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사상가 마하트마 간디는 자신이 암살되기 얼마 전 손자를 불러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며 글을 하나 남겼다. 그 글 속에 담긴 ‘7대 사회악’은 오늘날 수많은 정치지도자의 지침과 같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간디가 말한 7대 사회악은 ▲원칙이 없는 정치 ▲인격이 없는 교육 ▲노동이 없는 부(富) ▲도덕이 없는 경제활동 ▲인간성이 없는 과학 ▲희생이 없는 종교 ▲양심이 없는 쾌락이다.

 이택휘 이사장(학교법인 동원학원)은 8일 한민족원로회가 주최, 주관한 한민족미래포럼에 강연자로 나서서 ‘간디가 말한 7대 사회악(惡)’을 중심으로 민주적 지도자의 길에 관해 이야기했다.

▲ 이택휘 학교법인 동원학원 이사장이 한민족원로회가 주최한 5월 8일 제5차 한민족미래포럼에서 강연자로 말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최근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슬픔과 분노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잘사는 나라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며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했다. 이사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제 해결의 시작을 ‘민주적 지도자의 탄생’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갔다.

 이사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원칙이 없는 정치’였다. 대학 이후로 줄곧 한국근대정치사를 전공해온 그는 “적어도 우리 민족이 독립운동을 할 때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살아있었다. 지도층으로서의 사명감, 순교자로서의 기준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 지도자들은 선공후사(先公後私)해도 모자라건만 공익은커녕 사사로운 이익에 혈안이 되어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는 ‘원칙 없는 정치’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사장은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을 강조하는 풍토가 우리 교육계를 강타했다”며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라 인격을 수양하는 교육 현장이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학교에 가면 흑판 대신 프로젝트 화면에 교재 업체들이 만들어주는 슬라이드를 띄우고 수업을 한다”며 “가르치기는 쉬운 세상이지만 교사와 학생의 교감은 사라진 교실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모든 부를 금융 자본이 잠식해버린 것이다. 이사장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노동을 전제로 하지 않는 금융자본시대를 살고 있다. 이 금융자본시대에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사기꾼들이 존재한다”며 다단계 회사와 기획부동산 회사, 보험 회사, 사채업자를 꼽았다.

 노동이 없는 금융자본이 잠식한 이 시대는 경제활동에 도덕성을 요구하기도 어렵게 되어버렸다. 이사장은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나. 이게 모두 도덕성을 상실한 자본 때문”이라며 “이제 거대 금융자본은 국가도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 한민족원로회는 5월 8일 제5차 한민족미래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이택휘 동원학원 이사장이 '민주적 지도자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사회악’만을 비판하고 있을 수 없다.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내린 이 사회악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지도자의 자리가 중요하다. 모든 국민이 보는 자리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방향을 제시하며 솔선수범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민주적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바로 ‘진정성’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이사장은 “지도자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지도자가 진정성을 갖고 진심으로 임할 때 국민이 믿고 따르게 된다”며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족식(足食,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다)하고 족병(足兵, 안전의 문제를 해결하다)하면 민신지의(民信之矣, 백성의 신뢰를 얻다)하게 된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 정치 지도자와 오늘날 정치 지도자의 길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사장은 “정치 지도자의 길은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것이지만, ‘개방성’에 차이가 있다”며 “과거에는 백성을 '통치(統治)'하는 것이 정치였지만, 오늘날 정치는 ‘by the people’, 국민에 의해 ‘관리(管理)'하는 것이다”라고 구분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으뜸으로 삼을만한 지도자가 있느냐"는 한민족원로회 나홍주 원로위원(독도조사연구학회장)의 질문에 이사장은 세종대왕을 필두로 이 민족을 이끌어온 지도자 몇의 이름을 올렸다. 이사장은 “세종대왕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 모습과 같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오늘날의 국경을 완성한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해 크게 평가했다. 또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상해임시정부에서 활약했던 신규식 선생과 이동영 선생, 이동희 선생 등도 언급했다.

▲ 이택휘 학교법인 동원학원 이사장

 이어 그는 “논란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도 우리 역사에 뛰어난 지도자라고 본다”며 "누구나 공과(功過)가 모두 있는데, 과가 있다고 하여 모든 공을 수포로 돌릴 수 없지 않으냐. 공과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사장은 "한국현대사가 분단과 전쟁이라는 최악의 참혹한 환경적 조건에서 경제적 번영, 민주주의 실현을 성취했다. 우리 앞에는 성취의 역사를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엄숙한 과제가 놓여 있다"며 “진정성으로 국민을 대하며 치열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법치주의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한민족원로회가 주최하는 제6차 한민족미래포럼은 오는 7월 10일 서울 세종문화예술회관 예인홀에서 열린다. 6차 포럼에는 ‘민족 고유의 인재양성 시스템’을 주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강연자로 나선다.

 한민족원로회는 지난해 7월 23일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이 공동의장을, 장준봉 전 경향신문사 사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로회는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언론, 문화 등 대한민국의 각 분야 100여 명의 원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민족미래포럼은 격월로 홀수달에 개최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동서남북의 분열과 대립, 빈부, 노소, 정파 간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정책제안을 하고자 마련된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