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는 예로부터 단군 조선의 상징이요,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한 민족정신의 메신저였다. 고구려 벽화나 유물에 전해 내려오는 삼족오는 태양 속에 그려져 있다. 

김주미 박사(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는 국학원 제134회 국민강좌에서 '해 속의 삼족오(三足烏)를 통해 본 복락(福樂)과 재화(災禍)의 의미 고찰' 이라는 주제로 삼족오와 태양(해)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주미 박사는 동국대학교 강사이면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이다. 저서로는 ‘한민족과 해속의 삼족오’가 있다. 
 
16일 대한출판문화협회(서울 종로구 사간동)에서 열린 이날 강좌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우리의 전통문화에 뜨거운 열의와 관심을 보였다. 
 
▲ 국학원은 지난 16일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해속의 삼족오를 통해 본 복락과 재화의 의미고찰'을 주제로 134회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김 박사는 먼저 삼족오를 둘러싼 태양(해) 문양을 가리켜 ‘일상문(日象文)’이라고 말했다. 고대 유물이나 유적에서 발견되는 일상문은 세 가지를 상징한다. 
 
"일상문은 첫 번째,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사후세계에서 다시 부활하고 재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다. 두 번째, 태양이 불변하듯 절대적인 왕권, 권력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고, 세 번째는 백성의 입장에서 광명(光明)과 농경의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상문과 함께 고대인들은 삼족오와 같은 새의 문양을 많이 표현했다. 고구려 벽화와 고려청자, 솟대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해 “인간은 죽으면 하늘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새는 평상시에도 하늘과 땅을 넘나든다. 그래서 새를 인간의 영(靈)을 하늘로 실어 나르는 ‘영혼의 운반자’ 또는 천명(天命)의 전달자라고 생각했다. 또한, 흥부에게 박씨는 전달해주는 제비처럼, 새는 백성들에게는 곡령의 전달자와 풍요의 상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새 중에서도 삼족오는 현조(玄鳥), 검은 까마귀이다. 현조는 색깔만 검다는 의미가 아니라 깊은 오묘하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까마귀는 새 중에서도 가장 명석하고 가장 오래 비상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김 박사는 삼족오의 발 세 개는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하나라는 우리 민족의 천지인(天地人) 합일 사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족오는 자주적 천하관을 표방했던 고구려의 상징이자 상고시대로부터 내려왔던 우리 민족의 고유 문양이다. 
 
일반적으로 태양은 밝음, 생명을 상징하고, 까마귀는 어둠, 죽음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왜 태양 안에 상반된 까마귀를 넣었을까. 주목할 것은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에서는 원으로만 그려진 ‘일상문’이 나타나는데, 동이족 문화권에서는 ‘해속의 삼족오’가 많이 발견된다.  
 
김 박사는  “우리 민족은 태양을 양(陽)의 상징만으로 본 게 아니라 양(밝음)과 음(어둠)이 반복되는 영원성을 지닌 대상으로 인식했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이 죽음과 어둠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생성(밝음. 삶)과 소멸(어둠, 죽음)은 경계 없는 동반자라는 우주론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주미 박사(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사진=체인지 TV 제공]

‘해속의 삼족오’는 고구려 시대뿐 아니라, 거란 침략 이후 민족의 자주의식이 고양되었던 고려시대에도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 전 대한제국의 일기(日旗)에도 태양과 현조가 결합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국난이나 정치적 혼란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때, ‘해속의 삼족오’는 이 시기가 지나면 밝은 세상이 올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우리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은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태양이 지는 것은 다음날 뜨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점을 찍으면 다시 내려오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한다. ‘해속의 삼족오’에 담긴 심오한 의미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학원이 주최하고 서울국학원이 주관하는 국민강좌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저녁 7시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열린다.

다음 135회 국민강좌는 10월 14일 열린다. 계명대학교 이성환 교수를 초청해 ‘전쟁 국가 일본’을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글/사진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