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통일 왕조 진(秦)나라 이후 한(漢), 삼국, 위진남북조시대, 수, 당, 오호십육국, 송, 명, 청나로 이어지는 중국. 분열의 시대는 짧고 통일 왕조의 시대는 길었다고 흔히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라는 주장을 하는 책이 발간됐다. '자치통감'을 완역한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가 '자치통감행간읽기' 네 번째 이야기로 '새로운 시각으로 본 중국사'라는 부제가 붙은 '중국분열'(도서출판 삼화)이 화제의 책이다.

권 교수는  '중국분열'에서  통일 지향적이라는 허구를 깨뜨리기 위해 역사 속의 구체적인 사실을 검토하였고, 중국이 통일되었던 기간보다 오히려 분열된 기간이 더 길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중국사는 통일 지향적이었다고 사실을 왜곡하고 오인해왔는가.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이  '중국의 이념'에 있다고 말한다.  즉 '중국은 통일되어야 한다.'는 '일통론(一統論)'적 이념이 분열은 나쁜 것, 통일은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 이념을 그대로 받아들여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여겼다. 기전체로 쓴 왕조 중심의 역사서들이 이러한 이념을 충실히 뒷받침해 왔다.

▲ 새로운 시각으로 본 중국사 중국분열. <사진=도서출판 삼화>

이러한 왜곡된 시각의 중국사 인식을 고치려면 '통일은 좋은 것'이라는 이념적 역사관을 무장한 '정사(正史)'라는 이름의 왕조사가 창작한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실제의 역사로 그 흐름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일이 좋고, 분열이 나쁘다는 인식 때문에 막연히 중국 역사는 전체적으로 통일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중간 중간 혼란의 시기가 있었던 것뿐이라고 이해해 왔다. 그러나 저자는 그 반대라고 말한다.  중국 역사의 본모습은 오히려 대부분이 분열된 시기였고, 통합의 시기가 짧았고,  '자치통감'에서 다룬 1,362년간의 중국 역사를 보면, 그것이 종전의 견해와 달리 분열 지향적으로 흘러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통일과 분열의 타협점을 말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과거부터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답 없는 과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분열'은 천하일통의 꿈이란 만들어진 꿈이며, 실제의 역사는 각 지역이 독자적으로 자기들의 영역을 경영하려는 욕망이 끊임없이 나타났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천하일통을 이루었다는 한(漢) 왕조도 명목상으로는 200년간 왕조를 유지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방에 세웠던 봉건 제후국이 나라를 독자적으로 운영하였다.  그러므로 한 왕조의 통일이란 이름뿐인 통일이며, 사실 반독립이라는 형식으로 지방에 존재하는 세력을 인정하고 그와 타협하여 만들어낸 결과였다. 지방봉건국의 자율성이 거의 없었던 완전한 천하일통이란 불과 40~50년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중앙의 황제가 끊임없이 천하일통을 이루려는 것은 일장춘몽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꿈에서 깨어나 보면 여전히 제각각 지역별로 분리해 왔다. 

 황제는 통일을 하려고 하여도 분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국의 자연환경에 원인이 있다. 중국 대륙은 하나로 묶이기에는 너무나 컸다. 넓은 영토라는 자연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각 지역마다 독특한 경제와 문화, 사상적 차이를 가지게 되었다. 헤게모니를 잡고 중앙으로 진출한 중앙 조정에 대하여 독립하려는 많은 지방 세력이 항상 존재해왔다. 그런데 왕조 중심의 정사에서는 이들 지방 세력들이 독립하려는 노력을 역사에서는 가볍게 생각하고, 반란 혹은 반역이라는 이름으로 간과해 버렸다. 

저자는 '중국분열'에서  반란 혹은 반역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많은 지방 세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지방 세력들이 정식으로 군사를 일으키는 행동을 일으키기 전과 후에도 계속하여 독립적으로, 또는 반(半)독립적으로 존재했음을 밝히려고 했다. 

 거기에는 장안과 북경, 그리고 남경으로 대표되는 서부와 동부, 그리고 남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경제적 환경과 습관, 그리고 사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설혹 합쳐 놓았다고 하여도 바로 분리되는 현상을 보였다. 설사 시대가 바뀌어도 그 명칭을 달리하거나 제도를 달리 할 뿐, 거의 똑같은 현상이 역사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역사에서는 각 지역적 분열을 마치 ‘악(惡)’처럼 인식해 왔다. 따라서 분리독립하려는 세력을 반역이나 반란 같은 부정적인 용어(用語)를 사용하여 기록하고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들 세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도 중국사는 천하일통이 대세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하나의 사건인 것처럼, 왕조의 운명도 하나의 사건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제도와 조건이 만들어지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그렇다면 보다 많은 백성들에게 밀착되어 있는 지방별 독립적 체제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었다.

▲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의 자치통감 행간 읽기 네 번째 이야기 '새로운 시각으로 본 중국사 중국분열' . <사진=도서출판 삼화>.

 그러한 점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이른바 반란과 반역을 지방 세력으로 독립하려는 역사의 움직임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중국의 전(全)역사의 흐름을, 헤게모니를 잡은 세력과 그 반대되는 세력은 서부와 동부, 그리고 남부로 대별되는 것을 본 것이다.
 

이 책은 '자치통감' 행간읽기의 일환이기 때문에 일단 '자치통감'이 끝나는 오대까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저자는 그 후에 전개되는 역사도 대체로 이러한 지역 대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송, 원, 명, 청나라뿐만 아니라 그후 존재한 군벌 세력의 분립도 지역적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하일통을 꿈꾸는 정권이라면 어떻게 서로 다른 각 지역의 이해를 평화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변수였다. 그러나 하나의 법률과 제도로 서로 다른 환경의 지역을 아우른다는 것은 실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1949년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을 해부해보면, 중화인민공화국은  전통적인 역사 무대에서 중국의 영역이 아니었던 동북의 만주, 몽골, 청해(靑海), 신강(新彊), 티베트 지역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례없는 대통일을 이루고 있다. 이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하여 60여 년간 통일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다만 그 힘이 얼마나 계속 유지될 수 있고, 또 그 힘이 얼마나 역사의 흐름을 가로 막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을 볼 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는 그 힘이 역사의 흐름을 가로 막지 못했던 사실을 누누이 제시하였다.  그래서 그러한지 현재 중국 영역 가운데 원래 중국 영역이 아닌 지역, 즉 만주, 몽골, 청해, 신강, 티베트 등지에서 끊임없이 반발과 소요가 일어나고 있다. 마치 한 무제가 통치하던 엄형주의 시절에도 끊임없이 반발이 있었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중국은 겉으로는 하나의 국가가 통일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내부에는 끊임없이 서부와 북부 그리고 남부라는 세 핵 사이에 지역적 갈등이 존재하고, 여기에서 비극적인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한다. 

부지불식 간에 우리는 이념과 사상에 따라 편협한 시각으로 선과 악, 좋고 나쁨으로 역사를 봐 왔기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여 이해했다. 저자의 주장처럼 통일이 좋고 분열이 나쁘다거나 반대로 분열이 좋고 통일은 나쁘다는 생각으로 중국 역사를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그 현상을 정확히 집어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 신국판(무선)  424페이지  값20,000원
 지은이 : 권중달
 ISBN 978-89-92490-65-8 (03910)
 출간발행일 : 2014년 4월 24일
 분야: 인문> 철학, 역사> 동양사, 사상사> 중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