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고령화되어가면서 노인성 치매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치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인간의 뇌 속에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을 억제하는 기전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신경과학연구소의 윌리엄 재거스트 박사는 치매의 초기단계 변화가 나타났을 때 뇌는 정상기능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신경기능을 작동시켜 대응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영국 의학전문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소개되었다.

뇌신경세포에 치매로 전환되는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노인반)가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나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다른 뇌 부위의 활동이 증가하는 이른바 뇌의 신경가소성(neuro plasticity)이 작동된다는 것이다.

신경가소성이란 중추신경계의 적응능력, 즉 자체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뇌도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계발된다는 것이다.

재거스트 박사는 뇌신경세포에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나타난 노인들 중 어떤 사람은 기억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치매로 이행되고 또 어떤 사람은 인지기능이 유지되면서 치매로 이어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성인 71명을 대상으로 뇌 스캔을 시행한 결과 16명이 뇌신경세포에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들 모두에게 기억력 테스트를 시행하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의 활동을 관찰했다.

먼저 여러 장면이 찍힌 '사진'들을 보여주고 난 다음 어떤 장면을 설명하는 '글'을 보여주면서 앞서 본 사진 중에 이런 장면의 사진이 있었는지를 묻는 '핵심 기억(gist memory)'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어 특정 장면 사진의 세밀한 부분을 글로 써 주면서 그것이 맞는지를 묻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전반적으로 성적은 모두가 비슷했다. 그러나 fMRI 분석결과 보다 세밀하고 복잡한 기억일 수록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가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뇌부위에서 활동이 나타났다. 이는 뇌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의한 손상에 적응하고 이를 보상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재거스트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가진 사람 모두가 아닌 일부에게서 이러한 뇌의 가소성이 나타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거스트 박사는 "평생 인지기능을 자극하는 생활을 한 사람은 뇌의 손상에 적응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