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몇 살부터 할 수 있어? 나도 해도 돼?"

 올해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 아이에게서 받은 질문에 엄마는 당황하고 말았다. 어느 모임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 짐작은 했었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어퍼컷을 맞았다"고 말했다. 10대라고 하기에는 이른, 11살짜리 딸의 질문에 "쿨(Cool)하게 답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일선 교사에게 말했더니 "이렇게라도 물어보면 다행"이라고 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성교육을 '알아서' 한다. 학교에도 성교육 시간이 있지만 이미 다 알고 있어서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 성교육을 위해 제작된 창작뮤지컬 '그날 이후'의 한 장면. 이 뮤지컬은 지난 2월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제공=국회]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2년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는 인터넷을 통해 성인물을 경험했다(45.5%)고 답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인물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부모나 성인의 시야에서 벗어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은밀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평균 13세(초등학교 6학년)부터 성인용 게임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때부터 성인용 게임을 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성인물을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성인물은 성(性)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 중 13.3%는 성인물을 접한 뒤 성적인 접촉을 했고, 3.1%는 성관계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학교 현장의 성교육이 온갖 IT기기와 매체들을 통해 성인물을 접하는 청소년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 진행되는 대표적인 성교육은 학급활동 시간을 이용해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건교사가 담임교사에게 동영상 파일을 주면 담임교사는 해당 시간에 영상을 재생하는 것이 전부다. 교육청이 제공하는 동영상의 제목은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려운 성폭력 예방교육'. 알쏭달쏭한 제목을 보고 있자니 청소년들에게 성교육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알쏭달쏭하다. 여기에 학교 상황에 따라 외부에서 성교육 강사를 초빙해 전교생 대상 특강을 진행하는 정도이다.

 교육부에서 정한 전국 초·중·고교에서 해야 하는 의무 성교육 시간은 연간 10시간이다. 그나마 학교장의 재량으로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 보니 실질적인 성교육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그나마도 '성폭행 예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인물로 인해 청소년의 왜곡된 성 인식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지만 구체적인 교육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되는 '성(性)'이지만 이에 대한 바른 교육이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 결과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음란물들이 방송, 게임, 소설,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우리 청소년들의 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성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스웨덴은 세계에서 최초로 모든 아동에게 성교육을 의무화한 나라다. 스웨덴의 법에 '부모가 자녀의 학교 성교육을 반대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시작되는 스웨덴의 성교육은 연령에 따라 남녀의 차이, 임신, 성기의 구조, 자위행위, 피임법, 육아까지 실제적인 내용을 가르친다.

 독일은 이보다 더 적극적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는 영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성(性)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 때부터 정확하게 가르치려는 것이다. 독일은 특히 성범죄 예방을 위한 호신술 교육, 성교육 전문 경찰관의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영국에서는 성교육의 범위가 매우 넓다. 생물학적인 성(sex)은 물론 인간관계(Relation)까지 교육한다. 성과 관련된 지식과 가치관은 물론 노후 재무설계까지 포괄적으로 가르친다.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막상 제대로 교육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성'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일정 나이가 되면 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설립자인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은 자신의 저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기술, HT(Human Technology)>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과 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 않는 부모들에게 '그럼, 여러분 대신 이웃집 사람이 하는 건 괜찮습니까?'라고 다시 물어본다."

 청소년들의 성교육이야말로 부모와 학교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일들 중 하나이다. 우리는 누구나 성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데 어째서 청소년들에게 성욕에 대해 가르쳐야 할 마땅한 권리를 회피하느냐는 것이다.

 성(性)은 피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섹스'라는 단어가 가진 왜곡된 이미지를 넘어서 '성'이 가진 에너지, 생명의 시작이라는 점에 대해 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성을 바르게 안다는 것은 나의 시작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다. 이런 성교육을 받을 때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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