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최대 8cm 정도 자라는데, 큰 강에서는 최대 1m 이상까지 자란다. 나고 자란 환경에 맞춰 성장의 폭도 정해진다는 놀라운 예시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1기 조은별 양을 보면서 '자라나는 청소년이 더 큰 세상을 만난다면, 그 성장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월에 은별 양을 '멘토-멘티' 관계로 처음 만났다. 한 국제고등학교에 진학하려다가 휴학을 하고 1년 과정인 벤자민학교에 등록한,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매달 만나며,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지구를 무대로 점점 더 성장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지난 9월 4일, 넓은 세상을 보며 훨씬 더 크고 깊게 성장한 조은별 양을 인터뷰했다.

기자) 얼굴이 더 좋아졌네요. 지난달에 미얀마는 잘 다녀왔죠? 무슨 활동을 하고 왔어요?

은별) 감사합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일부로 미얀마에서 '세계시민'에 대한 실습을 했어요. 1일 강사가 되어 현지의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거예요. 저는 미술 놀이, 딱지 접는 법 알려주기, 한글 알려주기 등을 했었어요. 장터 물품을 팔아서 수익금으로 현지 NGO의 교육후원자금을 만드는 것도 도왔고요. 또, 미얀마는 대학생의 민주화 활동이 활발한 국가인데, 학생을 직접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기자)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었는데, 어떤 것을 느꼈어요?

은별) 우리나라는 학교 공부를 하느라 학생들이 세계를 잘 못 본다는 생각이 있는데요. 미얀마는 공부도 하고, 사회 참여로 목소리도 내더라고요. 거기서 대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란?'을 주제로 발표했었어요. 반성도 많이 되었고, 살면서 진짜 필요한 공부는 지식만 남는 게 아니라 그런 사회 참여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기획자를 꿈꾸는 조은별 양

기자) 이전에는 공연 기획자가 꿈이라고 했었는데, 들어보니 좀 바뀐 것 같네요.

은별) 네, 벤자민학교 다니고 제일 처음 3월에 시작한 게 뮤지컬 공부였었어요. 매주 청주에서 서울까지 혼자 와서 수업을 들었었는데, 가만 보니 제가 공연에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관심이 있는 것이더라고요. 대신 더 많은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학생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것이에요. 좋은 교육 단체를 만들고, 수익 구조도 고려해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기자) 교실에서 공부할 때에 비해 생각이 달라진 게 있나요?

은별)  세계와 좀 더 만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면서, 꿈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었어요. 주입식 강의를 듣는 것보다 직접 체험하니까 더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기자)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어떤 활동을 했어요?

은별) 모든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음악, 체육, 아르바이트 등을 스스로 일정을 짜서 해야 해요. 저는 오전 7시에 일어나서 TED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중국어 독학을 했어요. 기타, 골프, 수영, 혼자 춤추기를 했었고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그만두고요. 그 이후로는 과외 지도를 하고 있어요.

기자) 혼자서 게획하고 진행하려면 힘들지 않아요?

은별)  네, 수업이라는 틀이 없으니까, 자유롭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어요. 그게 가장 좋은 점이었죠. 관공서나 기업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마음껏 지원해서 참여하고 있어요.

'삼성 크리에이티브 유스 멤버십 창의캠프'에 2박 3일 동안 참석했어요. 팀프로젝트로 '핸드폰'이나 '햄버거'와 같이 사회적으로 필요는 하지만, 문제가 되는 이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거예요. 일상적인 물건인데 여러 관점으로 생각을 풀어내면서  '창의적 사고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했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에서는 라인이나 구글 등에서 전문가가 나와서 강의를 했어요. 마케팅이나 광고을 공부하고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이 왔더라고요. 좀 어려웠어요.

9월 중순에는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하는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중국에 가요. 11월에는 필리핀으로 가는 프로그램에도 참석할 예정이예요.

▲ (좌 상단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미얀마에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크리에이티브아레나에 참석한 모습, 미얀마에서 '평화'를 주제로 발표, 벤자민학교 학생들과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기자)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네요. 정규 학교에 다닐 때와는 다른가요?

