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1층 예인홀에서 제6차 한민족미래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우리말에서 찾는 새 문명의 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최근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1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살이라는 말을 거꾸로 하면 어떨까? ‘살자’가 된다. 생각이 아니라 말만 바꿔도 자살하는 사람을 살릴 수가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주목한 것도 ‘우리말’이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으로 보았다.

10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1층 예인홀에서 열린 제6차 한민족미래포럼에서 이 전 장관이 발표한 ‘우리말에서 찾는 새 문명의 길’을 따라가보자.

한국의 자원은 석유가 아니다!

“삶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로는 생(生)이다. (그런데) 삶 속에 사람이 있어요. 안 그러세요? 삶이라고 써놓고 사람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너무나 익숙해서 모르는 우리말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를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전통문화에서 미래의 자원을 꺼내자고 강조했다.

“하나님은 왜 우리에게 석유를 주지 않았을까? 다른 나라는 땅을 파야 살아갈 수 있는데 우리는 땅을 안 파도 살 수 있는 지혜를 주셨어요. 그 자원이 우리말과 마음이다.”

예를 들면,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 왕자 3명이 젊을 때 모두 죽는다는 점괘가 나왔다. 이때 왕에게 어떻게 보고할 것인가?

“큰일 났습니다. 전하보다 왕자들이 먼저 죽겠습니다.”
“경축 드립니다. 왕자들보다 전하께서 더 오래 사시겠습니다.”

전자의 보고를 받은 왕이 분노했다. 점괘를 낸 사람이 죽은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후자는 아니었다. 같은 결과도 긍정이냐? 부정이냐? 그 차이가 세상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어제와 오늘은 우리말인데 왜 내일(來日)은 한자말일까? 내일이라는 우리말이 없는 민족이냐고 자문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래라는 말이 있고 글피라는 말이 있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문화를 보면 그곳에 보석이 있고 한국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말에서 ‘조사’만 바꿔도 마찬가지다. 직장생활이 어떠하냐? 라는 질문에 어휴, 실망했어요. 공부해서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차‘나‘ 나르고 있어요. 라는 말을 듣게 됐다고 하자.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나’가 아니라 ‘도‘로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라며 “결혼해서 남편 욕할 때 만날 술이나 먹는다고 하지 말고 술도 먹는다고 하면 달라진다. 똑같은 행위라도 토씨 하나를 전 국민이 바꾸면 한국은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 10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1층 예인홀에서 제6차 한민족미래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우리말에서 찾는 새 문명의 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말의 ‘힘’

한국말과 외래말과의 관계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황토흙, 동해바다, 처가집

황토와 동해 처가라는 한자어에는 이미 흙과 바다, 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한국말을 붙였다. 모찌떡, 빵떡, 깡통도 마찬가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말과 외래말이라는 두 개의 모순된 것을 끌어안으면서 우리 것을 지켰다.”

이는 외국의 문화와 전통 문화의 관계를 배척이 아니라 융합이자 창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싸이의 말춤이 어디에서 왔느냐? 사천왕과 똑같다.(청중 웃음)”

외국의 팝송과 랩이 들어와도 이를 창조적으로 바꿀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슬기롭냐는 그의 말에 청중은 공감했다.

20세기는 기계와 불의 시대다. 기계를 움직이는 것은 불이다. 에너지다. 그러나 21세기는 생명과 물의 시대다. 도교에서는 물을 상선(上善)으로 본다. 낮은 곳으로 흐른다. 땅으로 스며들고 많은 생명을 키운다. 그가 <생명이 자본이다>를 펴낸 이유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살람살이’이다. 살림은 죽은 것을 살리는 타동사이고 살이는 그것과 함께 산다는 자동사이다. 살려면 남을 살려야 한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지 않다. 남을 죽여야 한다. 나라살림, 회사살림 등 살리는 경제가 전통문화이고 창조다.

“살림살이는 생명이 2개나 겹쳐있어요. 젊은이들이 자살도 거꾸로 읽어보면 살자라고 하지 않았겠어요? 이것이 우리 말이 가지고 있는 매직(magic)이에요. 중동 사막에서 오일 캐내듯이 그것을 캐내자!”

한편 7차 미래포럼은 9월 11일 선불교 만월 손정은 선불교 도전을 초청해 “왜 이 시기에 단군과 홍익정신을 이야기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한다.

한민족원로회는 작년 7월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이 공동의장을 맡고,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언론, 문화 등 각 분야 100여 명의 원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민족원로회 미래포럼’은 격월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