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화는 예인신문의 여기자였다. 그가  상의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뜻밖에 온 편지였다. 나는 그와 통화를 한 적은 있었지만 만난 적은 없었다. 만나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제 신문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선생님과 유 선생님 두 분을 세종문화회관 분수대에서 먼발치로 보았습니다. 두 분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시고 퍼포먼스를 하시기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았습니다.

두 분은 이상한 물건(그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을 가지고 퍼포먼스를 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알기에 두 분은 우리 문화계에서 특이한 분들로 알려진 분들인데 무엇을 하셨는지 알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 편지를 드립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의 신상에 관하여 선생님에게 상의 드리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시간을 내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답신 부탁합니다. 근화 올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답신을 보내야 할지 보내지 않아야 할지 결정을 해야 했던 것이다. 나는 답신을 보내기로 하였다.

“만나주겠소.”
나는 답신을 보냈다.

“내일 오전에 괜찮겠어요? 토요일이긴 한데…….”

즉각 다시 편지가 왔다.

“일찍 만나면 오전에 1시간쯤 여유가 있을 것 같소.”
“바쁘시군요. 제가 선생님이 거주하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어디에서 만날까요?”
“성주산역 북부 광장 앞쪽에 파출소가 있고 파출소에서 한 20보쯤 네거리 쪽으로 가면 2층에 열차라는 찻집이 있어요.”

북부역 앞 왼쪽 2층에 열차처럼 길쭉하게 생긴 커피점이 있었다. 내가 사람을 만나는 곳이었다. 나는 8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한가한 아침이었다. 날씨는 청명했다. 그야 말마따나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봄 날씨이긴 하지만 아직도 쌀쌀했다. 하늘을 보니, “동이족은 춘분의 기에서 태어났다.”는 멋진 문장을 떠올렸다.

아가씨가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워 가며 집필을 하다가 나온 아가씨처럼 보였다. 외모를 가꾸는 데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듯했다. 그러나 애잔한 분위기가 풍겼다. 아가씨가 나를 한눈에 알아보고 공손하게 인사하였다.
 
“선생님,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어떤 일로 나를 만나자고 하셨소?”
 
나는 인사를 받으며 물었다. 아가씨가 명함을 내밀었다. 근화라는 이름의 아가씨였다. 아이디와 이름이 같았다.

우리는 차를 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근화의 얼굴을 찬찬히 보니 그녀가 감추고 있는 병색이 보였다.

“몸이 아픈 데는 없어요?”
“아파 보이나요?”
“아파 보이니까 묻지.”
“그렇게 보인다니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대답하지 않아도 되요.”
“실은 이 병색 때문에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해 봐요. 혹시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니.”
“1년에 몇 번 병원에서 진단이 나오지 않는 이상한 병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2번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진이었어요.”
“저런.”

나는 아가씨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저의 증세에 대하여 알고 계시지요?”
“내가 의사가 아닌데 어떻게 알겠소?”
“그런데 왜 선생님이 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근화 씨를 힐링 해 줄 사람이 필요하겠군.”
“저를 그 분에게 데려가 주실 수 있어요?”
“데려가 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무슨 문제가 있나요?”
“문제야 근화 씨에게 있지.”
“제겐 절박합니다. 몸이 너무 아파요…….”
“결심은 선 거요?”
“네.”
 
혁거세 선생이 나를 태우러 북부역 앞으로 오도록 되어 있었다.

“내가 강화도 서해빈에서 춘분제사 복원 기획을 맡고 있어요. 오늘 거기에 가면 근화 씨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의무醫巫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데 함께 갈래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밝아진 그녀의 얼굴을 보니 구름이 끼기 시작한 내 가슴에서 구름이 걷히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대상포진帶狀疱疹에 걸린 듯싶은 제 몸에서 고통이 사라지고 있어요.”
 
근화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디가요?”
“가슴이에요.”

근화는 심장이 있는 왼쪽의 젖가슴이 아파서 울며 다녀야 했다고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유방암은 아니었다. 통증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였다. 근화는 늘 돌팔이 같은 의학박사님들에게 젖가슴을 보여주곤 하였다.

