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2 국민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도가 전국 16개 시ㆍ도 대상 내국인 가구여행 만족도 조사 15개 분야 중 11개 분야에서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경관, 문화유산, 교통, 관광종사자 친절성 등 전반적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재방문 의향 및 타인 추천의향에서도 1위를 차지해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서 명성을 한 번 더 입증했다.

제주를 찾아 그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먼저 이곳의 지역적 특색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제주는 한반도 본토의 육지 문화와는 사뭇 다른 독특한 섬 문화를 지니고 있다. 제주 사람들은 불굴의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일구며 특유의 미풍양속인 삼무(三無)정신, 조냥(절약)정신 등 위대한 정신과 생활문화를 꽃피웠다.

이러한 제주의 역사와 문화, 제주인의 얼과 향기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이하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 여행의 첫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 100여 명의 일본호흡명상동호인이 제주인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을 관람했다. 

많고 많은 여행 코스 중에 “왜 하필 박물관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한 마디로 ‘지루하다’는 뜻이다. 특히 쾌락적 감각을 쫓아 화려한 관광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자신을 힐링하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자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조용한 박물관에 들어서면 마음도 덩달아 차분하고 고요해진다. 전시물의 이야기를 제대로 보고 들으려면, 복잡했던 생각을 비우고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한 마디로 박물관 관람만 잘해도 절로 명상하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상여행 첫날, 100여 명의 일본호흡명상동호인이 삼성혈에 이어 방문한 장소 역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었다. 오늘의 제주를 있게 한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정신을 느끼기 위해서다. 박물관에는 제주인의 의식주와 일생의 통과의례를 보여주는 민속 전시실과 제주도의 동식물 생태 자료를 보관한 자연사 전시실이 있다.

▲ 갈옷은 제주토종풋감을 이용해 만든 제주도민의 작업복이자 일상복이다.

✔ 의(衣): 갈옷, 제주인의 지혜를 엮어 만든 의복

갈옷은 감물 염색을 한 고동색의 제주도 전통의상이다. 제주도민의 목축, 농경, 어로 생활에 알맞도록 만든 작업복이자 일상복이었다. 감물 염색 재료는 7~8월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주 토종 풋감이다. 갈옷은 세탁 후에도 풀을 하거나 다림질 등 잔손질이 필요 없다고 한다. 직사광선에서도 열이 전도되지 않아 통기성이 좋고 시원하다. 비를 맞거나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게다가 감즙이 방부제 역할을 해서 땀이 묻은 채로 두어도 썩지 않는다. 염색 후에는 내구력이 2배 강해져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갈옷은 해풍과 뜨거운 태양, 습기가 강한 화산섬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발명품과도 같다. 목화가 귀하고 물이 부족하던 시절,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만들어낸 제주 사람들의 인고와 지혜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 제주인의 밥상에서는 자연식과 나눔의 미덕을 볼 수 있다.

✔ 식(食): 나눔의 밥상문화, 공동체 의식을 생활화하다

제주 향토 음식은 주식이 조, 보리, 콩 등 잡곡밥 중심, 반찬은 양념을 넣지 않은 조리가 대부분이다. 인간의 손질을 최소화해 음식재료 고유의 맛과 영양 손실을 줄인다. 바다에서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한 죽, 국, 회, 젓갈 등의 음식이 많다. 사계절 신선한 재료로 구성된 제주의 자연식 밥상을 보면 오늘날 힐링푸드의 원조를 보는 듯하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밥ㆍ국의 상차림이 한식과 반대라는 것이다. 밥은 큰 그릇(양푼)에 담아 상 가운데 놓고 각각 그릇에 덜어 먹는다고 한다. 언제 누가 와도 국그릇만 준비하면 함께 먹을 수 있는 공동식(共同食) 문화였다. 날로 사회가 각박해지는 요즘 제주의 밥상문화처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의식이 더욱 필요한 때다.

▲ 제주의 가옥은 안거리와 밖거리, 이문간 등으로 구성되어 가족의 독립공간을 허용하는 구조이다.

✔ 주(住): 안거리와 밖거리,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독립공간

제주도에는 예로부터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육지와는 다르게 장남이 결혼하면 살림도 식사도 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만의 특이한 가옥 구조에서 비롯된다. 제주의 전통 초가는 대부분 안거리를 중심으로 밖거리, 이문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녀가 성장해 결혼하면 밖거리라는 주거 공간으로 이동한다. 밖거리는 부모가 사는 안거리와 같은 울 안에 있으나 마당이 별개로 존재하는 등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된다. 하지만 제사나 명절 등 집안의 중요한 일은 함께 안거리에서 챙겼다. 한가족이면서도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집 형태는 제주인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 해녀의 근면함과 강인함은 제주를 대표하는 삶의 상징이다.

✔ 생활상: 해녀(海女),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운 제주 삶의 상징

제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해녀다. 이들은 날씨가 고르고 물때만 맞으면 사계절 가리지 않고 연안 바다에 나가 소라, 전복, 성계, 미역 등을 딴다. 이 수확물들은 가정 경제에 큰 몫을 차지했다.

‘동촌 여자 앉았던 자리엔 풀도 안 난다’는 말이 있듯이, 제주 지역은 그만큼 토지가 척박해 여자아이들까지 해초나 솔잎을 한 짐이라도 주워와야 했다. 또한, 섬이라는 환경 속에서 바다에 나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남편만 의지하며 살 수 없었다. 해녀는 물질(잠수해 작업하는 일)로 궁핍한 현실을 극복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강력하고 근면한 제주인의 모습이다.

▲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2009년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유일의 해녀굿이다.

✔ 정신문화: 칠머리당 영등굿, 하늘과 통하는 신명(神明)의 나라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칠머리당 영등굿(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은 우리나라 유일의 해녀굿이다. 굿 행사는 영등신이 들어오는 음력 2월 1일과 영등신이 떠나기 전날인 2월 14일 열린다. 제주지역 민간신앙에 기반을 둔 이 굿은 마을 수호신과 용왕, 영등신에게 평안과 풍요를 빈다.

제주는 1만 8,000여 신들의 섬이다. 하늘과 땅을 가른 천지창조의 신 천지왕, 산신할미라 불리는 삼승할망 등 신비한 섬이었던 만큼 이 섬에는 수많은 신화가 전해진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는 성소인 당이 있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기원을 올릴 수 있다. 하늘과 통하고자 하는 것은 곧 자신의 신성을 밝히는 것과도 같다.

▲ 일본호흡명상동호인들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안의 전시물들을 둘러보며 감상하고 있다.

이렇듯 제주인의 생활 이면에는 개인을 존중하며 전체를 아우르는 차원 높은 공동체 문화, 하늘을 섬기며 내 안의 밝음을 찾는 천손(天孫)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날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불리는 데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수준 높은 정신문화가 예로부터 제주인의 마음속에 녹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박물관을 관람한 시노하라 메구미 씨(아카시 거주)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비슷해서 꼭 하나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특히 나이 든 어르신과 하늘을 공경하는 문화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에서 온 마쯔오 다까에 씨는 “제주에서의 생활문화와 명상 체험을 통해 자신을 힐링하고 싶다”며 명상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안내한 무병장수테마파크 오정인 팀장은 “제주 섬 자체에는 평화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박물관 앞에도 있었듯이 돌하루방은 평화의 상징”이라며 “제주에 있는 동안 제주의 평화로운 기운을 명상하고 호흡하라”고 일본동호인들에게 당부했다. 다음 주 3편에서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군산 오름'에서 펼쳐지는 자연명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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