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시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중국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의 시 ‘곡강’에 나온 이 말은 ‘예로부터 사람이 70까지 사는 것은 드물다’는 뜻이다. 요즘은 과학 및 의학 산업의 발달로 ‘오래 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오래 살아도 ‘무병장수(無病長壽)’하느냐 ‘유병장수(有病長壽)’하느냐다.

노인의 삼고(三苦) 중 하나가 바로 질병이다. 늙어서 고독하고 돈 없는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병까지 걸리면 오래 사는 것이 삶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길이가 아니라 질(質)이다. 병으로 무기력해진 모습이 아닌, 삶의 의미와 자신의 존재가치를 회고할 수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평균 수명과 건강수명이 함께 가야 한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녘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치매’이다. 노년층이 사망 원인 1위인 암보다 더 무서워 하는 것 또한 바로 이 병이다. 치매는 단순히 몸만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이다. 치매는 어떤 질병이며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 코리안스피릿은 오는 21일 ‘세계 치매의 날’을 맞아 치매 기획기사 3편을 연재한다.

✔ 치매 그 반격의 서막 “나인 듯 나 아닌 나”

치매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이다. 치매는 라틴어(dementia)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없어진 것’을 뜻한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력 등 지적 능력이 떨어져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치매는 어떤 하나의 질병 명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에서 여러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의 묶음이다.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기억력 장애이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치매는 이러한 정상적인 변화와는 다르다. 이는 치매를 과거 노망이라 부르면서 노인이면 당연히 겪는 것으로 치부했던 노화현상이 아닌 일종의 뇌 질환이다.

▲ 정상노인과 치매노인의 기억력 차이 비교 [자료=중앙치매센터 치매자료 이미지 캡쳐]

치매는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기발견하면 환자 10명 중 1~2명은 완치할 수 있다. 치매의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 대비 치매를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경우 그냥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치료센터를 찾아 치매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 공공의 적 치매, 누구도 예외는 없다

지난해 4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이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공식적인 사인은 뇌졸중이었지만, 전문가들은 12년간 앓아온 치매를 주요 사망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2008년 치매 진단을 받았고, 증상이 심해지면서 윌리엄 왕자 결혼식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받았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역시 10여 년간 치매를 앓다가 93세 때 사망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아들 론 레이건은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아버지는 보통 환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단어를 잊고 말을 길게 못했다. 옛날의 달변가도 자상한 아버지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 마가렛 대처 전 영국수상(위쪽)[사진=마가렛대처재단 사이트 사진 캡쳐],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대통령(오른쪽)[사진=백악관 사이트 사진 캡쳐]

치매는 특별한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통령도 수상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물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7초당 한 명 씩 발생한다는 치매 환자. 2014년 현재 우리나라에도 61만 명의 치매 환자가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치매 환자의 30%는 본인이 치매인지도 모른 채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고자 한다면 우선 치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치매는 아직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치매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고령의 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은 높아진다. 65세 이후 5년씩 증가할 때마다 치매 위험률 역시 2배씩 증가한다고 한다. 65세 이상 되면 20명 중 한 명이, 80세 이상 되면 약 5명 중 한 명이 치매에 걸린다는 보고도 있다.

✔ 연간 10조 3천 억, 치매와 함께 사라진다

치매는 암, 심장병, 뇌졸중과 함께 노년층 4대 주요 사인으로 꼽힌다. 이에 해마다 치매환자가 늘면서 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족들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비용으로 연간 1,968만 원을, 우리나라는 연간 10조 3천억 원을 소비하고 있다. 2050년에는 43조 2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에 이르는 수치다.

치매는 가정의 가계 부담 및 국가의 경제적 손실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곧 노인 문제와도 직결된다. 독거노인 125만 시대, 핵가족화로 인해 날이 갈수록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통계청 2012년 기준 독거노인 가운데 사회적 교류는 조금 하지만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20만 5천 명, 아예 사회적 교류도 없고 일상생활도 거의 못하는 위기계층은 9만 5천 명에 이른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 OECD 1위, 노인 자살률 1위 국가다. 치매는 가족의 도움과 간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질병이다. 돌봐줄 사람도 없고 스스로 병을 치료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노인에게 치매 진단은 사약과도 같은 것이다. 

설령 가족이 있다 해도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 또한 만만찮다. 치매는 보통 증상이 나와 진단 받기까지 2~3년, 진단부터 사망까지 약 6~9년, 총 유병기간이 9~12년이다.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데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오죽하면 부담을 이기지 못해 치매 동반자살까지 하겠는가.

치매는 존엄한 한 인간의 삶을, 사회의 구성요소인 가족의 인성을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남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 2편에서는 치매의 종류 및 진단 방법, 치매에 좋은 음식 및 운동법, 3편에서는 현대인이 많이 앓고 있는 디지털 치매 증후군과 치매에 좋은 명상법 뇌파진동에 대해 알아본다.

[기사 바로가기] 2편 - "암보다 무서운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이 약"
[기사 바로가기] 3편 - "21세기 신흥증후군 디지털 치매, 명상으로 치유하라"

글.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