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성은이와의 관계는 나쁘지는 않았어요. 달라진 건 아이를 바라보는 제 시선이죠. 성은이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도자기 배우고, 스스로 계획하고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믿음이 생겼습니다.”

(클릭) 서성은 양 인터뷰 "벤자민학교 입학 후 1분 1초의 소중함을 깨우쳐"

박지원 씨에게 서성은 양(벤자민학교·18세)은 1남 3녀 중 늦둥이 막내딸이다. 엄마와 막내딸과의 사이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이건 했니?”
“왜 안 했어?”

엄마가 딸에게 하는 대화는 주로 체크하고 일방적인 지시였다. 모녀 관계는 올해 3월 이후 변화하기 시작했다. 성은 양이 벤자민학교 입학 후 필수교육과정인 아르바이트를 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딸이 더 이상 보살펴야 할 아이가 아님을 깨우쳤다.

“예전에는 아이의 의사를 묻기보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주입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했죠. 이제는 성은이를 한 명의 인격체로 보게 되었습니다.”

▲ 어머님 박지원 씨와 서성은 벤자민학교 학생

현재 부산에서 뇌교육 강사로 근무하는 박지원 씨는 딸에게 벤자민학교 입학을 먼저 권유했다.

“방과 후 수업으로 뇌교육을 지도하러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참 안쓰러웠어요. 책상에 엎드려 있고, 뭘 하고 싶은 의욕도 없고요. 우리 딸도 저렇겠구나 싶었죠. 1년쯤 학교 가는 대신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도전해 보길 원했어요.”

 성은이는 중학교 때부터 해 온 작곡을 얼마 전 그만두고 도자기를 시작했다. 벤자민학교 입학 후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피아노도 사고, 열심히 했지만 소질이 보이지 않았다.

▲ 도자기 작업 중인 성은 양(사진=본인 제공)

성은 양은 사실 예전부터 작곡을 그만두고 싶었으나 지금까지 해왔던 게 아까웠다. 중학교 때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야간자율학습까지 빠지면서 했던 작곡 공부였다. 무엇보다 스스로 한 말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버텼다. 벤자민학교에 입학할 때도 1년간 작곡을 실컷 하고 싶다고 큰소리쳤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두려웠다. 그때 엄마가 용기를 주었다.

“벤자민학교 입학한 이유가 하고 싶은 일 실컷 해보고, 아닌 건 포기하고, 다시 찾으려고 입학한 것 아니니?”

그날 밤, 성은이는 엄마와 큰 종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4가지를 적고는 밤새워 이야기했다.

“난 빵 만드는 것이 좋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고, 이런 건 싫고 엄마랑 하나하나 짚으며 이야기했어요. 얘기하다 보니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무언가 만들고 그리는 일에 재능이 있고 좋아한다는 것을요. 그중에 하나가 도자기였어요.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에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일단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학원을 알아봤어요.”

성은이는 요즘 아르바이트와 영어학원 다니는 시간 이외에는 모든 시간을 도자기 학원에서 보낸다. 하루 3~4시간에서 많을 때는 7~8시간 도자기를 빚는다.

▲ 서성은 학생이 빚은 도자기. (사진=본인 제공)

“성은이가 벤자민학교 입학 후 매월 워크숍을 다녀올 때마다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의 내면에서 변화가 일어난 거죠.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도 생겼지만 무엇보다 예전보다 더 성숙해졌어요.”

현재 성은이는 도자기 학원비, 벤자민 워크숍 교육비와 교통비를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앞으로 1년간의 벤자민학교 생활이 끝난 뒤 검정고시를 볼지, 아니면 도예 관련 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할지 진로를 고민 중이다. 올해 18세,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두 살 동생들과 공부해야 한다.

“학교에 다시 간다 해도 옛날 같은 학교생활을 하지 않을 거예요. 동생들과 생활해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고요. 또 검정고시를 해서 대학에 일찍 들어가 거기서 진로를 정하는 방법도 있고요. 제가 선택하고 도전해 볼 기회가 무궁무진하니깐요.”

어머니 또한 성은이를 통해 교육관이 완전히 달라졌다.

“17, 18세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평생 동안 할 일을 정하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볼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실수도 해보면서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