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인간人間’은 원래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세상을 뜻한다. ‘홍익인간’은 ‘탐구인세’에서 비롯된 인간세계이자, 환인의 천상세계와 대립하는 천하세계 곧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상세계를 총체적으로 뜻한다. 따라서 홍익인간 이념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인류주의이다. 나아가 인간 세상의 삼라만상 전체를 이롭게 하는 지구촌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임재해 안동대학교 교수(사진)는 1일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1층 강당에서 국학원 주최로 열린 제31회 정기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홍익사상과 홍익문화의 우수성’을 주제로 4명의 발표가 진행됐다. 사회는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홍익인간의 주체, ‘환웅’

▲ 1일 ‘홍익사상과 홍익문화의 우수성’ 학술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임재해 안동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임 교수는 ‘홍익인간의 역사적 지속과 민속문화 속의 홍익문화전통’에서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홍익인간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세상을 훌륭하게 다스린 존재는 환인이나 단군이 아닌 환웅”이라고 주장했다.

환웅은 천제의 아들로서 천상세계의 삶을 누리는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지상에 내려와 인간세상을 구하려고 했다.

임 교수는 “다른 세계를 구하기 위하여 자기 세계에서 보장된 삶을 버리는 ‘이타적 세계관’의 실천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홍익인간 실현의 생생한 보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환웅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을 했는가?

임 교수는 3가지를 꼽는다. 1.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는 일, 2. 주곡·주명·주병 등 360여사를 주관하는 일, 3. ‘재세이화’하는 일이다.

첫 번째 구름과 비바람의 신을 거느린 것은 자연 기후를 알고 거기에 맞게 생활한 생태학적 삶의 실천이다. 두 번째는 곡식을 으뜸으로 주관하여 사람들이 먹고 살 식량 문제를 해결한다. 이어 사람들이 수명을 누리도록 질병을 다스리며, 형벌로 인간관계의 선악을 분별하도록 했다. 통치자로서 생활세계의 홍익인간 실현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인간, 생리적으로 건강한 인간, 윤리적으로 올바른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재세이화’는 천신처럼 떠돌아다니지 않고 세상에 붙박이로 거주하면서 이치로서 사람들을 교화했다는 것이다. 환웅은 자기 세계인 하늘에 머물면서 재천(在天) 이화(理化)를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재세(在世)’하면서 교화로 세상을 다스렸다.

더불어 사는 지혜, ‘윷놀이’

▲ 1일 ‘홍익사상과 홍익문화의 우수성’ 학술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그렇다면 홍익인간은 우리 문화에 어떻게 남아있는가? 이에 대해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사진)는 ‘윷놀이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윷놀이와 홍익인간사상’에서 “윷놀이는 수천 년 전 한반도에서 피어났던 천문학이 결집된 고대문명을 상징하는 우리 전통놀이문화”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윷에 담긴 의미로 4가지를 꼽는다. ▲간편성, ▲보편성, ▲철학성, ▲건전성 등이 그것이다. 간편성은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어깨너머로 구경해도 한 판만 돌아가는 것을 보면 다음 판부터는 선수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나 윷놀이를 즐길 수 있는 보편적 덕성을 가지며 화투나 트럼프와 비하면 건전하다. 

윷놀이는 판을 끝내면 승자도 패자도 없다. 한판 어우러지는 신명의 장으로 넘어간다. 치열하게 승부하지만 판을 걷고나면 인생을 달관하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렇게 쉽게 즐겁게 즐기면서 심신의 건강을 얻고 남들과 더불어 사는 지혜와 철학을 배운다면 이것이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길이 아니겠는가?”라며 “인터넷 게임중독에 찌든 현대의 청소년들에게도 윷놀이는 자연스럽게 건강과 교훈을 주는 세계적인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고대문화에 남은 홍익문화는?

김철수 중원대학교 교수는 ‘홍익문화와 일본고대문화 비교연구’를 발표했다.

기록을 보면 신무천황은 야마토에 도읍을 세우면서 “천신 곧 한반도에서 건너온 타카미무스비 신의 신위를 빌어 일본열도를 평정하고, 진실로 백성에게 이로움이 있다면, 어찌 대인이 행하는 일에 거리낌이 있겠는가. 일본열도를 하나로 통일하여 팔굉(천하)을 일우(一宇)로 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이러한 신무천황의 ‘팔굉일우’의 이념은 야마토 왜의 출발(조국肇國)의 정신이 되었고, 일본의 역사를 이끄는 근본적인 힘이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하면서 주변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야마토 왜의 정체성은 흔들렸고 이때 정권을 잡은 천무천황은 ‘새로운 천황’ 중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인은 자기정립을 위해 조직적으로 ‘韓(한, 가라)’의 흔적지우기를 행하면서 홍익문화도 사라졌다. 국가 최고신을 타카미무스비에서 천조대신으로 바꾸면서, 천조대신의 황손인 천황의 통치가 천지天地와 함께 영원하다는 ‘천양무궁의 신칙神勅’이 조국肇國의 정신이 되었고, 국시國是가 되었다. 신무천황의 ‘팔굉일우’의 이념도 일본을 중심으로 하여 전 세계를 통일한다는 의미로 바뀌었고 일본의 해외확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되었다.

김 교수는 “제국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홍익문화의 흔적이었던 팔굉일우 사상은 왜곡 재생산되어 군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바뀌어 갔다”라고 지적했다.

▲ 국학원은 1일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1층 강당에서 ‘홍익사상과 홍익문화의 우수성’을 주제로 제31회 정기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철수 중원대학교 교수, 김광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사회자 조남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임채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임재해 안동대학교 교수(사진=윤한주 기자)

남북통일은 홍익사상에서 찾아야!

김광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홍익사상과 남북대화합’에서 “진정한 통일은 나뉜 민족의 통합을 위한 마음과 심리적 프로젝트이고, 이념적 차원에서도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통일이념을 단군의 홍익인간사상에서 찾는다.

그는 “한민족에게는 홍익인간 사상이라는 정신문화유산이 면면히 존재해오고 있다”라며 “홍익사상은 남과 북이 국조로 인정하고 있는 단군의 건국이념일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중심가치인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남북에 의해 공유될 가능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