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 한인 학생회 강우성 부회장과 그의 친구들로 구성된 한국팀은 지난 10월 31일 뉴욕 그리니치빌리지부터 약 3km를 행진하는 전통적인 할로윈 행렬에서 고구려 무사와 처녀귀신, 저승사자로 분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를 코리안스피릿에서 화상 인터뷰를 했다.

고구려 무사복의 강우성 학생 "고구려 강이식 장군의 후손입니다."

강우성 군은 언제부터 한국을 알리고자 하는 활동을 시작했는지? 직접적인 계기나 사건이 있었다면

1997년, 15살 어린 소년으로 미국에 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세계역사교과서를 펼쳤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 있는 한국의 모습은, 제가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알고 있던 한국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중국과 같은 색깔로 표시된 영토와, Sea of Japan에 둘러싸인, 독도와 제주도는 온데 간데 없는 이상한 모습의 한반도, 그리고 한국을 소개하는 아주 초라한 한 토막의 글귀에는, 아직도 한국은 Korea War의 피해에서 회복하지 못한 작고 힘없는 나라로 묘사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중심에는 다름 아닌 우리가 있다
“한국 브랜드 홍보부족 심각성 몰라” 한인들 일부는 “나와 상관없는 일”
그러나 직․간접적인 큰 피해 입고 있어

행여나 미국 친구들이 볼까봐 황급히 책을 닫았지만, 너무나도 큰 소리로 뛰던 그때 그 심장은 아직도 제 안에서 그때 그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제멋대로 짓밟히고 왜곡되어 있는 Korea의 모습을 되찾겠다고 다짐했죠.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며 알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왜곡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우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우리 모습을 알려야 할 이 시기에 아직도 세계의 도서관에는 7,80년대의 한국 관련 자료가 가득하죠. 서점에서도 일본, 중국,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관광 책자들 틈에서는 끼지도 못한 채 저 구석의 “기타 아시아” 섹션에 먼지 가득한 채로 처량하게 홀로 진열된 자그마한 Korea 책자를 보며 우리의 소극적인 홍보와 홍보 방법의 비효율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세계를 상대로 하는 우리의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비효율 적인 것이었어요. 정작 문제 해결에 힘을 써야 하는 한국인들이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이 순간에도,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밀려 그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도 사실은 직 간접적으로 입는 피해는 상당하지요. 쉽게 말해, 우리 모두 같은 증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이대로 상황을 방치하게 된다면 세계 속에서 제대로 된 한국의 모습을 찾기는 더더욱 힘이 들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미디어를 통해 이슈가 된다 해도 사람들의 관심에 머무르는 것도 잠시, 어느 샌가 다시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무엇인가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은 '애국'이란 말을 쑥스러워합니다. 강우성 학생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애국’이란 말은 총칼을 들고 피를 흘리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만이 애국 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사, 문화와 같은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올바른 정체성을 갖는 것, 말 그대로 나라를 사랑 하는 것이 애국이죠.

하지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애국심과 국수주의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갖고 존중하며 받아들일 아량을 가지는 것 이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것만 최고이고 다른 문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이분법은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게 중요하겠지요.

할로윈 축제에 고대 한국의 복색을 통해 한국을 알리겠다는 계획의 시작은 언제인지, 직접적인 동기는? 준비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할로윈은 이제 그 종교적인 유래에서 벗어나,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즐거운 파티문화로 자리매김 한지 오래입니다. 할로윈 기간동안 거리를 나가보면, 각양각색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로 분장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할로윈을 “캐릭터 박람회”라고 비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러한 캐릭터들 중, 일본과 중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들 (닌자, 게이샤, 사무라이, 스모선수, 강시)은 벌써 예전부터 다양하게 상품화가 되어있어 이를 입고 즐기는 외국인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캐릭터 박람회”에, 일본과 중국은 벌써 예전부터 자신들만의 부스를 차려놓고 상품을 팔고 있는데, 한국은 전혀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은 것과도 같은 이치이지요. 한국을 대표할만한 얼굴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 영화배우들이 닌자가 되고 사무라이가 되어야 하는 현실 또한 마음 아팠죠.

지난 7월 한국을 방문 했을 때 본격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발품을 팔면서 준비를 했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본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과정이었어요. 4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Daum의 국민모금을 통해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모금 종료일인 10일 전까지도 모금액의 절반도 모으지 못한 상황이라 너무나도 비관적인 상황이었어요.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밤을 새며 고민했었는데, 이러한 소식이 트윗터, 페이스북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더니 결국에는 무려 10,000여명이 넘는 네티즌분들이 서명과 후원을 해주셔서 목표액을 마련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