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국악박물관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국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갖가지 국악 유물과 악기를 전시한 국악 전문 박물관이다.

▲ 우리 전통 음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국립국악원.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1995년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2012년 재개관하여 현재의 세련된 모습으로 많은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부는 가운데 예술의 전당 광장을 가로질러 국립국악원 건물들 사이에 있는 국악박물관으로 들어섰다. 추운 주말 아침이지만 방학을 맞아 많은 학생들이 국악탐방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 악사 5명이 각각 악기를 다루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박물관 중앙에 있는 궁중음악실에는 궁중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화려한 궁중행사를 인형으로 재현해 놓았다.

▲ 퉁소를 부는 토우.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2층에 마련된 전시실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시대 토우들에서 볼 수 있는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랜 옛날부터 인간은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표현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국보 제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에는 5명의 악사가 각각 5가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지난 여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백제금동대향로에 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 국악박물관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등 국악기를 연주하고 체험할 수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국악박물관에서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가야금과 거문고를 처음 튕겨보았는데 그 울림이 가슴을 떨리게 했다. 한국사람으로 태어나서 피아노 등 서양악기는 어렸을 때부터 배웠는데 국악기를 처음 소리내어 보다니... 요즘에도 학생들은 피아노를 먼저 배우고 국악기는 접해 볼 기회가 없는 현실이 아이러하니 하게 다가왔다.

▲ 거문고 악보인 율보.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가야금과 거문고 소리는 가슴을 깊이 울리며 몸 전체에 공명을 일으켰다. 그 울림에 미소가 지어지고 희열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몸속에 민족의 피가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체험해 본 악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편경. 세종음악실에 마련되어 있는 편경은 고려시대부터 사용되었는데 조선 세종 때 우리나라에서 경돌이 발견되어 비로소 국내에서 처음 제작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제작된 편경을 시범 연주했을 때 세종이 음이 맞지 않음을 지적하여 절대음감을 지녔음을 확인했다는 일화가 있다. 편경의 소리를 들어보니 그 맑은 울림이 길게 이어지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 궁중음악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궁중과 선비들의 음악뿐 아니라 서민들의 음악전시관도 있다. 땀 흘려 일하는 가운데 흥을 돋웠던 노동의 음악, 행복을 빌었던 기원의 음악,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던 유흥의 음악 등 민간에서 생겨나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백성들의 음악이다.

▲ 세종대왕의 절대 음감을 확인시켜준 편경.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국악박물관에는 이러한 악기뿐 아니라 그동안 국악을 이어온 사람들, 국악기를 만들어 온 장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양음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면서도 우리나라 고유 음악의 명맥을 이어온 사람들. 이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의 문화와 삶을 잊지 않고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덕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세계에 우리의 문화가 알려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의 국악에는 종묘제례악, 남사당놀이, 처용무, 강강술래, 아리랑 등이 있다.

▲ 국악을 이어온 음악인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특히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12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아리랑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인을 대표하는 노래인 아리랑. 아리랑은 한국인의 힘과 열정 그리고 화합을 상징한다. 또한 고난의 시기에는 민중들을 위로해 주기도 했다. 지역마다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라는 후렴구가 있어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최초의 아리랑 악보에서부터 교과서에 수록된 아리랑, 외국 음반에 수록된 아리랑 등 다양한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국경일 이야기’수업을 할 때도 아리랑에 관해 강의하면 학생들이 감동을 받고 자랑스러워한다.

▲ 서민들이 즐긴 각종 놀이.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이 우주에는 많은 소리들이 있다. 그 소리, 그 파동 속에서 서로 울림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 음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세상, 너와 내가 하나로 울리는 그런 세상을 꿈꾸었던 우리 선조들. 그 철학과 우주관, 그것을 삶에 녹여낸 또 하나의 역사인 국악을 만날 수 있었던 귀한 답사였다.