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타이슨은 ‘핵 주먹’이라고 불리며 최연소 챔피언에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권투선수다. 타이슨은 원래 뉴욕 브루클린 뒷골목 싸움꾼이었고 강도였다. 이런저런 사건으로 소년원을 들락날락 거린 타이슨은 열세 살의 나이에 일생일대의 스승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커스 다마토(Cus D'Amato, 1908~85). 그는 야생마와 같은 타이슨의 거친 에너지를 한 곳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바로 타이슨의 주먹이다.

 커스 다마토는 열여섯에 고아가 된 타이슨을 양자로 들이고 권투에 전념하도록 했다. 폭행과 강도질에서 손을 씻은 타이슨은 커스 다마토의 지도를 받아 1986년 스무 살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다.

▲ 선수 시절 마이클 타이슨(좌)과 그의 스승 커스 다마토 [사진=마이클 타이슨 공식 홈페이지]

 '타이슨의 스승’ 커스 다마토의 묘비엔 이런 글귀가 있다.
 "한 소년이 ‘불씨’와도 같은 재능을 갖고 왔다. 내가 그 불씨에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계속 타올라 결국 열정의 활화산이 됐다.”

 범법자를 세계 챔피언으로 만든 커스 다마토가 타이슨에게 준 가르침은 수없이 많다. 범죄의 소굴에서 벗어나 최고의 재능을 찾아주었고 더 좋은 권투선수가 되기 위한 다양한 테크닉과 트레이닝을 해주었다. 하지만 커스 다마토가 타이슨에게 준 가르침의 핵심은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타이슨의 재능을 알아보고 타이슨이 가진 무한한 에너지(Energy)를 그 재능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떨까. 우리 교육 현장에 커스 다마토와 같은 교육 철학을 가진 스승이, 교육 방법을 풀어내는 시스템이 있을까. 활화산 같이 들끓어 오르며 넘치는 10대(代)들의 에너지를 제대로 분출하도록 하는 교육이 있는가.

 에너지(Energy, 氣)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전기(電氣)’를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 가장 가까이에 에너지는 항상 존재하고 있다. 그 에너지는 바로 우리 안에 있다. 사람의 에너지도 전기와 같다. 컴퓨터가 있을 때 모니터, 본체와 같은 하드웨어가 우리의 몸이고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가 우리가 가진 생각, 마음이라면 전기가 바로 사람 안에 있는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 중에서도 우리 생활에서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는 바로 ‘성(性) 에너지’이다. 성 에너지라 하면 흔히 ‘성욕(性慾)’을 떠올리기 쉽지만, 성 에너지는 단순히 성욕을 해소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아니다. 생명 에너지의 특수한 형태인 성 에너지는 특히 아랫배 단전(丹田, 배꼽 아래 5cm)에 집중되어있다.

 성 에너지는 특히 2차 성징(性徵)이 나타나는 청소년기에 왕성해진다. 이전과 달리 각각의 성에 따라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갖게 되는 10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성 에너지가 활성화된다. 문제는 10대의 성 에너지에 대해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철학과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빈민가 출신 범법자였던 10대 소년 타이슨이 자신의 에너지를 권투로 승화하여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은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 재능을 알아보고 타이슨의 에너지를 권투라는 창조적인 활동으로 인도한 스승 커스 다마토의 역할이 훨씬 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커스 다마토’와 같은 스승이 없는 우리 10대 청소년들의 에너지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성적(成績)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만 줄 세워진 아이들은 억압된 에너지를 왜곡된 곳으로 분출하고 있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가 10대 자살을 부추기고 있고 교사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10대가 성 에너지를 쓰는 방식이다. 성 에너지는 생활에 활기를 주고 삶에 대한 열정을 강화해 준다. 미술, 저술, 음악과 같은 창조적 활동이나 사회 활동과 같은 다양한 활동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성 에너지는 성욕을 넘어 창조 활동의 연료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이 전무한 우리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성 에너지는 빨간불이 켜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충격적인 조사 결과 몇 가지를 아래에 소개한다.

[JTBC 방송화면 캡쳐]

✔ 성경험이 있는 10대 청소년은 평균 13.6세에 첫 경험을 했다. (2010년 보건복지부 조사)

✔ 성경험이 있는 10대 청소년 중 57.2%는 피임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24.1%는 본인 혹은 상대 여학생이 임신한 적이 있었다.
임신 경험은 중학생이 40.5%, 고교생이 19.8%로 나타났다. (2012년 여성가족부 조사)

✔ 서울시 가출청소녀 205명 중 49.7%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 이들의 첫 경험 나이는 평균 14.9세.
이들 중 30%는 임신 경험이 있고, 이들 중 71.4%는 임신중절수술(낙태)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병원 진료과목은 산부인과(40.5%), 정신과(36.5%) 순이었다. (2013년 서울시 조사)

 각종 보고서 속 10대의 모습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위 조사는 모두 서면 혹은 심층면접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 공개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자기 검열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는 온라인 조사에서는 이보다 더 충격적인 수치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성에 대한 무지(無知)가 가장 심각하다. 문제는 이에 관한 교육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성 에너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 에너지가 가장 활성화되는 것이 바로 10대 청소년기이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 현실은 성 에너지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 하고 있다. 자녀가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절실하다.  


[기획연재] 인성의 시작, 성性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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