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엄마의 잔소리가 필요 없겠구나 싶었다. 희령이가 하루 계획을 세워 실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생활을 스스로 챙겨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올해 일 년은 우리 딸이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는 때다. 지금 이 순간이 희령이에게는 홍익하는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없이 어려 보이기만 하던 자식이 성큼 컸구나 하고 느낄 때가 바로 이런 때인가 싶다. 김희령 학생 부모 김현호 씨, 신영희 씨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입학 후 마음의 키가 훌쩍 자란 딸이 기특하기만 하다. 매사 일일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자기 일을 찾아서 하는 딸이 그저 고맙고 믿음직스럽다.

▲ 김희령 학생 부모 김현호 씨(오른쪽), 신영희 씨(왼쪽)

“반대? 자녀의 인성 깨우고 싶은 부모의 사랑일 뿐”

지난 3월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희령이는 현재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활동, 직업체험, 외국어 공부 등 스스로 일과를 짜고 실천하며 인성과 창의력, 독립심과 주체성 등의 덕목을 체율체득(體律體得, 몸으로 직접 느끼고 얻는 것)하고 있다.

아버지 김현호 씨는 지난해 겨울 희령이가 벤자민학교에 가겠다고 처음 말을 꺼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가슴 뛰는 자기 꿈을 찾고 싶다는 딸의 선택에 내심 기쁘면서도 순순히 허락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희령이가 벤자민학교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왔다. 학교를 그만두고 스스로 공부할 일 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그 시간이 딸의 인생에 결정적으로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히려 반대를 심하게 했다. 어린 나이에 혹한 마음으로 도전하기에는 쉽지 않은 길이었으니까 말이다.”

집안의 가장 김 씨의 반대로 가족은 희령이 문제로 가족회의를 3차례나 열었다. 회의에서 김 씨는 ‘어린 친구들이랑 공부할 텐데 이겨나갈 수 있겠느냐’, ‘혼자서 사회경험 하다 보면 무서운 사람, 어려운 사람 만날 텐데 어떻게 하겠느냐’, ‘정신적∙체력적으로 그 많은 미션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등 딸에게 날선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는 앞으로 부딪힐 문제에 대해 희령이 스스로 답을 찾게 하기 위한 아버지의 속 깊은 배려이기도 했다.

김 씨는 “희령이가 ‘그냥 해보고 싶다’거나 ‘나는 다른 사람보다 잘하고 싶다’가 아니라 벤자민학교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와 이웃과 세상을 품는 큰 마음이 있었다”며 “벤자민학교는 서로 함께하는 홍익정신과 인성을 깨우는 교육방식이 훌륭하다. 경험을 통해 자기 철학을 갖게 한다. 그런 면에서 희령이가 많이 성장했다”고 했다.

“희령아, 아빠는 사실 네가 이 학교 다니겠다고 말했을 때 대찬성이었어. 하지만 아빠가 거절했을 때 네가 포기했다면, 그만큼의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너는 중간에 100% 포기했을 거야. 네가 다시 용기 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너의 의지를 믿어.”

▲ 딸 희령이가 제주 여행에서 찍은 사진. 희령이는 우도, 천지연폭포, 인체박물관 등 곳곳을 다니며 자신감과 소통능력을 키웠다.

“부모와 자녀 함께 성장, 내 아이 객관적으로 바라봐주길”

어머니 신영희 씨는 희령이가 특히 벤자민학교 수업과정 중 하나인 제주 여행을 통해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크게 얻었다고 한다. 삶의 현장 속에 홀로 뛰어들어가 겪는 현실은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겪는 날들과는 천지 차이다. 하지만 신 씨는 딸의 끈기있는 성격을 알기에 잘 이겨나갈 것이라 믿어준다.

“물론 처음에는 딸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내 중고등학생 시절을 생각해보니 희령이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더라. 제주도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기를 돌아보면서 자존감도 얻고 말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가는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

신 씨는 딸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한 명의 인격체로 자라나게 하려면, 무엇보다 부모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희령이의 선택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고등학생은 부모가 챙겨줘야 할 어린애가 아니다. 자기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때다. 내 아이가 좋은 어른,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되길 바란다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서 잘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줘야 한다. 멀찌감치 서서 피에로를 바라보는 관람꾼처럼 자녀를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신 씨는 “올해는 이미 벤자민학교에서 경험하고 얻은 것만으로도 희령이에게 소중한 해다. 언젠가 이 한 해를 생각하며 어렵고 힘든 때를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희령이가 자기 꿈을 세운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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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행보, 나만의 판을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