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는 상고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거론되는 상고사학계의 뜨거운 감자다. 논란의 이유는 한 가지다. 이른바 강단 사학이라고 하는 기존 학계는 "<환단고기>는 위서(僞書)"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일제가 강조해온 실증사학의 여파다. 주류 학계는 '실증사학'을 내세워 "실증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것은 역사가 아닌 허구"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최근 홍산문명의 유물이 대거 발굴되면서 고조선과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역사성이 증명되고 있음을 보면 실증사학이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7회 국민강좌 강사로 나선 이강식 교수(경주대)는 이렇게 말했다.

 "<환단고기>는 모든 역사다. <환단고기>에 대한 많은 번역서와 주해서가 출판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진실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유는 한 가지다. 해석을 잘못한 것이다. 환단고기 속 해석을 달리하면 위서로 의심받는 <환단고기>가 진서로 증명이 되고, 그 안에 담긴 역사가 허구가 아닌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이강식 교수(경주대)가 2월 11일 127회 국민강좌에서 '환단고기의 진실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국학원(원장 장영주)은 11일 오후 7시 대한출판문화협회(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강당에서 127회 국민강좌를 개최했다. 강사로 나선 이강식 교수는 <환단고기> 속 한자의 해석을 새롭게 해냄으로써 <환단고기>의 진위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이 교수가 강조한 한자는 다섯 단어 '주곡(主穀)·주명(主命)·주형(主刑)·주병(主病)·주선악(主善惡)'이다. 이는 <환단고기>의 <삼성기전(三聖紀全)> 상하편, <단군세기(檀君世紀)>, <태백일사(太白逸史)> 등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이 교수는 이를 '국가 조직명'으로 풀이했다. <환단고기>의 <삼성세기 하편> 7면에 나오는 '풍백·우사·운사'라는 '3백(三伯)' 조직의 하위 조직인 '5사조직(五事組織)'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곡 주명 주형 주병 주선악'은 술부로 해석되어왔다. '주곡'은 수많은 해설서와 번역서들에서 이를 '목숨을 주관한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주곡은 생산을 담당한 신시국의 중앙조직명이었다. 즉, 술어가 아니라 명사라는 말이다."

▲ 신시국의 1황 3백 5사 366사조직 [자료=이강식 교수]

 단어를 술어가 아닌 명사로 해석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환단고기>의 진위를 가릴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조직경영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이를 증명해냈다. 입법(풍백)·행정(우사)·사법(운사) 아래에 생산(주곡)·마케팅(주명)·인사(주병)·재무(주형)·회계(주선악)를 맡은 기관의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조직경영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 단어들이 명사로 해석하면 신시국의 조직체계가 증명된다는 것이다.

 경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그는 "경주가 고향이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역사, 전통문화 등을 가까이하며 살아왔다"며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 경영학적인 지식과 관점이 더해져서 <환단고기>에 대한 중요한 증거를 제시했다. 또한 <환단고기>의 <태백일사> 중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에 등장하는 고구려의 '사신도(현무·주작·청룡·백호)'를 통해서도 진실성을 밝히고자 했다.

 "<환단고기>의 <태백일사>에서 고구려 사신도의 현무(북쪽)가 주선악을, 주작(남쪽)이 주명을, 청룡(동쪽)이 주곡, 백호(서쪽)가 주형을 맡고 있다고 서술한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 주병은? 바로 '황웅여신(黃熊女神)'이 맡고 있다.
 고구려의 사신도에는 나타나지 않는 황웅여신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사방위를 제외하고 중앙을 맡고 있는 황웅여신은 <환단고기>에서 유일하게 나타나는 존재, 바로 웅녀황후의 후손을 뜻한다. 황웅여신은 1984년 발굴되고 1986년 일반에 공개된 홍산문화 우하량에서도 드러나며 그 존재를 증명해내고 있다. 황토(黃)로 만든 여신상과 곰(熊)의 발 조각상, 실제 곰의 턱뼈가 발견된 것이다. '황웅여신'은 곰족이었던 웅녀의 존재를 증명하는 동시에, <환단고기>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 127회 국민강좌 '환단고기의 진실성'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열기가 뜨겁다.

 이날 국민강좌는 '주곡 주명 주형 주병 주선악이 명사이며 조직명으로서 5사조직임을 통해 본 <환단고기>의 진실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토대로 진행되어 다소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와 객석을 메운 관객 150여 명의 열기가 더해져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128회 국민강좌는 오는 3월 10일에 개최된다. 새누리당 정문헌 국회의원이 강사로 나서 '21세기 지구촌이 나아갈 길과 홍익인간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만난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