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많은 나라가 있다. 저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또한 천차만별이다.

 미국은 '자유'를 위하여 대서양을 건넌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일본은 '천황'이라는 상징을 중심에 두고 근대국가로 새롭게 태어났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를, 인도는 가치의 중심에 수많은 '신(神)'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 국가의 중심 가치는 그 나라의 국민의례를 살펴보면 잘 나타난다. 국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기와 국가, 혹은 국민의례 형식 등이 해당 국가의 중심가치를 대변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을까. 지난 2007년 국기에 대한 맹세문 선정을 두고 대한민국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1974년 이후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였다. 그랬던 것이 2007년부터는 이렇게 바뀌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 '조국과 민족'을 대신해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이 표현을 두고 온 나라가 두 패로 나눠 섰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잘 바꿨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왜 '자유'는 있고 '민주'는 없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 체제에 대한 공방은 지금도 여전하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지, 아니면 '민주주의 국가'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해방 이후 국가 체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보수 진영의 이념', '권위주의적 반공주의를 미화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논쟁은 2011년 중학교 역사교과과정 개정문제에까지 이어졌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형성되는 과정이 평범하지 않았다. 서구에서는 200년이 넘는 세월에 거쳐 이뤄온 민주화와 산업화를 그 절반도 안 되는 50여 년 만에 이뤄냈으니 그 단축된 시간만큼이나 생략되었거나 왜곡된 과정들이 없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중심 가치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시점을 달리하면 된다. 근현대사 속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상고사 속 한민족을 보면 된다. 자유도, 민주도 모두 한데 어우러진 최고의 중심 가치는 이미 우리 민족의 최초의 국가, '고조선'에서 탄생했다. 바로 만물을 이롭게 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이다. '자유', '민주'를 넘어 만물이 이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철학이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홍익' 철학을 앞세운 후원 활동이 활발하다. 국학원의 설립 이념에 잘 드러나 있듯,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을 위하여' 지난 30년 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국학원을 후원하자는 움직임이다. 월 3만 원 이상 후원하는 특별 후원회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해 40여 일 만에 1만 명을 돌파했다니 놀라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있는 새는 없다. 새는 양 날개를 균형감 있게 펄럭일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새의 몸통이다. 날개만으로 날아가는 새는 없다. 몸통이 있기에 새는 날 수 있다. 자유만 중요하고 민주가 안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유도 중요하고 민주도 중요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자유와 민주의 균형을 맞출 대한민국의 몸통, 홍익 정신이 바로 서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의 중심가치 '홍익'을 제대로 알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