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 왜곡은 외세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위대하고 찬란한 역사의 주인공인가?
 그래서 이번 국회에서 '동북아역사특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바른 역사를 담은 '대국민역사책'을 만들려고 합니다. 일본이 왜곡하기 이전의 역사, 주류 강단 사학이 답습한 가짜 역사 말고, 진짜 우리 역사를 담은 '대국민역사책'을 만들겠습니다. 역사를 사랑하고 민족정신을 바로 세우기를 바라는 천손(天孫)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정문헌 국회의원(새누리당)이 11일 열린 국학원 128회 국민강좌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직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민족을 사랑하고, 바른 역사의 중요성을 통감하는 한 사람으로 시민들 앞에서 열정적인 강연을 했다.

▲ 정문헌 의원(새누리당)이 11일 국학원 128회 국민강좌에 강사로 나섰다.

 국학원 128회 국민강좌는 이전 강좌들과 다른 점이 두 가지 있었다. 차이점 하나, 학자들이 중심이었던 국민강좌였는데 이번 128회에는 현직 국회의원이 강사로 나섰다. 차이점 둘, 지금까지 강좌에서 고조선, 고구려, 신라 시대, 혹은 대일항쟁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128회 강좌는 철저하게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128회 국민강좌가 이전과 다를 수 있었던 것은 '정문헌'이라는 한 사람의 영향이 컸다. 정 의원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잘못된 역사 교육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제 식민사관을 바탕이 얼마나 우리 역사 교육 전반에 만연해 있는지, 그로 인해 우리 상고사가 부정되고 학생들의 정체성 확립에 어떤 문제를 주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정 의원이 주축이 되어 19대 국회에서는 '동북아역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서 발언과 같이 '대국민역사책' 만들기에 나섰다. 사실 국회에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낸 것이 정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17대 국회(참여정부 당시)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 동북아역사재단을 만들었다. 국가가 나서서 우리 역사를 지키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재단 역시 바른 역사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류 강단 사학자 때문입니다. 우리 역사학계는 학교에서 정식 학위를 취득한 강단 사학과 학위와 상관없이 자체 연구를 하고 공부하는 재야 사학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강단 사학 중 일제의 식민사관을 그대로 답습한 이들이 주류 강단 사학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한답시고 중국에서는 공인되지도 않은 사서들을 가져다 와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는 그 결과가 중국의 동북공정을 고스란히 뒷받침해주는 왜곡된 자료라는 것이다.
 

 "중국 동북공정의 문제점을 밝혀야 할 학자들이 왜곡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학자들이 한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를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한중관계를 걱정한다면, 해도 정치인들이나 외교관들이 해야지, 어째서 학자들이 그런 부분을 걱정하면서 역사라는 진실을 다루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쓴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주류 강단 사학계의 그릇된 역사관을 바꾸기란 쉽지가 않았다. 다행인 것은 17대 국회에는 역사에 관해 관심이 낮았는데, 19대에 들어서면서 역사 자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의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교육부와 청와대에서도 왜곡된 역사를 바른 역사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정 의원이 '대국민역사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 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한사군의 위치, 다른 하나는 초기 신라와 백제의 역사이다.
 

 "주류 강단 사학계에서는 한사군의 위치를 현재 북한의 평양 자리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동북아역사재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주장은 고스란히 국사교과서에 지도로 실렸습니다. 그 결과 많은 국민들은 우리 민족을 한반도라는 지리적 공간 속에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정사로 치는 <요사>를 봐도 옛 평양의 위치는 중국 본토 요녕성(랴오닝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 평양의 위치가 한사군의 위치죠. 즉, 한사군은 현재의 평양이 아니라, 중국 본토 요녕성 지방이라는 것입니다. 한사군의 위치만 찾아도 우리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 정문헌 의원(새누리당)이 강사로 나선 11일 국학원 128회 국민강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질문이 많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한국학연구소에서는 '초기 한국사 프로젝트(Early Korean Project)'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인들이 대거 포함되어 중국의 동북공정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마크 바잉턴(Mark E. Byington) 교수가 편집한 <초기 한국사에서 한사군(The Han Commanderies in Early Korean History)>라는 책까지 나왔다.

 정 의원이 준비하고 있다는 '대국민역사책'에 한사군은 어떻게 다뤄지게 될까 궁금했다. 
 

 "평양의 위치에 대해 주류 강단 사학계의 주장이 유일한 것이 아닙니다. 요녕성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국민역사책'에서는 기존 교과서나 역사서들이 '한사군=북한 평양'이라고만 표시했던 것을 넘어서려고 합니다. 주류 강단 사학계의 주장과 그 외의 주장 모두를 함께 싣고자 합니다.
 논란이 되는 것들을 다양하게 담아냄으로써 우리 스스로 판단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식민사학을 진짜로 알고 배워왔지만 다른 주장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단순한 일인 듯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 한계지어오던 우리를 크게 확장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나아가 통치철학으로서 '홍익인간' 정신에 대해, '천손' 사상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정치인들은 주로 선거 기간이 되면 책을 쓴다. 책 출간에 맞춰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공식적인 정치 후원금을 받기 위해서이다. 후원금을 바라고 만들어진 짜임새 없는 정치인들의 책 소식만 듣다가 정 의원의 '대국민역사책' 소식을 들으니 국민강좌 현장에 모인 150여 명의 시민들 역시 큰 환호를 보냈다.

 129회 국민강좌는 오는 4월 8일에 개최된다. 최양현(독일 함부르크 대학 물리학과) 연구원이 강사로 나서 '천체물리학과 천부경'이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만난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