“선생님은 무당이 아닌데 사람들이 왜 선생님을 무당이라고  말할까요?”
“어떤 사람들이 그런 모략을 하는 거요?”
“모략이 아니에요. 소문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은 믿지 말아요.”
“왜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팔아서 사기 치는 사기꾼이 많은 사회가 무당 사회예요. 잘못 걸려들면 속아요.”
“선생님은 속지 않겠지요.”
“나라고 안 속았겠소?”
“속아 보셨군요.”
“그렇소.”

▲ 근화의 이미지. 1930년대 아가씨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근화가 웃었다. 웃는 모습이 예쁜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기적인 신이 이런 참한 아가씨를 무엇에 부려먹으려고 신병을 걸리게 하였는지 울화가 치밀었다.

“선생님! 이제 통증이 완전 사라졌어요.”

근화가 만세라도 부르듯 소리쳤다.

“오늘 아주 일진이 좋은 날이군.”
“제가 아플 때마다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면 어떻게 하지요?”
“그럴 땐 내게 와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런데 제가 사는 곳에서 이곳에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근화 씨가 사는 데가 어디인데?”
“서울의 북쪽에 담을 성벽으로 둘러친 동네에 살고 있어요.”
“재벌 동네에 살고 있군.”
“기분 상하셨어요?”
“아니. 무얼 타고 왔어요?”
“기사가 저를 태워다 주고 돌아갔어요. 제가 부르면 30분 이내의 거리에 대기해 있다가 올 거예요. 오늘 선생님 덕에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덕택에 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
“선생님도 신병을 앓아본 적이 있어요? 무당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아시는 것 같아 묻는 것입니다.”
“없어요. 나는 옛날 사람들이 지낸 제사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을 뿐이요. 내가 무당에 대하여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요.”
 
나는 근화가 기록하기 위하여 펼쳐 놓은 수첩에다 한자로 계불禊祓이라 썼다. 요즈음 계불이라는 문자를 쓰는 사람은 없다. 아는 사람은 푸닥거리라고 말할 뿐이다.자, 봐요. 왼쪽의 부수를 보일시示자라 하는데, 『자전』에 해와 달과 칠성을 삼신이라 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어요. 오른쪽의 맺을 계契자는 계를 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에요. 계禊자는 계契를 하는 사람들 10명이 삼신 앞에 모여 있다는 뜻이에요. 계를 하는 사람 10명이 하는 일이 푸닥거리라는 뜻이 불祓이라는 문자에 나와 있어요. 푸닥거리는 부정을 씻어내는 일종의 청결의식淸潔儀式이예요. 청결의 결潔자는 물수氵+맺을 계契자로 만들어진 문자예요. 물가에 계꾼 10명이 모여 있다는 뜻이지요. 이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물가에 가서 부정 씻는 행사를 하는 것이 계불이에요.”

“재미있어요.”
“근화 씨가 놀랄 이야기를 하나 더 해 주지요.”
 
나는 커피를 한 목음 마셨다.
종업원 아가씨가 세모로 길게 자른 케이크 2쪽을 가지고 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서비스로 드리는 것입니다.”

종업원 아가씨가 말했다.

“고마워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케이크에 포크를 꽂아 한 귀퉁이를 떼어내어 입에 넣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무교의 시각으로 보면 세상에 부정하지 않은 것은 없어요. 그래서 부정을 씻어내기 위하여 천수 치기라는 것을 하지요. 부정 치기라고도 하지.”
“그래요?”
“부정 치기란 부정을 쳐낸다는 말인데, 물을 뿌려서 부정을 쳐내고, 소지燒紙 올려서 부정을 쳐내고, 팥이나 콩이나 소금이나 잿물 같은 것을 던지거나 뿌려서 부정을 쳐내지.”
“그런데 저를 놀라게 해 주겠다고 하신 말씀이 무슨 말이에요?”

나는 또 설명하기 위하여 근화의 수첩에 해解자를 써넣었다.

