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재야, 오늘은 태풍이 심한 날이야. 오고 바람 부니까 얼른 집에 가자."
"네, 나무도 저보고 빨리 가라고 해요엄마, 비가 차에 붙어 있어요.” (비가 위에 내리는 것을 표현)
경재야, 길이 미끄러워. 걸을 넘어지는 조심해야지.”
…! 엄마, 땅바닥이 머리에 닿으려고 해요!" (바닥에 넘어지려는 순간을 표현) 

▲ 김경재 학생 유치원 다닐 때 모습
[사진=어머니 김이자 씨 제공]

경재는 어릴 적부터 세상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른 아이였다. 감성이 풍부해 사물을 느끼고 표현하는 감각도 뛰어났다. 친구가 못된 마음으로 얼굴에 상처를 내도 그 친구가 혼날까 봐 혼자 넘어졌다고 이야기할 만큼 심성이 착했다. 평소 나눠주는 것을 좋아해 가진 돈이 있으면 학교 친구들에게 곧잘 나눠주곤 했다. 요즘 말로 하면 남들보다 감성지수(EQ)와 도덕지수(MQ)가 뛰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경쟁과 지식 주입식 위주의 학교는 경재의 순수한 감수성과 잠재력을 키워주기에 역부족인 곳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달라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의 교육 현실은 지능지수(IQ)에 기반을 둔 언어・수리・논리 등의 능력 키우기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험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감성과 도덕성 결여로 인성 문제를 일으키는 사회 인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글로벌 세상은 늘 새로운 관점과 창조성을 지닌 인재를 찾는다. 보스턴 대학 토마스 그룸 교수는 "교육의 목적은 인간답게 키우는 것"이라며 "모든 지능을 중요하게 여겨 잘 계발하고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재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이유 역시 성적으로 행복 등급을 매기는 제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재능과 창조력을 키워나가고 싶어서였다. 진정한 인생 성적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얼마나 행복하고 가치 있게 해내느냐’에 달렸으니까 말이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김경재 학생

지난 4일 부산에서 벤자민학교 1기 김경재 학생을 만났다. 경재는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예체능 활동으로 보컬학원에서 감성을 깨우고, 직업체험으로 사회와 인간관계를 공부하며 인생 내공을 쌓고 있다. 제과점 아르바이트(직업체험) 역시 꿈을 이루기 위한 활동 중 하나다.

경재는 어린 시절부터 제빵사였던 아버지를 보며 제빵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그냥 빵 만드는 모습만 꿈꾼 건 아니었다. 그는 맛있는 빵도 좋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마늘 바게트, 샌드위치 만들기, 선임만 한다는 반죽하기 등 빵집에서 일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베푸는 미래의 삶을 꿈꾸는 게 행복하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제빵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아버지가 빵 가게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거든요.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니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빵집에서 일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맡은 일을 다 해내고 있어요. 덕분에 체력도 좋아지고 인내심도 강해졌어요. 예전에는 힘이 없어서 운동도 못 했었거든요.”

▲ 김경재 학생은 맛있는 빵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제빵사가 되고 싶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 6시간씩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하고 있다.

경재는 “벤자민학교 들어온 후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정말 나 자신이 바뀌어있더라”며 “매사 책임감이 강해졌다. 그 책임감 때문에 생활 속에서 시간 조절도 잘하게 되고, 부정적인 성격도 고칠 수 있었다. 주위 친구들도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느냐며 놀라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아르바이트 할 때는 힘들어서 부모님께 짜증 내고 투정도 많이 부렸어요. 어머니가 불러도 대답도 안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예 부모님께 힘들다는 말 자체를 안 꺼내요.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 힘들어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보다 감정 조절하는 힘이 커진 것 같아요.

친구들과 즐기던 게임도 끊었어요. 옛날에는 친구들과 단톡(단체카톡)하면 게임 이야기하다가 하루를 끝낼 정도로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혼자서 PC방에 간 적이 있는데 왜 그렇게 할 게 없던지….  친구들이 게임 중독이 되기 전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경재는 친구들이 자신처럼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에게 벤자민학교를 알리기 위한 홍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9월 말부터 10월 중반까지 직접 만든 빵을 청소년들에게 나눠주며 자신의 성장 스토리와 학교를 알릴 계획이다.

▲ 김경재 학생 부모님 김창용 씨, 김이자 씨

"벤자민학교 입학은 신의 한 수, 아이의 창의성 살릴 기회 부모가 줘야"

요즘 부모 김창용 씨, 김이자 씨는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며 살고 싶다는 아들이 기특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태어난 경재의 성장이 감사하기만 하다. 아들의 순수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살려 줄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학습적인 면에 앞서 인성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학교의 진정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경재가 아기 때 죽을 뻔했어요. 제가 임신했을 때 양수과다였거든요.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나도 장폐색으로 죽을 수도 있고, 4세 이전까지 살면 살 수는 있지만 똥통을 달고 살 거라고 했어요.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제는 학교에서 자신을 살리며 꿈을 찾아가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어요.”

어머니 김이자 씨는 “경재가 너무 착하다 보니까 무기력한 면이 있었다. 아침에 잘 못 일어나고, 힘든 일 시키면 숨차다고 하고. 아르바이트도 어떠냐고 물어보면 처음에는 힘들다, 겨우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입학 후 3개월 지나면서부터는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그냥 씩 웃고 넘어간다. 이제는 아프다는 말을 안 하니까 안심도 되고 믿음도 간다”고 했다.

경재는 집안에서 바른 생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이제는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꾸려가는 그의 모습에 가족들이 더 자극받는다고 한다. 경재가 성장하면서 아버지 김창용 씨 역시 시민 건강을 위한 무료 공원지도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일 년에 겨우 한 두 번 아들과 외출했던 김창용 씨는 공원지도뿐 아니라 목욕, 한문학원도 아들과 같이 다닌다.

“예전에는 집에 들어가면 엄청 심각한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서로 함께하는 사이가 되면서 관계도 더 깊어졌어요. 벤자민학교는 행복한 기운을 몰고 오는 토네이도에요. 벤자민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가진 희망을 되찾는 것과 같아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내 아이가 천재 같잖아요. 하지만 그 희망은 학교 가면 사라지죠. 부모들이 아이에게 기회를 줘야 해요. 아이의 창의성을 살려줘야 해요.”


글/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