 간의 싸움은 많이 다친 사람이 돈을 받는다. 하지만 세계대전에서는 지는 나라가 무조건 돈을 물었다. 이긴 나라가 돈을 받았다. 전쟁을 잘하면 국가가 돈을 벌 수 있었다.

청일전쟁이 끝나고 일본은 전비 1.5배의 배상금을 받았다. 대만도 받았다. 러시아는 배상금을 주지 않았다. 대신 식민권의 양보를 얻었다. 조선과 만주다.

일본은 1차 세계대전에서 전쟁 물자를 수출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독일 식민지를 승계했다. 섬나라에서 중국 본토로 생활권이 확대됐다. 아시아의 맹주였다. 이어 한국전쟁은 특수였다. 만약에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일본의 전후복구가 이렇게 빨리 이뤄질 수 없었다. 미국에서 공급할 물자를 일본에서 가져왔다. 베트남특수를 거쳐 고도성장을 이뤘다.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다.

▲ 이성환 계명대 교수가 국학원 135회 국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한반도는 일본을 겨눈 비수

일본은 조선의 안전이 자국의 안전이라고 본다. 이를 주권선과 이익선으로 설명한다. 주권선이란 주권이 미치는 범위이고 이익선은 주권선의 안보에 밀접한 관련을 가진 지역을 말한다. 이익선을 확보해야 주권선이 안전하다. 이익선은 조선이다. 조선을 확보하면 일본의 안전이 보장된다. 작은 원은 일본(주권선)이고 두 번째 원은 조선(이익선)이다. 세 번째 큰 원은 대동아공영권이다. 일본은 끊임없이 조선을 자기 영향력 안에 두려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1차적으로 몽골이 고려를 정복하고 일본을 정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폭풍이 불어서 배가 가지 못했다. 그때 불었던 폭풍이 일본을 지켜준 것이다. 일본은 신풍(神風)이라고 부른다. 조선이 다른 세력 하에 들어가면 일본이 영향을 받는다는 역사적 경험이 있다.

독일의 멕켈은 일본 육군대학교 교관으로 3년 동안 강의했다. 그는 떠나면서 ‘한반도는 일본을 겨눈 비수와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중심인) 일반적인 지도다. 방향을 틀어보면 어떻게 보일까? 중국에서 보면 비수와 같다. 가만히 놔두면 찔린다.

조선은 일본의 이익선이다. 일본 이외의 세력이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청과 러시아 세력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쫓아내야 한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이 그것이다.

 

▲ 이성환 계명대 교수가 국학원 135회 국민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전쟁범죄국가, 반성하지 않는 이유는?

일본의 우경화는 중국의 부상과 한일역학관계의 변화에 있다. 이어 중산층의 몰락과 노령화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사회적 불안이 있다. 이를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표현한다. 돌파구를 찾아야하지 않을까? 강한 일본은 언제였는가? 전쟁하던 때가 강했다. 시대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우경화다. 그런데 일본은 왜 전쟁을 일으킨 것을 반성하지 않는가?

첫 번째는 천황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천황은 절대자다.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책임을 질 수도 없고 지지도 않는다. 무책임의 논리다. 일본은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국조, 즉 가족주의 국가관이다. 한마디로 천황은 (봉건적 의미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술을 많이 먹고 행패를 부려도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버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술을 드셨다. 우리가 잘해야지.’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 가족들의 성의가 없으니 그랬다고 본다. 천황은 일본 국민에게 그런 존재다.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물어서도 안 된다. 확대하면 팔굉일우(八紘一宇)가 된다. 전 세계를 하나의 지붕 위에 둔다. 천황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2번째는 전쟁에 대한 피해자 의식이 강하다. 일본 국민은 200만 명이 만주에 있었다. 그 중 63만명이 러시아에 억류됐다. 1955년에 돌아왔는데, 그 중에 반 가까이가 죽었다. 또한 국민생활이 피폐했다는 점이다. 1933년 1인당 섭취열량이 일본은 60%이고 독일은 120%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 군사력은 강했지만 그 체제 속에 국민은 열악했다. 그 시대를 살았던 국민 또한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의식이 있다. 그래서 반성이 부족하다. 세 번째는 원자폭탄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해를 입은 나라다.

정리=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