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경제개발계획 수립, 과학기술 20년 장기종합계획 수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설립, 대덕연구단지 조성과 특정연구기관 육성, 제2차 과학기술장기계획 수립, 남극과학기지(세종기지) 건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개관, 기초과학육성과 우수연구집단 탄생…, 이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권원기(權原基) 전 과학기술처 차관(현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이사장).

권원기 이사장이 우리나라 경제발전과정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보낸 한국 과학기술과 함께한 35년의 여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책 제목은 ‘과학한국, 그 꿈을 위한 선택’(발간 디플랜네트워크).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싹을 띄운 1960년대부터 과학기술 정책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과학기술행정체계를 단단히 다져나가는 데 일조를 한 권 이사장은 "그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어 그간 과학기술 행정에 종사하며 곁에서 생생하게 봐온 과학기술 정책의 발전과정을 한 권에 담았다"라고 말한다. 

▲ 권원기 전 과학기술처 차관(한문화학원 이사장)이 한국과학기술과 함께한 공직 생활 35년을 정리한 회고록 '과학한국, 그 꿈을 위한 선택'을 펴냈다.

연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한 권 이사장은 1958년 3월에 공직을 시작하여 정확히 30년만인 1988년 3월에 그만두었다. 그는 1961년 27세에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발령받은 후 프랑스 유학을 다녀와 제2차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참여했고 이때 무엇보다 과학기술이 경제개발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했다. 그는 경제기획원에서 과학기술투자계획을 담당한 인연으로 새로 발족한 과학기술처에 몸을 담게 된다.

과학기술처에서 그는 1968년부터 1986년까지 20년을 기간으로 하는 ‘과학기술개발 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하여 과학기술입국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때 마련한 과학기술개발 장기종합계획은 연구개발의 추진, 과학기술인력의 양성, 기초과학과 이공계대학 육성, 자원개발, 기술도입, 국제기술협력 기술정보의 이용확산, 과학기술개발제도 등의 정책 수단을 제시하여 지금까지 모든 과학기술정책의 지침이 되고 있다. 이 종합계획을 수립한 공로로 권 이사장은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70년 과학기술처 인력담당관이 된 권 이사장은 특수 고급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특수대학원 설립을 주관하게 된다. 새로운 대학원의 설립에는 문교부와 거의 모든 대학이 반대했고, 특히 이공계 교수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권 이 사장은 이들을 일일이 찾아가 과학원 설립 이유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차근차근 설명했고, 동의를 얻어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침내 문을 연 것이 ‘한국과학원’(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다. 한국과학원 설립 과정에서 포항공대와 인연을 맺게 되어 원활히 개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권 이사장은 나중에 포항공대 초빙교수 임용되는데 2년간 학생들에게 기술경영학을 가르쳤다. 기술경영은 권 이사장이 국내 대학에 처음 개설한 과목이었다. 한국과학기술원 설립을 마치고 권 이사장은 미국 하버드캐네디스쿨에 유학하여 만학의 열정을 쏟아 부어 개발 경제학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그는 과학입국을 향한 새로운 도전으로 연구·학원단지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대표 연구·학원단지의 건설배경, 형태 및 운영 등을 조사 분석하고 기본 구상을 마련하고 관련 부처의 설득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예산 당국의 협조가 최대 관건이었으나 경제기획원은 무척이나 미온적이었다.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대통령을 움직이자!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연구단지 건설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가 열리고 온갖 정성을 다해 만든 계획을 종합기획실장이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했다. 열띤 토의 끝에 대덕으로 결정됐다. 이렇게 하여 대덕연구단지가 건설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그가 주축이 되어 숱한 난관을 극복하여 이룩해 놓은 일은 두 손으로 다 꼽을 수 없다. 그의 공직 생활은 척박한 땅을 맨손으로 파서 과학기술입국의 씨를 뿌린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그는 모든 열정을 다 쏟아 길을 만들고 인재를 양성했다.

과학기술의 위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권 이사장은 과학기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창조 경제가 국가 미래를 위한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융합의 시대를 의미한다. IT와 생명공학의 융합, 산학연의 융합, 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 등 각기 다른 분야가 서로 접목될 때 비로소 활짝 꽃피울 수 있는 것으로 바로 과학기술이 기저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주체가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시대에 권 이사장은 "이 책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도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과학한국, 그 꿈을 위한 선택’은 고위 관료의 회고록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사 또는 과학기술정책사를 증언하는 소중한 사료로 손색이 없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차근차근 설득하여 동의를 얻어내는 열정과 진지한 자세는 누구에게나 귀감이 될 것이다.

권 이사장은 과학기술처 기획관리실장, 과학기술심의실장 과학기술처 차관, 한구과학재단 사무총장, 포항공대 초빙교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한국과학기술교육대학교 제2~3대 총장을 지냈다. 현재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안전기술교육협의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