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고등학교 입학했으면 해보지 못할 많은 일을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경험했습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멘토님들 멘토링 받으며 배우는 게 많아요."

지난 22일 월요일 오전 12시, 경기도 수원시 서수원주민편익시설에서 벤자민학교 1기 방진우 (17·경기도 수원) 학생과 어머니 김경민 씨를 만났다. 또래 친구들은 학교에 가 있을 시간 진우는 YMCA 자전거 안전교실 강사인 어머니를 도와 보조강사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방진우 학생.  (사진=전은애 기자)

벤자민학교를 선택하다

진우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교육방법은 남달랐다.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도전 과제를 아이들에게 제시했다. 수원에서 출발하여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 구경하고 영수증 가져오기, 형이랑 둘이 제주도 여행하기. 여름에는 7박 8일 자전거 국토순례를 했다.

▲ 진우 군은 수원시 서수원주민편익시설에서 자전거 안전교실 보조강사를 일한다. (사진=전은애 기자)

어머니는 어려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만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도왔다. 특히 형이나 동생과 달리 진우는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말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세계 여행이  꿈이었던 진우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자, 어머니는 화교학교를 소개했다. 화교학교는 우리나라 정규교육과정 적용이 되지 않아, 진우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모두 검정고시를 봐야 했다.

"엄마 입장에서 아이에게 좋은 걸 권유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엄마한테만 좋을 일이죠. 아이의 선택 없이는 멀리 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책임지는 삶의 즐거움을 일찍 맛보게 하고 싶었어요."

▲ 어머니 김경민 씨와 방진우 군.  (사진=전은애 기자)

벤자민학교 입학을 소개한 것은 어머니였지만, 선택은 진우 몫이었다.
"인성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스스로 돈도 벌고, 자기가 계획해서 공부하는 학교가 있다고 진우에게 알려줬어요. 이후 학교에 관한 정보도, 입학 전형도, 상담도 진우 혼자 받으러 갔고, 학교를 가겠다고 선택한 것도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화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 중학교 검정고시를 본 진우는 올해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입학할 학교도 결정된 상태였지만 진우는 또다시 다른 길을 선택했다.

"또래 친구들은 1년간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것에 부담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화교학교 다닐 때도 한 살 어린 동생들과 다녀서 1년 정도 늦춰지는 일이 큰일은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

▲ 자전거 매장에서 자전거를 조립하는 진우 군.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학교의 특별한 멘토링

진우는 학교 입학 후, 자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두 명의 전문 멘토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있다.

"화교학교 다니며 중국어를 배웠지만 미래에 대한 뚜렷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어요.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목표를 세우고 싶었지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았고요.

벤자민학교에서 만난 멘토님들은 평소 고민이나 앞으로의 진로를 얘기하면 도움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특히 매월 학교 워크숍 멘토 특강에서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방향성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 멘토인 윤태기 단태권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4월 경찰대학 특강에 진우를 초청했다. (사진=본인 제공)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진우는 2년 전부터 ‘파쿠르(Parkour)’라는 운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투사(鬪士)를 위한 코스'라는 의미로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뛰고, 도심의 건물을 맨몸으로 기어오르는 등의 야외 운동이다.

"체격이 왜소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파쿠르를 하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동작을 훈련을 통해 도전하고, 두려움을 넘고, 성장하는 데서 오는 희열감을 느껴요.”

▲ 방진우 군. (사진=벤자민학교 제공)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1년 동안 봉사 활동, 자전거 일주 등 자기만의 ‘벤자민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진우의 프로젝트는 1년 간 파쿠르 훈련을 익히고 성장하는 과정을 촬영해 영상물로 제작하는 것이다.

"파쿠르 동작을 훈련하는 것 못지않게 영상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 힘들어요. 그렇지만 학교 입학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데 자신감이 생긴 것이예요. 예전에는 머뭇거렸는데, 이제는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진우는 올해 벤자민학교 과정이 끝난 후, 난생 처음으로 정규 과정으로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살아왔던 진우가 온종일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늦은 시간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어머니는 진우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했다.

"지금 우리나라 공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잖아요? 진우가 그 안에서 힘든 과정을 넘고 희망을 느끼며, 벤자민학교의 필요성, 인성 중심의 세상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우는 앞으로 남은 벤자민학교 기간 동안 할 아르바이트, 직업 체험, 자전거 일주 등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고민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벤자민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 멘토들을 직접 만나면서 구체적인 꿈을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