은별) 예전에는 정말 억지로 스펙(specification, 흔히 능력치를 의미)을 생각해서 한 게 많았어요. 유학 가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엄마가 기회를 찾아주면 마지못해 하는 일이 많았었거든요. 스페셜 올림픽에서 봉사활동도 했었는데, 그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지금도 엄마와 함께 여러 프로그램을 찾는데, 지금은 다 제가 직접 선택해요. 그러니까 사소한 것이라도 느끼는 게 많아요.

기자) 은별님이 활동을 선택할 때는 기준이 뭐예요?

은별) 하고 싶은 것, 끌리는 것이요! 그러니까 더 재밌어요.

기자) 그래서 꿈을 더 적극적으로 찾게된 것 같네요. 어머니도 참 기회를 많이 주시는 분 같아요.

은별) 사실 예전에는 학교, 학원을 빡빡하게 다니다 보니 대화할 시간이 적었고 엄마와 많이 부딪혔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 저를 돌아볼 시간과 기회가 많아지니까 소통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집안일도 많이 도와드리고, 일하러 나가실 때 문 앞에서 인사도 하고, 문자도 자주 해요.

기자) 다정하네요. 확실히 처음 봤을 때 보다 지금 더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은별) 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저를 많이 내려놓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활동하다가 잘 안 되면 '서로 잘해보자'라고 설득할 생각조차 안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더 다가가려고 노력해요. 벤자민학교에서 하는 개인 프로젝트로 페스티벌과 공연을 준비 중인데, 친구들에게 같이 잘 하자고 문자를 보냈었어요.

사실 예전에는 '내가 제일 잘 났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좀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함께 일을 만들어가니까 사회성이 더 커져요.

기자) 그런 부분이 눈에 보여요. 친구들과는 자주 만나나요?

은별) 초기에 홍익을 실천하는 벤자민프로젝트로 우리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과 뮤지컬 음악을 개사하고 안무를 짜서 연습한다고 자주 모였었어요. 그때 많이들 친해졌어요. 그 연습이 끝나고 지금은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게 조금 아쉬워요. 한 달에 한 번 있는 워크숍에서 여러 멋진 멘토님들 만나고 교장 선생님 말씀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아요.

기자) 학교에 멘토링 제도가 있지요. 멘토가 있다는 게 어떤가요?

은별) 사실 저는 독립적이라서 롤모델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 궤적대로 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 멘토는 언니처럼 가깝게 고민있는 것을 털어놓을 때 들어주시고, 조언해주시는 게 좋았어요. 저희보다 훨씬 경험이 있으니까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것과는 솔루션도 다르고요. 소통의 매개로서 들어주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도움주시는 부분도 있어요.

기자) 그래요. 직접 들으니까 좀 간지럽기도 하네요. 다양한 활동과 제도를 보면 확실히 새로운 학교인데, 만약 벤자민학교에 등록안하고 혼자 꿈을 찾으려 했다면 지금과 달랐을까요?
 
은별) (단호하게)네! 혼자 하는 것과는 성장의 방향이 다를 것 같아요. 학교에서 그냥 하고 싶은 것만 하게 두는 게 아니라 '홍익'이라는 가이드를 잡아줘요. 그래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내가 이렇게 성장해서 사회에 더 도움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행복하고 세계를 행복하게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고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홍익 가치관'을 잡아주는 것이죠.

▲ 조은별 양과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 (사진 제공 = 벤자민학교)

기자) 생각이 크네요. 하반기에는 어떤 걸 할 건가요?

은별) 인성영재학교에 다녀보니 학생들이 '인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대학이나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게 마음이 허하더라고요. 범죄를 안 저질러서 큰 돈을 얻게 된다면,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는 설문조사 뉴스도 있었고요.

더 좋은 방향으로 이 사회가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한민국의 희망, 인성영재'라는 주제로 벤자민학교를 더 알리고 싶어요. 동기인 양성훈 오빠와 함께 기획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희열감, 성취감 등이 많이 느껴져요.

그리고 내년에는 국제고등학교에 돌아갈 것이라서 진로도 준비하려고요. 벤자민학교 지도교사님이 유학생을 많이 양성한 분이라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으로 세상과 직접 만나는 조은별 양. 
국경을 넘나들며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의 거대한 물줄기를 타고 있는 이 학생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