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만을 강요하는 교육 환경에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교육 문제의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하면 대부분 도덕 교육이나 예절 교육을 생각한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인간성(人間性)’ 즉, 인간다운 성품을 길러내는 모든 일들을 말한다.  

인성교육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우리 생활 속에서 이루어졌다. 어른을 공경하는 가족 문화,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공동체 문화, 우리말과 우리글 속에 ‘인성’은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다. 특히 우리말을 돌아보면, 선조들이 자녀들을 가르쳤던 교육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말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일까. ‘좋다’는 말에는 ‘조화롭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화롭다’는 서로 어긋나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주변과 조화롭지 못한 것, 자신의 이기심에 치우쳐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분명 나쁜 것이다. 
 
이기적인 나에 갇혀 살아가는 나뿐인 사람들의 얼굴은 어둡다. 그러나 좋은 사람, 조화로운 사람의 얼굴은 밝고 환하다. 얼굴에는 그 사람이 지닌 기운이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은 명예나 양심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얼굴을 못 들겠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그러한 의미이다. 
▲ 우리말 '어르신'의 참 의미 [삽화 제공=한문화]
 
얼굴은 ‘얼’과 ‘굴’로 이뤄진 순우리말이다. 얼은 정신의 핵을 말하고 굴은 구멍 또는 골짜기를 뜻한다. 따라서 얼굴이란 얼이 깃든 골 또는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말이다. 우리말을 거슬러 오르면 우리 정신의 뿌리를 만날 수 있다. 그 뿌리가 바로 얼이다. 
 
어린이, 어른, 어르신이란 말도 모두 ‘얼’에서 비롯되었다. 어린이는 얼이 아직 여린 사람, ‘어른’은 얼이 익은 사람. ‘어르신’은 얼이 완숙하여 얼이 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얼이 익어가는 과정을 잘 묘사한 우리말이다. 그래서 어른이란 실한 열매처럼, 그 사회에서 결실을 맺을 자격과 책임을 맡은 사람이다. 이것이 어른의 기준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른이 되어서도 철이 덜 든 어른 아이가 너무나 많다. 기본적으로 사람간의 도리를 지키고 예의를 갖추는 ‘인성’이 결여되어 있다. 지나친 경쟁과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삼으면서 기본적인 인성을 중심으로 한 가치가 무너져버렸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바라볼까? 나만 알고 자라난 아이는 나쁜 사람이 되고, 결국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고 해하는 일까지 저지른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이런 것을 알 때, 아이들은 사람의 참가치를 깨닫고 삶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의 참 가치에 대에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가르쳤을까. 우리말의 기원을 찾아보면, 우리 민족이 얼마나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민족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 예가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쓰는 ‘반갑습니다’ 라는 인사말이다. 반의 어원은 ‘한’과 관련된 음가로 이는 곧 ‘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반갑다’는 ‘반과 같다’ 즉 ‘당신은 신과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것은 ‘당신은 하늘의 신과 같이 크고 밝은 존재입니다’ 라는 찬사를 보내는 셈이다. 
 
사람을 만날 때 이런 마음을 담아 인사를 나누면 금세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말의 인격이 높아짐에 따라 서로의 인격이 높아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을 하늘처럼 높고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우리말 속에 깃들어 있다.    
 
‘고맙습니다’도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고맙다’의 뿌리가 되는 글자인 ‘고’는 높은 산을 가리킨다. ‘고’에 여성을 뜻하는 ‘마’가 붙으면서 ‘고마’는 여신, 풍요를 상징하는 땅의 신(지모신)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서로 먹을거리를 나눈다거나 도움을 받으면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데, 이는 ‘고마와 같습니다’  ‘당신은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 라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말의 중요한 핵심은 인간의 정체성을 ‘신’으로 본다는 점이다. 사람을 하늘로 보고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깃들어 있다는 천지인(天地人) 정신, 이것이 우리 선조들이 자녀들을 가르치는 인성교육의 핵심이었다.  
 
▲ 우리말 '고맙습니다' 의 의미 [삽화 제공=한문화]
남와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교육, 사람을 신과 같이 여기는 교육, 얼을 키워 어르신으로 성장하는 교육, 이것이 우리말 속에 깃든 선조들의 가르침이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자라난 얼이 큰 사람은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홍익인간이 된다. 홍익인간이 바로 좋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이 조화로운 세상, 바로 이화세계(理化世界)이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도 교육의 목적을 ‘홍익인간 양성’이라고 밝혀 놓았다. 
 
얼빠진 교육이 아니라 얼을 살리는 교육이 회복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 첫 번째가 우리말 속에 깃든 보석과 같은 가르침을 다시 되살리는 일이다. 우리말을 통해 우리의 위대한 정신문화를 어려서부터 가르쳐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다시 밝고 환한 얼굴을 되찾을 것이다. 
 
[인성기획] 다음 번 주제는 '전통육아법 속의 인성교육'이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 | 참고.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 (이승헌 저, 한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