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전략을 중시하여 많은 투자를 하지만 실패를 반복한다. 전략을 실패로 이끄는 함정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전략을 실패로 이끄는 함정으로  '눈가리개' '집단사고' '구상과 실행의 분리(Separation)'  
'하드 데이터(Hard Data)' '경직성(Rigidity) ' 을 지적했다.

1.  눈가리개(Blinders)

이는 성공한 기업에서 볼 수 있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성공한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려다 낭패를 보는 것이다.

'전략의 적은 전략이다'이란 말이 있듯이, 때로는 전략이 선사하는 강점 요인이 함정이 되기도 한다. 전략의 방향이 오히려 '눈가리개'가 되는 경우다. 특히 환경의 불확실성과 동태성은 기존의 전략 방향으로 거둔 성공 체험을 눈가리개로 만들게 한다. 이는 전략을 수정할 타이밍을 놓치게 하거나 아예 변화 자체를 못하게 막아버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로 코닥을 들 수 있다.  아날로그 필름 사업의 100년 기업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개발하고도 1990년대 중반부터 변화하기 시작한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대비하지 못해 파산했다. 최첨단 유무선 통신기술을 독점해 왔던 모토롤라 역시 새롭게 부상하던 지상파 휴대전화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보다 1998년 이리듐 위성전화 개발에 50억 달러를 투입하다 낭패를 보았다. 핸드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는 애플과 같은 혁신적 스마트폰 기업들에 밀려 침몰하고 말았다. 미국 최초로 할인점 개념을 도입한 유통업체 K마트도 100여년 가까이 1위 자리를 고수하다 월마트에 1991년 최초로 역전 당해 이후 전략을 바꾸었지만 결국 파산신청했다.

 이 같은 일은 최근에도 지속되고 있다.  1985년 설립되어 미국 최대의 비디오·DVD대여 체인점이었던 블록버스터가 올해 초 300개의 매장을 폐쇄하고 2,8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 또한 기존 전략의 성공에 젖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변화를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 기반 유통 서비스로 과감히 탈바꿈한 후발주자 넷플릭스에 밀려 파산 신청에 이르게 된 것이다.

2. 집단사고(    Groupthink)

 그런데, 지나치게 한 곳에 노력을 집중해 공을 들이다 보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앞서 눈가리개에 함정에 빠져 침몰한 실패 기업들의 전략처럼 된다. 게다가 명확한 전략 방향에 따라 선택과 집중의 노력을 기울일수록 조직은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높인다. 기존 전략이 눈가리개로 작용한다 하더라도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 조금은 늦었더라도 재빨리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인지심리학의 대가 찰스 키슬러 박사는 "전략이 명확할수록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과 관습에 깊이 새겨진다. 더군다나 한 방향으로 자신의 노력을 집중해 최선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구성원들에게 전략 변화는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를 불편해하며 심리적 저항감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성원들은 결국조직에 이익이 되는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존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논리부터 찾게 된다”라고 지적한다.

 PC기업 델은 20년 간 승승장구하며 전 세계 PC시장을 장악했었다. 그러던 델이 2006년 매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HP에 1위 자리를 빼았겼다. 그 해 마이클 델 회장은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2006년 최악의 경영자로 지명되는 수모까지 겪게 되었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데스크톱에서 랩톱으로 바뀌고 있는 시장과 고객 니즈의 변화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략기획부서의 한 임원이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델의 모든 경영진과 전략 실무자들이 집단사고에 빠져‘소비자들은 여전히 좀 더 싼 가격에 PC를 공급받기를 원한다. 노트북처럼 비싼 제품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믿음을 고수하며 시장의 변화를 외면해 버렸다”라고 말했다. 

앞서 간략히 소개된 바 있는 코닥의 실패원인을 한번 더 파고 들어가 보면, 코닥은 눈가리개의 함정 이외에도 집단사고의 함정에 함께 빠져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닥은 130여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아날로그 필름과 카메라 시장을 장악하며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앞서도 간략히 언급된 것처럼, 그 주된 원인은 기존의 사업 전략이 눈가리개가 되어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 구상과 실행의 분리(Separation)

 전략 수립을 위한 다양한 분석 기법과 툴이 개발되면서, 기업은 현장의 다이나믹스를 몸소 체험한 사람들보다 분석과 보고서 작성 능력이 출중한 MBA 출신으로 전략 조직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무실 안에 틀어박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세련된 보고서로 경영자들을 매료시키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난 부작용이 바로 구상과 실행의 분리 현상이다. 원래 전략이란 계획을 세우는 수립 작업과 실행이 일심동체처럼 함께 돌아가야 한다. 사무실에 앉아 방대한 하드 데이터를 분석해 가며 이루어지는 보고서 중심의 전략 만들기는 현장의 다이나믹스나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둔감한 조직을 낳아, 이것이 전략 실행단의 이슈에 소홀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4.  하드 데이터(Hard Data)

