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 관계자가 유가족에게 발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방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13년 10월 강원 양구군 월운리 수리봉에서 발굴된 국군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국군 5사단 36연대 소속으로 1951년 8월 18일∼9월 5일 양구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정연식 이등중사다.

정 중사는 1951년 3월 3일 입대했다. 인제 부근 어론리 전투를 거쳐 1951년 8월 28일, 입대한 지 5개월 만에 양구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후 1954년 10월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된 점으로 미뤄 전투당시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해는 전투화, 탄, 야전삽 등의 장구류와 명찰, 혁대 등 개인소지품이 함께 발굴되어 신원확인이 가능했다.

특히, 명찰에 새겨진 ‘정연식’이라는 이름을 단서로 당시 기록 및 병적을 추적한 결과 8명의 동명이인을 확인했다. 이 중 발굴지역과 군번을 바탕으로 고 정연식 이등중사로 압축한 다음, 유가족과의 DNA검사로 혈연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최종 신원을 확증했다.

▲ 고 정연식 중사의 유품(사진=국방부)
정 중사는 1928년 강원도 영월에서 2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살았다.
 
18살(처, 15살)에 결혼해 입대 6개월 전 아들을 낳고 24세가 되던 1951년에 입대했다.

미망인은 전사자를 순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남편이 입대한 후 마을에 군인차가 지나가면 숨어서 언제쯤 올까 매일 기다렸다. 어느 날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중 전사통지서를 받고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이 후 유해라도 꼭 확인하고 싶었지만 완곡한 친정 식구들의 권유로 하는 수 없이 재가하게 되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사망)과 정선에 거주하는 손자 정의학(38세)씨와는 자주 왕래하며 지내고 있다.

국방부에서는 전사자 신원확인 통보절차에 따라 유가족 손자 정의학씨의 강원 정선 자택을 방문했다. 국방부 장관 명의의 신원확인 통지서와 명찰, 군장고리 등의 유품 그리고 관을 덮었던 태극기를 정성과 예를 갖춰 정식으로 전달했다.

유해는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올해 6월 중 육군 주관으로 대전 현충원에 모셔질 예정이다.

한편 국방부는 2000년 유해발굴사업 개시 이래 국군전사자를 7,700여구 발굴했지만 현재까지 91위(고 정연식 이등중사 포함)만이 신원확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고 정연식 이등중사 사례처럼 유해와 함께 출토된 인식표, 명찰, 도장 등 신원확인에 필요한 단서를 이용해 확인된 사례는 33위다.

이처럼 단서와 함께 발굴될 경우 대상자를 압축하여 이른 시일 내 신원확인이 가능하지만 6·25전사자의 특성상 유가족과의 유전자 비교검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축적된 발굴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로 특정 단서 없이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율 향상이 기대되지만 더 많은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해서는 아직 참여하지 못한 유가족들이 이른 시간 내 유전자 시료채취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