“근화 씨는 한자를 어느 나라의 문자로 생각하나?”

나는 이야기의 주제와 상관없는 말을 불쑥 물었다.

▲ 투우鬪牛는 춘분 날에 태양과 각수角宿가 만나는 행사로 볼 수 있다. 이날 우각牛角을 떠서 춘분제春分祭를 지낸다.

“한자가 우리 문자라는 대답을 기대하시는 거죠?”

근화가 웃으며 물었다.

“그렇소.”
“그렇게 요구하시니 선생님의 이론으로 대답하는 수밖에 없겠어요. 저는 선생님의 이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믿는 거요?”
“믿습니다.”
“이거 부흥회 집회 장소처럼 되어 버렸군.”
 
우리는 함께 웃었다.

“해解자를 설명을 해 봐요.”
 
근화가 눈을 빛내며 한자를 노려보았다.

“해解자를 파자를 하면 각角자, 도刀자, 우牛자가 되는데, ‘쇠뿔을 각을 떴다’는 말이 아닐까요?”
“맞아. 그런데 무슨 이유로 쇠뿔을 각을 떴는지 설명이 필요해.”
“저의 한계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저로서는 선생님처럼 역사를 추론하는 알고리듬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내가 해명을 해 보겠어. 각角이라는 문자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대단히 신성한 문자야. 『태현경太玄經』에 이夷쾌가 있는데, 사辭에 ‘춘분春分의 기氣’와 ‘각수角宿’로 설명이 나와 있지. 춘분의 기는 우리민족이 춘분의 기에서 태어난 민족이라는 뜻이고, 각수는 태양이 각수와 만나는 3월 21일에 춘분의 기가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야. 이날 춘분마지를 하는데, 이때 각수를 상징하는 소의 뿔을 각을 떠서 각수에게 바치는 것이야. 이렇게 하는 것이 춘분마지야.”
“그 장면이 눈에 잡힙니다.”

근화도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천문을 보아서 임금에게 알리는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어. 그런 사람을 감성관監星官이라 했는데, 감성관이 천문을 보고 제사지내는 날짜를 잡았지. 중여곤衆艅鯀이라는 분이 고사告祀지내는 법을 창안하였고, 복희라는 분이 동물을 바치는 희생제犧牲祭를 창안하였지.”

▲ 중여곤이 나오는 유망가와 황제가의 가계도. 중여곤衆黎鯀은 유망가의 대계大鷄를 생부로 하여 태어났고 대계의 형인 전욱고양의 제3자로 양자 가서 제위帝位 상속권을 가지고 있었다. 중여곤에게서 제위상속권을 뺏기 위하여 맨 먼저 제곡고신의 막내아들 지摯가 쿠데타를 일으켜 제위 상속권을 빼앗았고, 다음에 요堯가 쿠데타를 일으켜 제위에 오른 지를 죽이고 제위를 탈취하였고, 세 번째로 순舜이 쿠데타를 일으켜 지로부터 제위를 탈취하였고, 다음에 마지막으로 우禹가 쿠데타를 일으켜 순으로부터 제위를 탈취하여 하국夏國의 시조가 되었다. 중여곤은 제관으로서 고사告祀를 창안하였고, 중여곤衆艅鯀의 여艅자에서 조선朝鮮이라는 문자가 나왔다고 알려졌다. 그는 마가馬加의 족장이었고, 무교巫敎에서 백마신장으로 알려진 분이다.

