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뇌'가 과학, 건강분야를 넘어 교육패러다임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마음이 뇌의 작용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뇌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짐에 따라, 인간 행동을 규정짓는 생각과 사고, 학습과 기억, 정서작용, 인성함양 등 교육의 핵심가치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뇌에 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신경과학 및 인지과학은 다양한 분야로 발전해왔다. 1999년부터 미국과 영국, 일본이 주축이 된 '학습과학 및 뇌 연구 프로젝트'는 뇌과학-교육 융합연구의 신호탄이 되었으며, 이후 2000년대 들어 뇌기반교육(Brain-based Education), 신경교육(Neuro-Education), 뇌교육(Brain Education) 등 교육 분야에서의 융합은 그 속도와 변화가 남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교원연수에 두뇌발달원리, 청소년 두뇌특성, 뇌체조, 정서조절, 뇌과학과 학습 등 다양한 주제의 연수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며, 뇌융합교육 관련 학회 및 세미나 등도 활발하다. 매년 3월 3째주 전 세계 60여개국 선진국들이 참여하는 ‘세계뇌주간’ 대중세미나에는 종래의 뇌과학 탐구에서 집중력, 신체활동과 인지학습, 청소년 뇌 이해, 명상을 통한 정서조절 등 교육현장과 밀접한 주제로 옮겨온 지 오래다. 

주목할 것은 ‘뇌교육’ 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학습과학, 뇌기반교육, 신경교육 등 뇌융합교육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아직은 학문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가장 앞서 정립된 뇌교육은 인간 뇌에 대한 깊은 탐구를 바탕으로 한 뇌철학, 두뇌발달체계에 따른 체험적 교육방법론을 근간으로 교육현장의 다양한 성공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뇌교육의 학문화와 국제화도 발 빠르다. 2003년 뇌교육 석박사 학위과정을 갖춘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가 설립되어 ‘뇌교육’의 학문적 체계를 정립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 뇌교육융합학부가 개설되면서 우리나라는 뇌교육 분야에서 ‘4년제 학부-대학원’ 인프라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서 갖춘 나라가 되었다. 더불어, 뇌교육의 대표 연구기관인 한국뇌과학연구원은 2007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COSOC) 협의지위기관에, 비영리단체인 국제뇌교육협회는 2010년 유엔공보국(UN-DPI) 정식지위 NGO에 등록된 바 있다.

뇌융합교육 시대에 중요한 것은 결국 뇌에 어떤 방향성을 줄 것인가이다. 21세기 뇌융합교육 시대의 도래는 인류 과학의 정점이라는 뇌과학의 발달에 따라 인간 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시대적 흐름 속에 존재한다. 교육이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을 의미하며, '꺼내어 끌어올린다'라는 라틴어의 'educatio'에서 유래하였다고 되어 있다.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교육이냐, 가치를 떨어뜨리는 교육이냐가 단순하고도 분명한 판단 기준인 셈이다.

작년 지구 반대편 중남미 엘살바도르에서 ‘한국發 뇌교육 해외 원조 프로젝트’를 진행한 현지의 학교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오랜 내전의 상흔과 사회적 폭력이 심각한 자신의 나라에서 뇌교육을 통한 학교변화 사례를 발표해 교육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으며, 국회, 교육부, 교육청을 일일이 방문해 감사와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매년 유엔본부에서의 국제뇌교육컨퍼런스 개최 및 해외 교육원조 확대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 뇌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배경에는 두뇌발달원리에 따른 체험적 교육방법론을 통한 실제적 효과 외에도 ‘홍익인간(弘益人間)’ 교육철학이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 교육현장에서 외면한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 제시된 대한민국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정신이 타인존중과 배려, 공동체 의식함양, 글로벌 휴먼마인드 고취 등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전인교육 철학으로 국제사회에서 거꾸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21세기 뇌융합교육 시대는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뇌가 가진 근본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누구나가 가진 뇌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화철학에 기반한 한국 뇌교육의 전망이 밝은 이유이다.

‘교육이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이다.’ 

 

 글. 장래혁 <브레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