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젊음도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고전은 영원하다. 세월의 시련을 이겨낸 수많은 고전 속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한의학의 꽃 동의보감 역시 그렇다. 지난 400년 동안 한국인의 병을 다스려온 동의보감은 부산한 삶을 사는 우리로 하여금 건강의 근본이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한다.

한방건강 TV 프로그램 '동의보감을 읽어주는 남자'를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한의사 오철이 <동의보감으로 말하다>을 출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강 고전 동의보감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에는 '고쳐야 할 것은 병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한의학 정신과 인본주의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허준이 1610년 완성한 <동의보감>은 <목차> 2권, <내경편> 4권, <외형편> 4권, <잡병편> 11권, <탕액편> 3권, <침구편> 1권으로 구성된 총 25권의 의학대백과 서적이다. <동의보감을 말하다>는 <동의보감> 25권 중 첫머리인 <내경편> 4권에 관한 내용이다. 202개 주요 원문 다시 읽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양생 원칙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동의보감>의 핵심인 독특한 인체 건강 유지의 원리부터 건강 관리 실천법, 각종 뛰어난 한의학 처방들까지 담고 있다. 특히 건강 관리법은 돈이 들거나 몸 관리를 위한 특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단지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원문]
保養精氣神 보양정기신 (정기신을 보양하다)
精者身之本 氣者神之主 形者神之宅也... 정자신지본 기자신지주 형자신지택야
(정은 몸의 근본이고, 기는 신의 주인이며, 형체는 신이 깃들어 사는 집이다...)

"이쯤 되면 동의보감에서 말하고자 하는 '몸의 건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나올 만도 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정, 기, 신이 멀쩡한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럼 정, 기, 신이란 무엇인가? 정이란 인체의 에센스 즉, 정수를 의미하고, 기는 태초의 에너지, 신은 생명체로서의 정신 활동을 의미하는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_ 책 본문 중에서

저자는 "'보양정기신'이란 정, 기, 신을 보양해야 사람이 건강해진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동의보감>을 통해 건강검진으로 미리 병을 찾아내는 것이 최고가 아니라, 병에 걸리기 전에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의학의 첫 번째 존재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동의보감>은 육체와 마음을 단련하는 수양법이자 건강 관리법 중 하나로 단전호흡을 꼽고 있다. 단전호흡은 인체 에너지가 모이는 곳인 단전에 집중하면서 호흡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내려오던 선도(仙道) 수행법이다. 단전호흡은 육체적 건강은 물론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데도 도움을 준다.

[원문]
丹田有三 단전유삼 (단전에는 세 가지가 있다)
腦爲髓海上丹田 心爲絳宮中丹田 臍下三寸爲下丹田...
뇌위수해상단전 심위강궁중단전 제하삼촌위하단전
(뇌는 수해(골수의 바다)로 상단전이다. 심장은 강궁(붉은 강)으로 중단전이다. 배꼽 아래 3촌 되는 곳은 하단전이다...)

"단전유삼(丹田有三), 배유삼관(背有三關)은 한의학 중에서도 <동의보감>이 갖고 있는 가장 독특한 인체관을 설명하는 조문이다. 요즘에도 심심찮게 보이는 기 수련, 특히 단전호흡에서 나오는 단전이라는 것이 원래 상, 중, 하의 세 부위가 있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단전은 하단전이며, 건강을 위해 정, 기, 신을 단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람의 등에는 세 개의 관이 있어 인체의 기혈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르게 한다는 내용이다." _ 책 본문 중에서

건강의 첫걸음은 우리 조상들처럼 자연의 뜻에 순응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려고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 <동의보감>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육체와 정신의 조화이다. 육체를 움직이는 만큼 마음도 그 평정을 위해 끊임없이 수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므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도 정체되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해지고 싶은 만큼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몸에 좋다는 건강식은 열심히 찾지만 정작 건강한 정신 추구에는 인색한 편이다. 이 책은 그간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었던 건강에 관한 진실을 깊은 울림으로 전해줄 것이다.


글.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