“그런 것은 기록에 없을 텐데 어떻게 아시지요?”
“한자가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야. 한자에 그 한자가 나온 시대의 역사가 숨어 있어.”
“그럴 수 있겠군요.”
“중여곤衆艅鯀이라는 분의 이름이 곤鯀인데 鯀자에 북어와 타래실이 들어가 있어. 고사상告祀床에 반드시 북어와 타래실을 올리는 이유가 곤에게 빈다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야. 곤이 제사지냈을 때의 의도를 본받자는 것이지.”
“10월 3일과 관련이 있나요?”
“그 날은 단군왕검이 오가부족五加部族을 데리고 조선 건국을 선포한 날이야. 이날 중여곤이 제관이 되어 제사를 주관했지. 오가라면 우가牛加•양가羊加•마가馬加•저가猪加•구가狗加라는 이름을 가진 부족들이 아닌가요?”
“그렇지. 발 4개를 가진 동물을 인종 아이콘(족표)으로 쓰는 부족이었지.”
“그런데 왜 물고기인 북어와 돼지머리를 고사상에 올렸을까요?”
“돼지머리에는 2가지 뜻이 있어. 하나는 저가 부족을 상징하는 제물이라는 뜻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떠오르는 해라는 의미가 있어.”
“알겠어요. 북어에는 어떤 뜻이 있나요?”
“조선의 선鮮자에 그 비밀이 있지. 북어는 북쪽에 있는 어족魚族이라는 뜻이야. 우리 무가에‘거므나 따에 희나백성’하는 사설이 있는데, 히나백성이 북어로 상징되는 부족이지. 유백국의 왕 유망의 셋째 아들이 희인데, 이분의 자손이라는 뜻이야. 거므나 따는 검儉, 즉 단군왕검의 땅이라는 뜻이야. 단군왕검은 희씨를 모계로 하고 단국檀國의 홍제洪帝를 부계로 하여 태어나신 분이지. 고사상에서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도 될 것이야.”
 
우리는 남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그런데 두 분이 어제 보여주신 퍼포먼스가 무엇인가요?”
“그걸 꼭 알아야 하겠어?”
“신문기사에 나갈까 보아 경계하시는 것이지요?”
“기사 거리가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는데, 세상 사람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야.”
“그래요?”

근화에게 무엇인가 필이 오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도 듣고 싶어요. 신문에 내지 말라고 하시면 내지 않겠어요.”
“신문에 내어도 괜찮은 이야기 거리라면 내도 좋아.”
“가능하다면 내고 싶군요.”
“그렇다면 이야기해 주지. 근화 씨에게 신병이 와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이야기를 해주면 앞으로 신명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 거야. 신중하게 생각해요. 그래도 듣겠어?”
“네.”
 
나는 근화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근화의 눈에 신이 와 있는지 안 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근화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하려고 어떤 신이 와서 근화의 눈을 점령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그 신이 어떠한 종류의 신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근화 씨의 눈에 신이 와 있군.”

나는 신의 반응을 보기 위하여 근화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불쑥 한 마디 했다. 신이 즉각 반응을 보였다. 근화가 어깨를 떨었던 것이다.
 
“잡귀라면 빨리 도망쳐! 버티고 있으면 그냥 놓아두지 않겠다.”

내가 명령하였다. 나는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청동팔주령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청동팔주령이 강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나의 몸이 팔여의 음으로 진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안 나갈 거냐?”

내가 호통 쳤다. 대신 할머니의 진동이 내 몸에 퍼졌다. 대신 할머니라면 마고대신이다.  

“나갑니다. 나가요.”
 
근화가 이상한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탁하고 두꺼운 소리였다. 진동의 파장이 근화의 몸을 감쌌다. 잡귀가 진동을 뚫고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잡귀가 빠져나갔다. 청동팔주령의 진동이 잠잠해지다가 멈추었다. 근화의 눈빛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근화는 지쳐 있었다.
 
“이제 괜찮을 거야.”
내가 말했다.
 
“선생님은 보통 분이 아니세요.”
 
근화가 말하였다.
 
“근화 씨, 이걸 봐.”
 
나는 청동팔주령을 꺼내어 근화에게 내밀었다.
 
“이게 무엇인가요? 아주 오래 된 것 같은데.”
“청동팔주령이라는 것이지. 청동기시대에 사모巳母(샤먼)라 불리는 분이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누군가 내게 전해 준 것이야. 나는 이 청동팔주령의 새로운 임자를 찾고 있어. 내가 이것의 주인이 아니거든.”
 
“그래요?”
“혹시 근화 씨가 새로운 주인이 아닐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내 자신이 의심스러웠다. 의도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