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헌법상 전통문화란 민족문화를 의미한다.

그러면 도대체 헌법 제9조의 전통문화란 무엇인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통문화는 어떤 의미인가. 전통문화 전통문화 하지만 그 뜻이 너무 추상적이고 내용도 광범위할 수 밖에 없어 개념정립이 쉽지 않다. 전통문화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그 나라에서 발생하여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 의미만 가지고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충분하지 않다.

결국 이 문제는 헌법 안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헌법 중의 헌법이요 헌법의 최고 원리라고 할 수 있는 헌법전문에 의하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라고 시작이 되고 바로 이어서 제1장 총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니 일단 우리 헌법상의 전통문화란 바로 민족문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5.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사상이 있었다.

그러면 또 민족문화란 무엇인가. 전통문화 보다는 구체화된 개념이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딱한 마디로 요약해내기가 역시 쉽지 않다.
그런데 민족문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 우리 한민족의 역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 곽영철 변호사 <코리안스피릿 자료사진>

우리의 역사,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사관에 따라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 헌법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앞서 본 헌법전문의 규정 즉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라는 규정을 근거로 삼아야 하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다.
헌법 규정 말고 그 이상의 무슨 합당한 근거가 있을 수 있겠는가.

헌법전문의 규정에 의하면 우리 민족 즉 우리 대한국민은 유구한 역사와 우리 고유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외래사상, 외래종교,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사상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불교와 유교 같은 외래사상을 받아들이기는 하였으나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외래사상을 받아들였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외래사상을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역사에서 우리가 불교를 받아들일 때 이차돈의 순교가 왜 일어났겠는가. 이차돈의 순교는 본래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사상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불교가 들어올 때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이와 같이 외래사상이 들어오기 전의 고유한 사상이 있었음을 천명하기 위하여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이라고 당당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민족문화란 불교와 유교 같은 외래사상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에게 형성되어 있었던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사상체계라고 정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6.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는 한민족 고유의 선도문화에 있다.

헌법 제9조의 전통문화는 민족문화이고 민족문화는 우리의 역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에 대하여 고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는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 바로 단군왕검의 고조선과 그 이전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우리 한민족 고유의 선도문화仙道文化에 있다. 신라의 석학이었으며 천부경天符經을 발견하고 해독하여 우리에게 전한 고운 최치원崔致遠 선생 또한 일찍이 난랑비鸞郞碑 서문<신라의 화랑 난랑을 위하여 만들어진 비석의 해설부분>에서 밝힌 바 있다.

國有玄妙之道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曰風流 이를 일러 풍류도라 한다.
設敎之源 이 가르침의 연원은
備詳仙史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 있거니와,
實乃包含三敎 근본적으로 유∙불∙선 儒彿仙 3교를 이미 자체 내에 지니어
接化群生 모든 생명이 가까이 하면 저절로 감화한다.
-《삼국사기》<신라본기 제4 진흥왕 편> -

최치원 선생은 이 비문에서 유∙불∙선 3교는 인류시원의 가르침인 풍류도에서부터 갈라져 나가 유∙불∙선으로 발전 했으며, 유∙불∙선의 사상을 포괄하고 그 모체가 된 철학이 우리 한민족에게 예로부터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적어서 전했던 것이다. 최치원 선생이 말한 풍류도가 바로 신선도이다.
여기서 ‘선사仙史’는 ‘선가仙家’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역사서로 이해하기도 하고, 18대 한웅천황을 배출한 신시배달국의 역사서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해석은 결국 한가지인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우리 한민족의 고유문화가 바로 선도문화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선도는 수련을 통해 자기 실체를 깨닫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 개인의 깨달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평화에 기여하는 삶을 살자는 성통공완性通功完의 정신이 선도문화의 핵심이다. 우리의 국조 단군이 나라를 열며 건국이념으로 세운 뜻이 홍익인간 이화세계였던 이유는 우리 한민족 고유의 문화가 선도였기 때문이다. 단군시대의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건국이념인 동시에 정치, 종교, 문화, 생활의 철학이었다(一指 이승헌 저, 「국민이 신이다」90~92쪽).

그리고 우리는 흔히 선비정신, 선비문화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이 선비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인가. 이 선비는 한자어가 아니고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이 사용해 온 순수 우리 말로서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 선도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고대이후로 우리는 무사들을 ‘선비’로 불러왔고 삼국시대 이후에는 중국인들이 삼국의 선비=무사들을 ‘선인’(仙人) 또는 ‘선인’(先人)으로 기록하기 시작하고 삼국 스스로도 중국식표현을 따라 ‘선인’(仙人) 또는 ‘선랑’(仙郞)으로 기록했다 한다.

특히 고구려에는 ‘조의선인’(皁衣仙人)이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이들이 검은 옷을 입거나 흰 옷에 검은 띠를 두르고 있어서 조의(皁衣)라는 호칭을 붙인 것이라 한다. 그리고 신라는 화랑도를 ‘선랑’이라 지칭하였지만 순수한 우리 말로는 이들을 ‘선비’로 불렀다 한다(한영우 저,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 21쪽). (계속)
 

[특별기고] 헌법 제 9조 전통문화의 개념과 범위1 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