1980년대 중반 GE는 전략 플래닝을 위해 구축한 두꺼운 매뉴얼과 시스템을 폐기해 버렸다. GE의 전략기획부문 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이안 윌슨 박사가 발표한 ‘전략 플래닝은 죽은 것이 아니라 변한 것이다(Strategic Planningisn’t dead, it     changed)’라는 논문을 보면 그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다. 당시 GE가 전략 플래닝을 폐기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당시 GE를 보면 전략 스탭들이 정교한 분석에 천착하면서 전략 플래닝 방법론은 갈수록 정교해져 갔다. 진정한 전략적 통찰에는 소홀하고, 데이터 분석을 전략적 사고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전략 수립과 전략 실행 간의 괴리가 커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예측은 번번히 빗나갔다”라고 지적한다.

전략을 만들기 위해 내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하드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 것은 복잡한 현상을 보다 쉽고 단순명쾌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하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 지닌 약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현실을 왜곡해 잘못된 전략을 양산할 가능성도 높다.

 캐나다 맥길 경영대학원 교수 핸리 민츠버그 박사는 그의 저서 ‘전략 플래닝의 등장과 쇠퇴’를 통해 하드 데이터 분석의 소프트한 4가지 약점을 제시하고있다. 첫째, 하드 정보에는 중요한 비경제적, 비수량적 요소가 풍부하게 담겨있지 않다. 예컨대, 고객의 얼굴 표정, 공장 내 분위기, 정부관리자들의 어조 등 새롭고 급진적인 변화의단초가 될 수도 있는 질적 정보가 빠졌다는 것이다. 둘째, 효율성을 위해 하드 정보를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한다. 이 경우 숲과 나무를 모두보지 못하고 숲만 보게 되는 약점에 노출될 수있다. 셋째, 하드 정보는 너무 늦다. 정보가 분명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트렌드, 사건, 실적 수치 등 객관적 정보들이 집계되어 분석하여 보고서로 작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다 보니 하드 정보에 의한 분석 결과는 실제로 전략을 만드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다. 때때로 전략은 당장의 자극에 순발력 있게 반응할 때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넷째,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하드 정보가 놀라울 정도로 없다. 갖가지 편견에 의해 왜곡되기 쉬운 비정량적인 질적 정보가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드 정보 역시 갖가지 가정과 조건에 의해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 경직성(Rigidity)

마지막으로 경계해야 할 함정은 경직성이다. 앞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객관적이고 방대한 하드 정보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거나 사업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전략 실행 과정에서 잘못되는 경우도 생긴다. 때로는 전략이 공식적으로 수립되기 이전에 현장에서 올라온 작은 변화가 전략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환경의 불확실성과 역동성이 높아질수록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활동과 절차에 기반한 의도된 전략 프로세스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있다는 얘기다.

  전략 이론가 알프레드 챈들러박사는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전략과 조직 시스템 간의 정합성이나 연계성을 강조할 때 흔히 사용되는 유용한 메시지의 하나로 유명하다. 전략이 조직구조나 시스템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 실행력을 높일 수있다고 보기 때문에 초기 전략가들은 이 메시지에 열광하며 전략을 수립하고 수립된 전략에맞추어 조직 체계나 시스템을 갖추어 가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조직의 상층부에서 아무리 멋진 전략을 생각해냈다고 해도 단기간 내에 조직 시스템을 바꾸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조직에 뿌리 깊게 체화된 조직문화, 권력관계 및 학습역량 등은 쉽게 바꾸거나 단기간에수정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전략을 항상 앞에 두고 나머지를 뒤에 두어야 한다는 경직된 생각이다. 의도한 전략에 맞추기위해 조직을 엄격히 통제하면 할수록 조직은 경직되고 수동적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썬더버드 국제경영대학의 앤드류 인크팬 교수는 ‘전략 부재의 이론(Theory of Strategy Absence)’이란 논문을 통해 “지나치게 공식화된 전략 수립 절차에 의존하며, 전략의 일관된 실행을 위해 조직 시스템을 엄격히 통제하는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실험하고 혁신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기존 전략의 경직된 패턴에 빠지기 보다 의도적으로 전략 부재의 상태를 만들 때 유연성과 혁신성을 키울수 있다. 게다가 전략 부재는 오히려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고 역설한다.

LG 경제연구원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은 이상과 같은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커질 것이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좋고 나쁨을 따지며, 기존의 전략경영 체계나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더욱 참신한 것을 찾기에 앞서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부터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