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는 말을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고 내가 잘못된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타인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길에는 나만의 판이 필요한 거죠. 기존의 시각이 아닌 나의 시각과 기준으로 만들어진 판 말이에요.”

어린 학생임에도 희령이의 대답에는 자기 소신이 실려 있었다. 쉬운 길이 아닌 만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닦여진 길 위에서 공부하기도 바쁠 대한민국 고 2가 평범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희령 학생 [사진=이효선 기자]

지난 9일 서울 홍제역 근처 한 카페에서 김희령 학생을 만났다. 희령 양은 우수한 성적으로 특목고에 다니며, 진로에 관한 꿈을 키워가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잘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올해 3월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좀 더 가슴 뛰는 인생을 찾고 싶어서였다.

“벤자민학교 소개를 받고 본능적으로 끌렸어요. 여기서 꿈과 비전을 찾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부모님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반대하시는 이유에 대한 답을 고민해 부모님을 설득하기도 하고 너무 하고 싶어서 울기도 했죠.”

희령이는 현재 고향인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예술활동, 외국어 공부, 직업체험, 운동 등 일과를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한다.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다른 생활에 힘들 법도 하지만 오히려 더 자신감과 용기, 실천력이 늘었다. 물론 이런 생활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학생이라 낮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요.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정리하기가 힘들었어요. 지금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많이 바뀌었어요. 부정적인 이야기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아요. 내가 정말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공부하는지 뚜렷한 기준이 생겼으니까요.”

▲ 김희령 학생은 벤자민학교 수업과정의 하나로 지난 5월 말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홀로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마주하는 용기를 얻었다.

벤자민학교는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력, 주체성 등을 키우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과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4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훌쩍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특별한 과정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희령이 역시 이런 과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난 5월 말(20~28일)에는 벤자민학교 수업과정의 하나로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그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기도 했다. 올레길 위주로 여행 계획을 짜며 짐은 최대한 가볍게 꾸렸다.

“가족이나 인솔자의 도움 없이 혼자 가게 되어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됐어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무서웠고요. 하지만 길이나 숙박을 찾다 보니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밝게 인사하며 말을 걸게 됐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제가 혼자 여행 온 가장 어린 여자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혼자라는 두려움을 뛰어넘는 경험이었어요.”

희령이는 백년초 박물관, 정방폭포, 테디베어뮤지엄, 천지연폭포, 우도 등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날은 혼자서 올레길을 15km씩 걷기도 했다. 다친 관광객을 도와줘 아이스크림을 얻어먹거나, 숙박하던 곳 사람들과 친해져 식사를 같이 하는 날도 있었다. 수제 케이크를 팔던 교수 아저씨, 사진전 총책임자던 아주머니 등 관광지 곳곳에서 많은 이들과 교류하다 보니 세상에 대한 마음도 더욱 열렸다.

▲ 김희령 학생이 여행 간 제주 정방폭포, 우도 바다, 테디베어뮤지엄 (왼쪽부터 시계방향). 희령이는 여행 내내 다양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희령이가 혼자서 여행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교과서에서만 보던 인사와 예절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을까. 자신만의 세상에서 용기 있게 걸어 나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이렇듯 인성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체험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다.

희령이 역시 인성회복 교육을 통해 자신의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이렇게 생활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닌다. 그런 희령이 모습에 시큰둥하던 사람들 역시 “당당한 모습이 부럽다”, “나도 그런 생활 해보고 싶다”, “멋있다”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부모님이 자신을 신뢰하며 칭찬해줄 때 가장 기쁘다.

그에게 꿈을 찾아 떠난 1년이란 시간은 행복 그 자체다. 힘든 순간도 다시 돌아보면 나를 성장시켜준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희령이는 벤자민학교에서 경험했던 것을 책으로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에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많은 친구가 자기처럼 진정한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저의 꿈과 비전은 지구의 자원을 균형 있게 나누는 일을 하는 거에요. 아직 구체적인 직업까지 정하지는 않았어요. 친구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직업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직업은 꿈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니까요. 지금 우리에게는 자기 인생의 판, 꿈을 찾는 일이 먼저거든요.”

[기사 바로가기 클릭] 김희령 학생 부모님 인터뷰
"벤자민학교에서 성장한 딸, 세상 품는 홍익인간 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