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인성’을 가르쳤다. 어른을 공경하는 가족 문화,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공동체 문화, 우리말과 우리글 속에 ‘인성’은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다. 특히 우리말을 돌아보면, 선조들이 자녀들을 가르쳤던 교육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우리말 중에는 특히 ‘철’자가 들어간 말이 있다. '철나다', ‘철없다’는 말이 있고, 또 계절이 바뀔 때 ‘철이 바뀌다’라고 한다.  
 
‘철'은 '차례[ㅊ] + 얼'의 축약형으로, ‘얼이 드는 차례(순서)’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철이 들다'는 표현은 곧, 얼이 영글었다(무르익었다)는 말이다. ‘철’은 계절을 가리키는 말(봄철, 여름철)로 쓰이면서, 사람에게 비유하여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지혜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철들다’ 혹은 ‘철나다’라는 말은 이제부터 제 몫을 할 수 있는 진짜 인간으로 성숙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철부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철’에다 알지 못한다는 ‘부지(不知)’가 합해진 말로 지혜나 사리 분별이 부족하다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할 때, ‘철났다’라고 함으로써 얼의 성숙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얼이 영글지 못해 사리를 분별할 줄 모른다면 아직 철부지다. 
 
그럼 어떤 것이 철나는 것일까. 철난 사람의 첫 번째 특징은 바로 ‘효’이다. 효자는 부모의 뜻을 헤아리고 효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아주 아름다운 전통 문화가 있다. 그것이 바로 ‘효’ 문화이다. ‘효’가 발전하면 ‘충’이 되고 충이 더 크게 발전하면 ‘도’가 된다. 충신(忠臣)은 나라의 은혜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고, ‘도인(道人)’은 우주를 생각하고 인류와 지구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효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이 사회에 ‘도리’가 무너지고 있다. 
 
정신이 바르지 못할 때는 ‘혼을 내라’
 
우리 선조들이 자녀를 철들게 할 때 쓰는 말이 있었다. 바로 ‘혼낸다’는 말이다. 잘못해서 호되게 꾸지람을 하거나 벌을 줄 때 ‘혼을 낸다’ ‘혼구멍을 낸다’ 라고 표현한다. 
 
혼의 의미가 무엇일까. 혼은 넋이나 정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정신이 나간 사람을 ‘혼이 나갔다’ 라고 하고, ‘혼비백산(魂飛魄散)’이라는 말도 있다.  
 
혼이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는 혼을 내줘야 한다. 혼이 드나드는 구멍으로 혼을 내서 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혼이 어디 있냐고 물을 때 가슴을 느껴보면 알 수 있다. 가슴에서 순수한 기쁨이 느껴질 때 혼의 감각이 살아난 것이다. 혼에서 나오는 기쁨은 이기심이나 소유욕, 명예욕의 기쁨이 아닌 큰 차원의 사랑, 감사, 포용의 에너지다. 그래서 혼의 감각을 깨우는 것은 바로 인간(人間)의 본성(本性) 즉 인성(人性)을 깨우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요즘은 혼을 내는 어른을 찾기 어렵다. 혼낼 줄 아는 어른은 사라지고 아이들의 혼은 점점 죽어간다. 
 
지금, 우리 자녀들의 교육을 돌아볼 때다. 혼을 살리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기심과 소유욕만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남보다 잘 사는 것이 최고라는 교육은 아이들을 철부지로 만들고, 뿐만 아니라 가슴의 혼을 죽인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나만 생각하고 이웃과 사회, 인류를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남과 더불어 사랑하고 존중하는 혼의 문화 속에서 자란 아이의 가슴은 살아있다.  아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부모부터 자신의 혼을 가슴으로 느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