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종민 제주대 사범대 영어교육과 교수
1년 전 5월 어느 날 동네를 산책하다 우연히 단월드라는 간판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찍이 직장동료를 통해 단전호흡에 관해 익히 알고 있던 터에 이런 곳이 집 근처에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이튿날 전화를 해서 김정희 원장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단전호흡 자체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집 근처에 있는 관계로 지속적인 수련이 가능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 한 달간 열심히 수련에 임했고 원장도 나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두 달째 접어들며 원장은 평생회원(골드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했다.  솔직히 말해 그 성화에 못 이겨 골드회원으로 등록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모든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수기를 쓰고 있다. 지난 1년간 수련을 하며 체험한 단전호흡의 효과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심리적 안정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칼럼에 심호흡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도 가벼운 수면장애나 정신적 불안을 이겨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며 심호흡이 어떤 호흡을 의미하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단전호흡을 하면서 복식호흡을 통한 단전의 수련이 바로 심호흡에 다름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전이란 배꼽 아래 5cm를 일컫는데 이곳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단전호흡이다. 이런 호흡을 바탕으로 1시간 20분간 다양한 형태의 몸풀기를 하다 보면 하품이 나고 졸음이 저절로 올 정도로 긴장이 이완된다. 이것은 단전호흡 초보자들 대부분이 느끼는 현상이다. 이런 심리적 안정과 긴장 이완은 마음의 물결을 참으로 고요하게 해주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신체적 이완이다. 단전호흡은 보통 1시간 20분간 진행된다. 처음 20분 정도는 주로 단전 두드리기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립 자세, 앉은 자세, 누운 자세에서 다양한 형태의 몸풀기 활동을 하다보면 온몸의 근육과 관절 마디마디가 이완됨을 느낄 수 있다. 요가에서는 연령에 따라 하기 어려운 자세가 많지만, 단전호흡에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대부분 따라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1시간여 신체적 이완을 하고 나면 피곤함이 사라지고 상쾌함이 찾아와 수련을 마친 대부분 회원의 얼굴에서는 화색이 돈다. 이토록 반복되는 신체적 이완은 나이 들수록 찾아올 수 있는 각종 관절병(무릎, 어깨, 허리, 발목 등)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내면 깊은 곳으로의 여행이다. 내가 경험한 단전호흡은 요가와 명상을 적절히 혼합한 스타일이다. 좋은 음악에 맞춰 여러 자세를 취하며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자기 내면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을 느끼며 내면으로의 여행을 하다 보면 이른바 율려, 즉 무상, 무념의 상태에서 생각이 끊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온 몸 구석구석에서 기가 흐름을 체험하게 된다. 이 순간 머리는 가벼워지고 온 몸이 따듯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복잡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게 된다. 일명 욕심과 허세를 모두 내려놓는 순간이다. 그러기에 수련을 끝내고 차를 한잔 나누는 회원들의 얼굴에서는 한 결 같이 평온함이 흐른다.

넷째,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오늘날 ‘100세 시대’라는 말이 화두이다. 누구나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젊어서부터 각양각색의 운동을 한다. 그러나 60대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운동은 흔치 않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단월드 이도센터에는 20대에서 80대까지 회원들의 연령분포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단전호흡 프로그램은 각자의 체력에 맞춰 강약을 조절할 수 있기에 일종의 맞춤형 운동과 같다. 말 그대로 수명을 다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단전호흡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섯째, 소통과 대화의 장이다. 단전호흡은 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운동이다. 땀이 흥건히 밸 정도로 힘 드는 과정이 있는가 하면 한기를 느낄 정도로 명상에 몰두하기도 한다. 때로는 10여 명 이상의 회원이 동일한 동작을 취하며 수련을 하는 데도 옆에 누구 있는지조차 모르고 수련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기만의 집중도가 높은 운동이다. 각자가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수련을 한 후 대개는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수련을 마치고 둘러앉은 회원들의 얼굴에서는 안온함과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러니 나누는 대화 자체가 즐겁고 유익할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단전호흡의 효과를 대략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이 이외에도 여러 가지 효과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릇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운동의 효과는 직접 체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단전호흡을 ‘운동’이라 칭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신체적 수련의 측면에서는 운동이겠지만 마음을 닦는 차원에서는 ‘수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그러나 단전호흡을 하는 동기가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라는 측면에서 운동이라는 단어도 무방할 듯싶다. 심신의 수련을 동시에 하고 싶다면, 그리고 건강관리를 위해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다면 단전호흡을 시작해보도록 권유하고 싶다. 끝으로 나 또한 단학을 만나게 된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