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이 헤이그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본 아베 신조(安培晉三) 총리의 ‘역사인식 계승’ 발언을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상회담 가능성이 대두됐다. 박 대통령의 평가를 일본 정부가 다시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자 정상회담 또는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일본 쪽에서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는 듯하다.

이러한 흐름은 첨예한 갈등 양상으로 전개된 한일 양국 관계를 진정시키며 국면 전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정상이 회동하여 좀 더 나은 한일 관계를 만들어나가려면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담화를 수용하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아베 총리 이전의 상태로 다시 원위치한 것이다. 아무런 반성도 없고 사과도 없고 재발방지책도 없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발언, 이에 관한 박 대통령의 긍정 평가로 회담을 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보는 듯하다. 또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압박이 우리나라에 부담을 준는 점도 감안하여 우리나라가 정상회담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듯하다.
하지만 미래를 위하고 더 나은 결과를 원한다면 일본 정부는 역사문제와 위안부 강제 동원 등에서 한국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일본 정부대변인인 스카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참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한국과는 대국적 관점에 서서 중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진정 그렇게 본다면 이번에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아베 총리가 한일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고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공식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물어뜯듯 도발을 하고 모욕을 가하고도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할 수는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이 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성의 있는 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