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투표 했냐?
“아니, 왜?”
- 대통령 선거잖아.
“그래서?”
- 투표해야지 임마!
“그 놈이나 저 놈이나 같은 놈들이다.”
- 국민의 의무잖아!
“투표 안하는 것도 내 의사다.”
- 뭐라고?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일에 고등학교 동창 L과 나눈 전화통화 중 일부다. 이후에 언쟁을 높여가며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는 투표했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돌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치는 여야(與野)가 있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 그런데, 문제는 무관심당이다.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일은 빨간 날이니 ‘노는 날’이 되고 만다.

무관심당이 커지면, 정치인들은 신난다. 자기들을 감시하는 국민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불행한 것은 투표에 참여한 국민이고 이러한 나라에 살아야하는 청소년들이다.

오는 6월 4일(수),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지방지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다. 오늘(2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도 시작됐다. 주요 후보자들은 바쁘다. 만나는 사람마다 명함을 돌리고 ‘한 표 부탁드립니다’라고 절한다.

그러나 4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은 54.5%이었다. 무려 45% 이상의 국민이 ‘무관심당원’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12월에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75.7%)와 비교하면 20% 가량 적은 수치다.

투표율은 국민의 사회참여율을 나타낸다. 개인의식보다 전체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울었다. 수백만 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또한 자비를 들여서 진도로 내려간 자원봉사자들도 많았다. 이들의 행동은 국민의식이 깨어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무관심당원 중에는 ‘네 말은 맞는데, 마음은 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말이 아니라 스토리(Story)가 필요하다.

무관심당 지인과 영화 <스윙보트>를 보면 좋겠다.

▲ 한 사람의 투표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 영화 <스윙보트>

미국 뉴멕시코 주 작은 도시에 사는 버드 존슨(케빈 코스트너 분)은 직업이 없다. 낚시하고 맥주 마시면서 빈둥거리며 지낸다. 12살 딸 몰리 존슨(매들린 캐롤 분)을 둔 싱글 아빠다. 집안일도 딸이 한다. 무관심하고 책임을 모르는 삶이다. 그런 그의 운명이 한 순간에 바뀌고 만다. 투표 때문이다.

그의 손에 쥔 한 표가 대통령선거를 재투표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후 양측 대선캠프는 ‘버드’만을 위한 대선캠페인을 펼친다. 그는 일약 슈퍼스타가 된다. 그의 집은 대통령 보다 더 많은 카메라 후레쉬를 받는다.

무관심당원은 자신의 존재 가치가 높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나 아니라도 투표할 사람은 많다’라며 말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자. 그의 손을 붙잡고 말하자. ‘당신은 중요한 사람’이라고. 99명의 온도가 모여도 1도가 없으면 물은 끊지 않는다. 사회를 바꾸는 임계질량은 100도를 모으는 ‘국민의 참여’로 이뤄진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국민이 신(神)이다>에서 “국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신이다. 그 신에 의해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정된다”라며 “선거일은 국민이 '대한민국의 신'으로 미래를 결정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창조의 날이다.”라고 말했다.

6월 4일이 어렵다면 사전투표제도 있다. 오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읍. 면. 동 주민센터 등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신분증만 있으면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다.

<스윙보트>의 주인공 버드 존슨은 마침내 투표실로 들어간다. 그의 투표 한 장이 새로운 리더를 뽑고 국가를 바꿀 것이다. 그와 동시에 무관심당원이던 버드의 삶도 바뀐다. 이것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다.

또한 4년 전 지방선거에 불참했던 45%의 국민에게 2014년에는 참여하기를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