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를 다른 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질풍노도란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라는 뜻으로 청소년기의 격동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유 없이 반항을 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천방지축, 들쑥날쑥한 십대를 이해하려면 청소년기 뇌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청소년의 뇌는 대대적인 공사 중

십대 청소년기는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몇 가지 급진적인 변화를 겪는다. 우선 사춘기에는 전두엽이 대대적인 리모델링(건축물을 개조하고 보수하는 것)에 들어간다.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사춘기에 거의 완성되나, 이성의 뇌인 전두엽은 사춘기에 한창 공사 중이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드는 것과 같은 큰 공사가 매일 진행된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행동을 하고 고집을 부리는 등 부모의 속을 썩인다. 한편 부모는 사춘기의 자녀가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를 기대한다. 하지만 사춘기에는 아직 부모의 세심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많이 남아 있다.
 

 

청소년기 뇌의 또 다른 특징은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반응이 전두엽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전에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청소년기의 사고와 행동은 변덕스럽고 감정적이며 자유분방하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반항하며 이유 없는 불안이나 공포,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춘기의 특성은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호르몬이 안정되고 전두엽의 시냅스가 정리되면 서서히 안정되어 간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발달한다. 이 시기에는 보는 기능이 발달해서 자신의 주위를 훑어보고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된다. 그래서 외모를 꾸미려고 노력하고, 화려하고 멋진 연예계 스타에 열광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나타나는 이런 특징들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느끼고 행동하도록 허용해주고, 자기 발전을 위한 성찰의 계기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와 마찬가지로 무수한 뉴런이 생성되고, 또 뉴런이 서로 연결망을 형성하는 시기이다. 이 연결망은 더 튼튼하게 발달할 수도 있고 쓸모가 없어져 제거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면서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 특히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깨닫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 뇌를 발달시키지 못하면 많은 잠재력을 가진 뉴런들이 사라지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뇌를 발달시킨다

청소년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시기로, ‘나는 누구인가’ ‘왜 공부해야 하나’ 등의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이 질문은 삶의 방향을 정하고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때 자칫 부모는 ‘무엇이 좋다’는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지 말고 아이의 조언자로서 다가가야 한다.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충분히 들어주고, ‘네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서 스스로 그 해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분명한 것은 이런 질문을 되뇌는 동안 전두엽을 비롯해 아이의 뇌가 중요한 체계를 잡아나간다는 것이다. 아이는 성년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봄으로써 자발적인 학습 동기를 갖게 된다. 학습에 대한 동기를 명확하게 새기는 것은 인생의 나침반을 손에 쥐는 것과 같다.

단지 미래의 직업으로서 의사, 과학자, 판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어야 한다. 1등이 되라는 교육이 아니라 예의를 갖추고 남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인격체로 성장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춘기를 겪는 10대들과의 대화법도 달라야 한다. 부모는 거친 태도를 보이는 아이에게 즉각 화를 내고 야단치기보다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느끼는 아이들은 사춘기라 하더라도 부모의 말에 크게 반항하지 않는다.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가도 이후에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아이와의 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포옹’이다. 부모의 손길은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성장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부모와의 허물없는 신체접촉이 많은 자녀일수록 성격이 밝고 대인관계가 원활한 경우가 많다.

치열한 교육열, 성공과 경쟁 위주의 교육 속에서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 청소년의 자살률은 전 세계 1위이고, 행복지수는 전 세계 꼴찌이다.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갈 때, 청소년들은 자신의 뇌 속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