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올해는 ‘스승의 은혜’를 마음껏 부르기 어려울 것 같다. 정부가 주최하는 스승의 날 기념식이 32년 만에 개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교육계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시간으로 보냈다고 한다.

참사가 없었더라면, 단원고등학생들은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았을 것이다. 그들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이 땅의 비극이다.

그럼에도 스승의 날은 기려야 한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제자를 구하려다 생을 마감한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故) 남윤철 교사를 비롯해 최혜정·고창석·김응현·김초원·이해봉·양승진·박육근·유니나·전수영·이지혜 등 11명이다.

단원고를 배라고 본다면, 이들은 승객을 책임지던 선원과도 같았다. 목숨을 버리고 타인을 구한 의인(義人)들이다.

반면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 등 15명 선원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가 아니라 자기 목숨을 살렸다. 그러나 양심(良心)은 죽었다.

지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필요하다. 그러나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멀리 내다봐야 한다. 그 역할은 백년지계(百年之計)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인들의 몫이다.

이준석 선장처럼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 협력하며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대한민국은 교육법 제2조에 교육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국조 단군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홍익정신을 가진 선장과 선원이 세월호를 몰았다면 승객의 운명은 바뀌었을 것이다.

내년에는 타인의 생명을 위해 희생한 의사자(義死者)를 기리는 스승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

일본은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은 고(故) 이수현 씨를 13년째 추모하고 있다. 일본 교과서에도 실렸고 지난해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이수현 씨가 보여준 의로움은 대단하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외국인의 죽음을 매년 추모하고 있다는 점은 더 대단한 것이다.

세월호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제자를 구하려다 생을 마감한 교사들과 박지영 승무원 등에 관한 내용을 교과서에 실려야 한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의인(義人)의 살신성인 정신은 살아있는 교육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