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YTN(서울 상암동) 사옥의 한 카페에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1기생 전도승 군과 이지영 피아니스트를 만났다.

두 사람은 대안학교 벤자민학교의 멘토(Mentor 조언자, 스승)와 멘티(mentee 조언을 받는 사람)이다. 피아노를 취미로 치면서 관심도 많았던 전도승 군은 이지영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아 현재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날 도승 군은 ‘YTN 사이언스 청소년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하는 직업체험을 위해 YTN을 방문했다. 마침 이지영 멘토도 YTN에서 ‘이지영의 뮤직톡톡’ 이라는 음악 방송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우연히 한 장소에서 만난 멘토와 멘티. 그동안 서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기자도 함께 참석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전도승 군과 멘토 이지영 피아니스트

기자 : 이지영 멘토님, 지금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이지영 멘토 : 네, 저는 피아니스트이고요. 작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현재는 YTN에서 방송활동을 해요. ‘이지영의 뮤직톡톡’ 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오늘이 2회 째에요.

기자 : 처음 멘토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고 어떠셨나요?

이지영 멘토 : 처음에 마음이 좀 무겁긴 했어요. 한 아이의 인생에 도움을 준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도승이를 만나니까 더 다가가고 싶고 친해지고 싶더라고요.

기자 : 도승 군과는 어떻게 연락을 하시나요?

이지영 멘토 : 몇 달 전에 도승이와 자원봉사활동을 같이 했어요. 제가 하는 봉사활동 중에 독거노인 가정집을 청소해주는 게 있어요. 여기에 도승이도 오라고 해서 같이 했죠. 또 5월 제 독주회에 도승이와 벤자민학교 아이들이 같이 와서 응원을 해주었어요. 서로 멀리 있어서 자주 만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전도승 학생 : 네, 멘토님 연주회에 갔는데 진짜 멋있었어요.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가슴이 뛰었어요. 아, 나도 저런 모습이 되고 싶다.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어요.

기자 : 도승 군이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어떠셨나요?

이지영 멘토 : 제가 이쪽 현실을 잘 알고 있잖아요. 게다가 피아노는 어릴 때부터 하지 않으면 많이 힘들어요. 그 길을 선택한다고 하니까 뭐라고 말해주기가 난감했어요. 그래도 도승아, 네가 정말 선택했다면 죽을 힘을 다해서 했으면 좋겠다. ‘그냥 한번 가보지 뭐’ 이런 마음은 안돼. 그리고 중요한 건 피아노를 연습하는 방법이에요. 집중하지 않고 방법을 모르면 7시간을 앉아 있어도 2시간의 효과밖에 없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연습해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얘기해주고 싶어요. 인터뷰 끝나고 직접 연주하는 걸 보면 좋겠네요.
 

▲ 피아니스트 이지영 멘토는 YTN 방송에서 음악프로그램 '이지영의 뮤직톡톡' 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이지영 멘토의 독주회에는 전도승 군과 벤자민학교 학생들 24명이 관람했다.[사진=김보숙,전은애 기자]

기자 : 멘토님도 어린 시절이 있으셨잖아요. 어떻게 음악을 하시게 되셨나요

이지영 멘토 : 저는 그냥 어릴 때부터 피아노랑 같이 살았어요. 어른들이 잘한다고 칭찬하면 좋아서 더 잘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피아노가 운명이 되어버린 거죠. 그렇지만 도승이는 달라요. 자기가 선택을 했잖아요. 훨씬 뛰어난 거죠.

전도승 학생 : 사실 솔직히 불안할 때도 있어요. 제가 많이 늦게 시작했고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도 많잖아요. 또 유학을 가야지만 성공한다는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내가 이렇게 해도 희망이 있는 걸까, 얼마나 해야 하는 거지?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으니까, 하고 싶으니까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지영 멘토 : 그래도 이왕 선택했으니까 자신을 믿으면서 갔으면 좋겠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할 수 있는 힘을 자꾸 갉아먹는다고 생각해. 선택했다면,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그런 마음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너는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나는 지금 방송을 시작했잖니? 아직 방송하는 게 많이 두렵단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거야.

그리고 지난번 멘토와 멘티 모임에 참석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벤자민학교 아이들의 열정과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보고 깜짝 놀랐죠. 저희 어릴 때는 교육이 평준화돼서 꿈이라야 선생님이나 의사, 과학자 이게 다잖아요. 그런데 벤자민학교 아이들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예의바르고 센스있는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오히려 제가 아이들한테서 기운을 받고 환해졌어요.

기자 : 전도승 군의 미래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이지영 멘토 : 네가 꿈을 선택했으면 그냥 돌진해라! 그리고 자꾸 너의 무대를 만들어. 이 직업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직업이니까. 또 하나는 자기 관리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연습할 때는 내가 그냥 시간을 채우고 있지는 않나, 항상 질문하고 몰입하도록. 정말 기운을 타고 몰입하다 보면 전율이 일어나고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어요. 그렇게 깨닫는 순간, 음악이 달라지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기본적인 베이스가 다 되어 있어야 해요. 긴장을 늦추는 법, 호흡하는 법도 알아야 하고요. 어쨌든 우리 열심히 하자. 나도 방송을 열심히 배울 거니까 너도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는 거야. 아자 아자 파이팅“

전도승 학생 : 아~ 네 멘토님, 감사합니다.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파이팅!!
 

▲ 전도승 군의 피아노 연주를 점검해주고 있는 이지영 멘토

벤자민학교는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와 전문가들이 학생의 멘토로 참여하는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관심사에 따라 멘토를 선택하고, 멘토는 학생들이 꿈을 찾는 것, 직업 체험하는 것, 벤자민 프로젝트 등에 관한 멘토링을 해준다.

지자체장, 국회의원, 교수, 의사, CEO, 언론인, 음악가 등 100여 명이 넘는 전문 멘토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매달 1박 2일 워크숍에 멘토를 초청하여 멘토 특별강연회를 실시하고 있다.

멘토들의 1:1 멘토링과 멘토 특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멘토들은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교육기부로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글/사진=김보숙 기자 bbosook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